[한스경제=이수민 기자] 고물가 장기화와 탄핵정국 등으로 올해도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유통업계 M&A(인수합병), IPO(기업공개) 시장도 안갯속에 빠졌다. 최근 몇 년간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다수 유통기업들이 시장 매물로 나왔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IPO를 준비해 오던 일부 이커머스 기업들 또한 올해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유통업계 시장 상황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녹록지 않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은 전년대비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응답업체의 66.3%는 올해 유통시장이 작년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부정평가의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63.8%)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고물가 지속(47.7%),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증가(38.2%)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연말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갑작스러운 변수는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IPO를 염두하던 이커머스 기업들의 계획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이 있다. 컬리의 경우 2023년 초 주식 시장 약세로 IPO를 한차례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컬리는 퀵커머스 도입, 멤버십 개편, 뷰티컬리 확장 등 자사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꾸준하게 몸집을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월 단위 에비타 흑자를 내면서 견고한 성장 흐름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컬리가 또 한 번 IPO 타이밍을 노릴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 됐지만, 올해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계획에도 불가피하게 차질이 생겼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오아시스마켓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창사 이래 줄곧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탄탄한 내실을 다져온 오아시스마켓은 외형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해 3월 11번가 인수를 적극 검토하기도 했다. 이 역시 IPO 추진을 위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오아시스마켓 또한 과거 한차례 IPO를 철회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 기업공개에도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대규모 정산지연을 초래한 티메프 사태로 업계 전반 투자심리가 위축 됐었다. 이에 따라 올해 IPO 전략을 다시 잡았을 가능성이 높은데, 사회 상황이 또 어려워진 상황이라 기업들에도 많은 고민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M&A 시장도 어둡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벌써 반년이 넘게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6월 홈플러스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슈퍼마켓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물로 내놨다. 소가구 증가 및 근거리 쇼핑 수요 증가에 따라 SSM(기업형슈퍼마켓)의 성장 가능성은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MBK가 제시한 매각가가 다소 높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MBK는 추정금액 8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여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티메프(티몬·위메프) 오는 2월까지 사실상 M&A를 성사해야 한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9월 티메프의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티메프는 올해 2월 7일 회생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산더미 같이 쌓인 채무를 변제해야 하는 티메프 입장에서는 사실상 인수합병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상황이다.
앞서 국내 기업 2곳과 중국 중핵그룹 등 3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말 탄핵기조에 따른 투자시장 위축으로 회생 절차가 다소 지연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티메프 자체가 리스크가 높은 기업이고 현재로선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인 만큼 그만한 몸값을 인정받을 있을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티메프는 오는 15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채권자 관계인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설명회는 EY한영회계법인이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실사 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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