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나라 기자] 카드업계가 경기침체와 카드 수수료가 인하로 인한 업황 악화가 예상되자 연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카드사들은 잇따라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를 없애는 한편, 희망퇴직을 실시해 인건비 줄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신한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가 이달 초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KB국민카드의 희망퇴직은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또한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등도 희망퇴직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는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직급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월급여를 지급했다. KB국민카드 역시 정확한 희망퇴직 조건을 밝히진 않았지만 신한카드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제2의 인생설계 기회를 부여하고, 조직의 인력구조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희망퇴직 실시했다"면서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경기침체로 카드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내달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선제적인 비용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 2월부터 연 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기존 0.5%에서 0.4%로 0.1%포인트(p) 인하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두고 연 2400억원 규모의 수수료 감축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카드사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부활했던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역시 몇 개월 만에 다시 자취를 감췄다.
신한카드는 무이자 할부 혜택을 3개월로 축소했으며 우리카드와 BC카드도 지난달까지 제공했던 6개월 무이자 할부를 4개월로 줄였다. KB국민카드는 백화점 업종에서의 무이자 할부 기간을 5개월에서 3개월까지로 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카드사 중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앞으로 카드사들의 긴축경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참사가 이어지면사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달보다 12.3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엄과 항공기 사고가 소비가 증가하는 때인 연말·연초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카드업계는 앞으로의 상황을 더욱더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카드사들은 인력감축 및 혜택축소 등을 통해 비용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용줄이기와 더불어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외에 해외결제, 데이터 등 새로운 영역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카드론 등 대출 사업 역시 카드사에게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는 만큼, 올해 카드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