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정지···‘전원 셧다운’ 가능성 제기

▲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 감식반이 8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사고 여객기 잔해물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기봉 기자 | 지난달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충돌 4분 전부터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와 충돌한 여객기 엔진의 파손으로 기체가 전원 셧다운(공급 중단) 상태가 되면서 기록이 끊겼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는 전날(11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사고기 FDR, CVR을 분석한 결과 항공기가 로컬라이저에 충돌하기 약 4분 전부터 두 장치 모두 자료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항철위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자료가 저장되지 않은 원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께 제주항공 비행기가 무안공항 활주로 끝단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트리트 둔덕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오전 8시 57분 무안공항 관제사는 사고기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경고했으나 기장은 2분 뒤인 8시 59분에 조난 신호(메이데이)를 외친 후 복행을 통보했다. 

항철위의 설명에 따르면, 블랙박스에는 기장이 메이데이를 선언한 뒤 고도를 높였다가 착륙을 시도할 때까지 상황을 담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

특히 이들 장치에 기장의 메이데이 선언 순간이 기록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기록이 중단되는데, 당시 사고기에는 비상용 배터리 역할을 하는 보조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고기의 전파 기반 항공기 추적 시스템(ADS-B)도 8시 58분 50초를 끝으로 정보 송출이 끊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원 셧다운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항철위는 사고 순간을 재구성하기 위해 무안공항 관제 기록과 사고 순간을 담은 영상물, 현장 잔해 부품 등의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항철위는 사고 현장에서 CVR과 FDR을 수거한 뒤 지난 6일 워싱턴 NTSB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이들 장치는 항철위 조사관 2명의 입회하에 자료 인출과 분석이 이뤄졌으며 조사관들은 오는 13일 귀국해 국내에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항철위 관계자는 “조사는 CVR과 FDR 자료만이 아닌 다양한 자료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이뤄진다”며 “자료 저장 중단 원인이 엔진 동력 상실인지 연결 케이블 장치 오류인지 등을 밝히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가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현장조사 완료 시점, 공청회, 그 외 필요한 경우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고 조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