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지난달 26일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당장 오는 3월부터 도입 예정이던 AI 디지털교과서에 제동이 걸렸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하면 학교는 의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0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교육 현장과 업계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정책적 도입” vs “교육자료로 일단 활용”…전국 시도교육청 뚜렷한 입장차 =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지난 6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습 자료가 풍부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교육자료로 그대로 유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정책적 입장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임종식 경북교육감도 앞서 지난달 30일 “인공지능 시대, 디지털 대전환의 불확실한 시대에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심화하고 있어 공교육에서 AI 교과서의 도입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교육자료로 규정되더라도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교육부와 함께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더라도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반면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7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AIDT를 교육자료로 먼저 효과를 검증한 뒤 교과서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국회에서 개정한 법률의 정신을 존중한다”고 밝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역시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 현장은 법령 없이 움직일 수 없으므로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육자료로 활용된다는 근거 아래 현장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17일 AI 디지털교과서 청문회를 개최하고 검증에 나선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일부 시도 교육감, 에듀테크 업체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 “교육부, 교육청만 바라보는 중”…현장 교원·에듀테크 업계 ‘비상’ = 당장 오는 3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은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방학을 맞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교원 A씨는 “교육청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내려온 공문은 따로 없지만 학교장 재량에 따라 다음 학기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보조 교과서로 활용할 예정이다. 타 지역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학교마다 도입할지 안 할지 제각기 다른 입장을 보여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3~4학년은 올해 새로운 교육과정도 가르쳐야 하는데, 교원들도 AI 디지털교과서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용한다고 해도 단원 평가 등의 활동에 보조적으로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A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하면서 도입 시 발생하는 비용 측면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보조 교과서로 채택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존에 체험학습으로 쓰이던 예산이 AI 디지털교과서로 이동했다”며 “교원들도 AI 디지털교과서가 익숙하지 않고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 교육받은 것이 전부인데,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해야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학생 수에 따라 비용이 측정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있는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더욱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A교사의 설명이다.
A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체계적으로 도입하려면 디지털 튜터도 학교 차원에서 미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러한 소식은 듣지 못했다”며 “보조 교과서로 도입한다고 해도 바로 다음 학기부터 적극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란스러운 것은 에듀테크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 에듀테크 기업의 관계자는 “현장은 굉장히 혼란스럽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어떻게 쓰일지 현재까지도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들 혼란스러워한다”며 “작년부터 디지털튜터 양성 등에도 준비를 해왔는데, 예산이 교육청에 편성이 돼야 사업 공고가 나고 마저 진행이 될 것 같다.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고 교육부, 교육청의 정책에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교과서 제작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돈을 투자하고 제작해 놨는데,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1월까지는 이러한 혼란이 지속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AI 디지털교과서 발행 및 개발사들은 오는 13일 AIDT의 교과서 지위 유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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