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이순재(89)가 KBS2 드라마 ‘개소리’로 역대 ‘연기대상’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다시 한번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연기는 나이로 평가하지 않는다”… 진솔한 수상 소감
지난 11일 녹화 방송된 KBS2 ‘2024 연기대상’에서 이순재는 놀라움과 감격 속에 대상을 호명받았다. 당초 지난해 12월 31일 생중계 예정이던 ‘연기대상’은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면서 녹화로 대체됐다.
특히 이순재는 지난해 10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준비하던 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주치의로부터 석 달간의 휴식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작품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컨디션 회복에 전념했기에 그가 ‘연기대상’에 직접 참석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였다. 그러나 약 2개월간의 휴식을 거쳐 무대에 오른 그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며 후배들과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교적 여윈 얼굴로 수상대에 선 이순재는 김용건의 부축을 받으며 차근차근 무대로 올라섰고,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특유의 담담하고도 위트 넘치는 말투로 수상 소감을 전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이날 이순재는 “미국의 캐서린 헵번은 30대에 한 번 상을 받고 60세 이후에는 세 번을 더 탔다. 그처럼 나이가 들어도 좋은 연기를 하면 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연기는 공로상으로 평가될 게 아니라, 철저히 작품과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후배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또한 작품 참여 당시 상황을 회상하던 이순재는 “드라마 ‘개소리’ 촬영지가 거제도다. 왕복에만 9시간이 걸려 교수를 맡고 있는 학교에 제대로 출석하기가 어려웠다”며 미안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오히려 ‘교수님, 드라마 열심히 찍으셔도 좋다. 그동안 가르쳐주신 것으로 우리가 해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줘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이순재는 “내가 교수로서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지지해주고 함께 성장해준 덕분에 오늘의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69년 연기 인생의 품격… “시청자께 평생 신세”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시작해 어느덧 69년 차 배우가 된 이순재는 이번 수상으로 다시 한번 ‘국민 배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는 대상 트로피를 들고도 자신을 과장하거나 높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동료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제자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며 겸손을 잃지 않았고, “평생 동안 시청자들에게 신세를 졌다”며 거듭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건강 악화’ 속에서도 연극과 드라마, 교수직까지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그에게 박수가 쏟아진 이유는 단순한 연기력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과 연기로 승부하겠다는 이순재의 각오는 후배 배우와 대중에게 묵직한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런 그의 진지하고 겸손한 모습에서,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걸어온 ‘배우 이순재’의 진정한 품격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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