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K-반도체, AI 르네상스 속 중대 기로에 서다

[뉴스락 특별기획] K-반도체, AI 르네상스 속 중대 기로에 서다

뉴스락 2025-01-10 15:04:57 신고

3줄요약

[뉴스락]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HBM 시장이 2029년까지 377억 달러 규모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의 95%를 장악하며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 강화와 정치적 불안정성, 반도체특별법 표류 등 3중고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중국제조 2025' 계획이 86% 달성되면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K-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역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2043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의 8.8조원 규모 지원책은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대규모 지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뉴스락>은 K-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존 전략을 분석한다.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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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9억달러 수출 신기록...AI가 쏘아올린 韓 반도체 르네상스

(왼쪽부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한국 반도체 산업이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2024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달러(약 206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AI 시대 도래와 함께 HBM이 고성능 AI 및 데이터센터용 GPU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으며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PwC컨설팅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DRAM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AI 시대 도래와 함께 HBM이 고성능 AI 및 데이터센터용 GPU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으며, 2028년까지 연평균 매출 58% 성장이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현재 전체 반도체 시장의 10%대 초반에서 향후 25~3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세계 HBM 시장의 95%를 장악하며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다.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12단 적층 HBM3E 양산을 시작했으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독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 최대 용량인 48GB 16단 적층 HBM3E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HBM 생산량을 작년(2023년) 대비 2.9배 확대하고, 8단 적층 HBM3E를 3분기부터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섰다.

차세대 AI칩 '마하-1' 개발을 통해 네이버와 1조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협력해 로직 공정을 도입하며, 삼성전자는 현재의 2TB/s 대비 66% 향상된 대역폭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산업 '퍼펙트 스톰'... 美 규제·中 공세·정치불안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뉴스락 편집]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뉴스락 편집]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AI 특수로 활황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발 수출규제와 국내 정치 불안, 중국발 저가 공세라는 3중고에 직면했다.

업계는 이러한 복합 위기가 단기 실적 악화를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일 발표한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제재 확대 조치로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 특히 중국 HBM 시장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공급을 위한 품질 테스트 과정이 장기화되면서 대체 시장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의 GDDR7 공급사 혼선은 한국 반도체 업계의 위상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7일 CES 2025에서 차세대 그래픽카드 RTX 50 시리즈를 공개하며 마이크론의 GDDR7 메모리 탑재를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삼성전자가 초도 물량을 공급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래픽메모리를 안 만드는 것으로 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안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가했다. 지난달 27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며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됐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한국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창신메모리와 푸젠진화 등이 50% 이상 낮은 가격으로 DDR4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창신메모리가 2026년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D램 시장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따른 파격적인 조건 제시로 한국의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까지 약 5.4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외부적, 내부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회에서의 법안 논의마저 중단된 상태"라며 "기업과 정부의 움직임에 비해 대응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K-반도체 "300조 규모 지원 절실한데"...정치권은 '제자리걸음'

한국공학한림원은 지난달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뉴스락]
한국공학한림원은 지난달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뉴스락]

반도체 산업이 국가 존립을 좌우하는 전략물자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은 정치권 대립으로 반도체특별법이 표류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고립되고 있다.

주요국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책을 쏟아내는 동안 한국은 여야 갈등으로 8.8조원 규모의 미미한 지원에 그치고 있다.

중국이 3440억위안(약 68조원) 규모의 3기 빅펀드를, 일본이 2030년까지 10조엔(약 92조원) 투자를 선언한 가운데 미국도 527억달러(약 77조원) 규모의 반도체법으로 자국 기업 지원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정치권 대립으로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특히 인도가 최근 300억달러(43조원) 규모의 반도체 육성책을 발표하고, 베트남도 100억달러(14조원) 규모의 지원을 검토하는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김용관 삼성전자 DS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사업의 위상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 국가 안보 핵심 자산인 반도체에 미국, 중국 외에 인도 등 신흥 국가들도 뛰어들어 사활을 걸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법안의 핵심 쟁점은 R&D 직군의 주52시간 규제 적용 예외다.

대만 TSMC가 노사 합의로 하루 12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한 반면, 한국 기업들은 엄격한 근로시간 제한으로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대재해처벌법과 화학물질관리법 등 중복 규제를 정비해 기업과 사회적 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연구개발 인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주52시간 근무제의 완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제는 정부가 소부장 업체에게 지원하고, R&D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분수효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8.8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으나, 한경협은 "미국·중국·일본이 수십조를 지원하는 동안 한국은 0원"이라며 실효성 있는 지원을 촉구했다.

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는 2043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만의 TSMC와 같은 국가 주도 파운드리 기업 'KSMC' 설립을 제안하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혁재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적절한 대응에 실패할 경우 K반도체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도태되고,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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