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이 지난해 연이은 금융사고로 불거진 사퇴 압박에도 자리를 지켜낸 가운데 올해 그룹 최대 목표는 신뢰 회복이다.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쇄신안을 중심으로 내부통제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내부통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조직 화합도 중요하다.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근원적인 내부통제 혁신을 위해서는 윤리적 기업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계파 문화 청산에도 적극 나선 배경이다.
지난해 내부통제 문제로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 등의 성과에도 비은행 강화라는 숙원 과제에 크게 힘을 싣지 못했다. 업권별 경쟁력 확대로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올해는 “신뢰받는 우리금융의 새 역사를 쓸 때”다.
내부통제 혁신 최우선
지난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건을 비롯한 각종 금융사고로 온갖 풍파를 겪은 임 회장에게 국정감사장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사퇴론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던 가운데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임 회장은 사퇴 고비를 넘겼고 당국 제재도 연기되면서 위기를 피했다.
올해 임기를 이어가게 된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대로 멈춰 절벽 끝에 계속 서 있을 수 없다”며 “지난 사건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반성, 껍질을 깨는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신년을 맞은 임 회장에게 우리금융에 대한 ‘신뢰 회복’은 가장 중요한 숙제다. 임 회장은 2025년 그룹의 경영 목표도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정했다. 임 회장은 내부통제 체계 전반의 혁신을 강조하며 “내부통제 혁신안을 철저히 마련하고 신속히 이행하겠다”라고 언급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국감에 나와 쇄신안 이행을 선언한 임 회장은 새해부터 이를 뒷받침할 전면 시행에 나섰다. 이중 임원 친인척 개인 신용정보 등록은 예민한 사안이지만 금융권 처음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임 회장의 결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신뢰 회복 위한 윤리적 기업문화
내부통제와 더불어 임 회장이 강조한 건 윤리적 기업문화다. 이는 신뢰 회복과 직결된다. 임 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안에 윤리적 기업문화를 올바르게 정착하는 것이다”라며 “기업문화가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들어 우리금융은 윤리경영 및 경영진 감찰 전담조직인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검사 출신 법조인 이동수 윤리경영실장을 영입했다. 지난해 100억대 직원 횡령과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로 경영진까지 교체된 우리금융이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세운 조치다.
그룹 내 계파 갈등도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아온 요인으로 지목돼온 만큼 우리금융은 최근 계파 청산을 위한 조치도 시행했다. 임 회장은 지난 5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우리은행으로 통합된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동우회를 26년 만에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시켰다.
앞서 우리은행은 계파 갈등 문제로 인해 행장직까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맡는 관행을 이어왔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파벌 문화로 인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우리금융은 이를 연초부터 손본 셈이다.
도약 전제는 신뢰 회복
내부통제‧윤리강화에 이어 임 회장은 자회사 업권별 핵심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해 그룹의 성장과 수익 기반을 확대해 나가자고 강조한다. 비은행 부문 강화는 5대 금융지주 중 은행 수익 의존도가 90%를 넘는 우리금융의 오랜 과제다.
그간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부실로 비은행 강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8월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고 동양‧ABL생명보험사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열의를 보였지만 이후 또 한번 드러난 금융사고에 잡음이 컸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이 발견되면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된 가운데 현 경영진까지 수사대상에 확대되자 보험사 인수는 불투명해졌다. 우리투자증권 또한 출범 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투자매매 예비인가를 지난해 신청했지만 본인가 취득이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문제가 모두 봉합된 상태는 아니지만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탄탄한 도약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단 도약을 위한 그룹 시너지 극대화와 경쟁력 제고는 내부통제 개선 등을 통한 신뢰 회복이 바탕 돼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말뿐이 아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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