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꽃다발·외식 대신 집밥, 고물가 덮친 졸업식 풍경

중고 꽃다발·외식 대신 집밥, 고물가 덮친 졸업식 풍경

르데스크 2025-01-10 17:39:54 신고

3줄요약

전국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 시즌이 다가오며 예년과 다른 졸업식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졸업식은 학교생활을 함께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나누는 자리지만, 고물가의 영향으로 선물받은 꽃다발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하거나 외식 대신 집에서 졸업을 축하하는 모습이 점차 늘고 있다.

 

졸업식 시즌이 시작되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꽃다발을 거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졸업식에서 받은 꽃다발을 처치 곤란으로 여긴 사람들이 중고거래 어플을 통해 이를 판매하고 있다.

 

10일 기준,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졸업식 행사 당일 사용했던 생화 꽃다발을 정가 이하로 판매한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오늘 아침에 졸업식 참석을 목적으로 구매했으며 졸업식 종료 후 구매 가능하다"는 내용과 함께 꽃다발 사진을 게시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판매자는 퐁퐁 국화 등 최소 3종류의 꽃으로 꾸며진 꽃다발 사진을 올리며 "5만원에 구매한 꽃다발을 절반 가격인 2만50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꽃집에서 5만~6만원에 판매되는 꽃다발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절반 이하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상태가 좋은 꽃다발은 빠르게 새로운 구매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꽃다발의 모습. [사진=당근마켓 갈무리]

  

심지어 중고거래로 구매한 꽃다발을 다시 판매하는 '재당근' 사례도 발견됐다. 한 판매자는 "졸업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당근마켓에서 구매했다"며 "재당근인 만큼 1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고, 해당 꽃다발은 곧바로 새로운 구매자를 찾았다.

 

꽃다발이 중고거래 시장에 나오게 된 주요 배경으로는 출하량 감소와 고물가로 인한 꽃 가격 상승이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프리지아의 평균 경매 가격은 1단당 4732원으로 1년 전보다 41.6% 상승했다. 장미와 거베라 등 다른 꽃들도 각각 43.2%, 58.8% 상승해 고물가가 꽃다발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외식 대신 집에서 졸업식을 축하하는 모습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졸업식을 마친 뒤 가족들이 함께 자장면 집에서 식사를 하며 소소하게 축하하는 문화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식 대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축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6일 고등학교 졸업식을 치른 자녀를 둔 송환희 씨(52)는 "졸업식을 마친 후 집에서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처음에는 스테이크 집에서 외식을 계획했지만, 곧 동생의 초등학교 졸업식도 있어 비용 부담이 커져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에서 차리게 됐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 [그래픽=주예진] ⓒ르데스크

 

졸업 선물과 축하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보통 친한 친구의 졸업식에 참석해 선물과 꽃다발을 주고받지만, 몇 년째 지속된 고물가로 인해 예전과 같은 선물을 준비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던 친구 졸업식에 방문한 최은선 씨(27·여)는 "워낙 친한 친구라서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꽃이랑 화장품해서 약 10만원 정도를 지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곧 다른 친구도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선물과 꽃을 알아보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꽃 가격도 너무 많이 비싸진 느낌이 들고 선물 가격도 비싸져 같은 예산으로는 좋은 선물을 사줄 수 없어져서 어떤 선물로 축하해줘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생에 단 한 번 맞이하는 졸업식도 마음껏 즐기지 못 하게 만드는 이런 모습은 고물가가 만들어낸 사회의 쓸쓸한 단면인 것 같다"며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런 모습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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