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주선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를 벌이는 ‘반공청년단’이 스스로를 ‘백골단’으로 지칭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백골단은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 하얀 헬멧을 쓰고 폭력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던 사복 경찰부대를 부르는 별칭으로 김 의원은 “백골단이란 이름을 들은 적 없고, (단체가 착용한) 하얀 헬멧은 방어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백골단의 의미를 모르냐”는 비판이 쏟아지며 김 의원의 제명안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계엄 선포도 모자라 5공 시대 백골단까지 등장시켜”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백골단(반공청년단)'을 국회로 부른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제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제2의 내란"이라며 "이분들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게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것은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 위해 오늘 제명안을 발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함께 '국회 윤리위에 제소도 하냐'는 질문에 "맞다"라며 "이 부분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내란 숙주 윤석열에 기생하는 내란 기생 정당인가”라며 “민의의 전당, 국회에 폭력 집단 백골단까지 끌어들였다”라고 비판했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이날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하는 것도 모자라서 5공 시대에나 있었던 백골단이 다시 등장할 줄을 꿈에도 몰랐다”라며 “논란이 거세지니까 김 의원이 백골단 사태를 민주당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가짜뉴스를 SNS에 공유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시작했다”라고 비판했다.
한 최고위원은 이어 “김 의원과 가짜뉴스는 당 차원에서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백골단 여러분들은 청년의 창창한 미래까지 바쳐가며 지킬 정도로 윤석열이 가치 있는 인물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라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백골단을 모르겠느냐”면서 “윤상현·김민전 등은 역사와 국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80년대 학번으로 민주화 운동 시기에 백골단이 수행했던 독재와 폭력, 집단적인 린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국회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박창진 부대변인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백골단은 이승만 정권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빌미를 만들어 준 정치 깡패 집단이었고, 80·90년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사복 경찰”이라며 “이런 백골단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는 미치광이, 바보 같은 사람들을 누가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웠냐”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김상욱은 나가라면서 김민전은 옹호하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백골단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몽니로 경찰과 대통령 경호처 등 공권력 간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고, 무엇보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 국민들 사이의 대립이 격화할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상황에서 김민전 의원은 여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로 활동하는 단체를 국회 기자회견장에 데리고 와서 그들을 홍보해준단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백골단'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의 용어인지 정말 모르느냐"면서 "이건 분변을 못 가리는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는 김상욱 의원은 나가라고 등 떠밀면서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김민전 의원은 옹호할 것이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개혁신당의 조응천 총괄특보단장도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의원도 80년대 초반 서울대를 다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시위가 벌어지면 헬멧 쓴 사복 경찰관들이 몽둥이 들고 때린 것을 다 안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에선 천하람 원내대표도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총을 든 군인이 와서 국회 내에서 무력 충돌까지 있었던 상황에서 백골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무력으로 경찰을 막겠다고 이야기하는 청년들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운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실격”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백골단 부활 국회 기자회견 소개 의원”이라며 “김.민.전.”이라고 그의 이름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기자회견 주선 적절치 않았지만…징계 사유 해당 안 돼”
이 같은 야권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의원이) 본인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기에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백골단 사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자 “백골단이 명칭이나 실체에 대해서 불분명하다”면서도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의 행동과 윤상현 의원의 전광훈 집회 참여 등이 비판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권 원내대표는 “개별 의원 행동에 대해서 본인들이 다 헌법기관 일원으로서 거기에 맞춰서 했다”며 “거기에 대해 언급할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정훈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개별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당 지도부에 허가를 받는 경우는 없으며 당의 입장이 아닌 것은 너무 당연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 부총장은 김 의원이 백골단인걸 알았다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하며 “김 의원이 그런 판단조차 못할 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갑제 “백골단 의미 몰랐다면 충격적” 김웅 “김민전, 주무시기만 해라”
국민의힘이 김 의원을 옹호하고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보수원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김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의원이) 백골단이라는 존재를 몰랐고,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고 한 것이 충격적이었다”라며 “백골단이 내세우는 게 반공인데 반공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반공이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게 어떻게 반공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반공만 해서도 안 되고 자유만 해서도 안 되고 반공 자유가 섞여 있어야 되는데 김 의원은 기본적인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계엄령 선포로) 당이 망해 가는데, 진짜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름을 지어도 백골단이 뭐냐,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을 앞장서 탄압한 그런 부대 아니냐"며 "우리당이 전체주의적 망동에 사로잡혀 있는데 누구도 지금 컨트롤을 못하고 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김민전 의원은 주무시기만 하시면 좋겠다"라며 김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졸고 있는 장면을 비꼬았다.
신남성연대 “한남동 집회 2030들은 백골단 몰라…왜 빌미 주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반공청년단(백골단)' 조직을 두고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2030 세대 전체 여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남동 대통령 탄핵(체포)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배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진행한 긴급 라이브 방송에서 "단 한 번도 우파 유투버와 싸운 역사가 없지만 지금은 다르다. (백골단을 결성한 자들은) 빨리 사태 파악을 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남동 집회에 나온) 2030들은 백골단이 뭔지도 모른다. 왜 모두가 백골단에 동의하는 것처럼 언론에 소개하느냐"며 "지금 (백골단 관련) 쏟아지는 뉴스 기사들 모두 (댓글로) 정화해야 한다. 이준석까지 물고 늘어지는데 왜 빌미를 주느냐"고 덧붙였다.
배 대표는 "시위 현장에서 절대 싸움이 일어나면 안 된다. 우리 목적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2030세대가 한남동에 많이 모였다는 걸 알리려는 목적"이라며 '백골단' 문제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2030을 갈라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민전 “백골단 기자회견 주선 송구…尹 지지 청년 입장 다 못 읽어”
앞서 반공청년단은 지난 9일 오후 1시 국회에서 김 의원의 주선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민주노총의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인 청년들”이라며 “지도부는 청년들의 정식 명칭을 '반공청년단'으로 부르기로 결정하였다.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김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공청년단 기자회견 입장문’에서 “다수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의 입장을 제대로 읽지 못함은 물론, 기자회견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은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 집회에서 만났던 청년들의 요청에 따라 추진했다. 김민전 의원은 한남동에서 만났던 여러 청년들의 열정에 감동해 이들을 돕고자 하는 선의에서 이번 기자회견을 주선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다수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집회가 조직화되지 않기를 원하며, ‘반공청년단’이라는 명칭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백골단’이라는 명칭 역시 좌파에 명분을 줄 수 있는 표현이라며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자발적 평화적 시위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폭력적 시위단으로 왜곡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됨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