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 선거가 또다시 백지화되면서 새 선거운영위원회 구성과 선거인단 명부 작성, 중앙선거관리위회 위탁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졌다.
이번 회장 선거는 당초 8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0일 허정무(70) 후보가 낸 회장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인용하면서 선거가 잠정 연기됐다. 허 후보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 일부가 정몽규(63) 현 축구협회장 후보와 관련된 인사로 구성됐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법원 역시도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선거는 23일에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일정을 새로 짠 선거운영위는 12일에 선거인 명부 작성을 위한 선거인단을 재추첨하고, 13일부터 3일간 대상자가 선거인 명부를 열람해 개인정보를 확인, 수정한 뒤에 16일 선거인 명부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이어 확정된 명부를 후보자들에게 제공하고, 선거인 명부가 확정된 16일부터 선거일 전날인 22일까지를 선거운동 기간으로 정했다.
하지만 허 후보와 신문선(67) 후보가 즉각 반발했다. 두 후보는 선거일을 23일로 재지정한 선거운영위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후보는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앞에서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7일 선거 금지가처분이 인용된 시점으로 선거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선거운영위는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9일 후보 측 관계자와 축구협회 관계자가 모여 진행한 토의에서 선거운영위가 제시한 내용은 일방적인 일정이었고, 동의를 강요하는 분위기였다. 정몽규 집행부의 선거운영위는 즉시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발이 커지자 결국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는 같은 날 위원 전원이 사퇴했다. 그러면서 “선거 기간 여러 차례 근거 없는 비난과 항의가 제기됐다. 선거운영위가 정상적으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심사숙고 끝에 위원 전원의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3일 예정됐던 선거 일정도 모두 백지화됐다. 축구협회는 “선거운영위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선거 일정은 취소됐다. 협회는 선거운영위의 재구성 문제를 포함해 추후 회장 선거 진행의 전반적인 관련 사항을 논의해 다음 주중 다시 알리겠다”고 전했다.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새 선거운영위부터 다시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거운영위 재구성만 해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선거인단 명부 작성을 위한 선거인단 재추첨도 아직 하지 못했다. 문제는 선거인단 전체 대상이 축구협회 회원 15만 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고, 이후에 각 후보자 대리인이나 제3자 참관 아래 선거인단 추첨을 진행해야 한다. 아무리 속도를 낸다고 해도 20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많은 축구팀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나가 있는 탓에 동의서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신 후보와 허 후보 모두 중앙선관위에 이번 회장 선거를 위탁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축구계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8일 중앙선관위에 선거 위탁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정관 제23조 7항을 보면 ‘협회는 선거 공정성 확보를 위해 소재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를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중앙선관위나 지역선관위에서 축구협회장 선거를 위탁 운영하더라도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는 필요하다. 즉 선거운영위가 다시 구성되지 않으면 위탁 선거 진행도 어렵다.
상황을 지켜보던 정 후보는 이번 선거의 중앙선거위 위탁에 대해 찬성했다. 그는 10일 “후보자의 한 사람으로서 축구협회에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진행을 촉구한다. 중앙선관위 선거 위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서두르지 않고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함과 절차적 투명성을 갖출 수 있도록 선거운영위를 재구성하고 선거 계획을 수립해 주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른 두 후보들을 향해서는 “근거 없는 비방을 멈추라”고 강하게 말했다. 정 후보는 “파행이 거듭돼 집행부의 부재가 장기화되며 축구협회에서 추진하던 사업들의 원활한 진행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데도 다른 후보들은 이를 전혀 우려하지 않고 근거 없는 비난과 허위 사실 주장으로 축구협회를 폄하하고 오로지 선거를 지연시키는 데 몰두하고 있다”며 “다른 후보자들에게는 근거 없는 비방을 멈추고 정책 중심의 경선 활동을 펼쳐갈 것을 제안한다. 저는 한국 축구 발전만 생각하고 정책 중심의 선거 운동을 펼칠 것이다. 파행에서 벗어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선거가 치러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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