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거위털 패딩 알고보니 '오리털'…눈속임 급증, 왜

비싼 거위털 패딩 알고보니 '오리털'…눈속임 급증, 왜

이데일리 2025-01-10 06:15:06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패딩 충전재 혼용률 문제가 국내 패션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구스다운(거위 솜털) 제품이 실제로는 오리털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등 소비자 기만행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중소업체뿐 아니라 대기업 제품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환율로 거위털 등 수입 재료가 비싸진 상황에서 자칫 이런 행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패딩 제품을 입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거위털 80% 표시해 놓고 오리털이 70%라니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패션브랜드 ‘후아유’의 구스다운 점퍼(상품번호: WHJDE4V37U) 제품의 거위 털 함량이 80%라고 표시된 것과 달리 거위 털 30%와 오리털 70%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스다운 점퍼는 거위털 함량이 80% 이상이어야 한다. 고급 재료를 썼다는 구스다운 제품이 알고 보니 가성비 좋은 덕다운 제품이었던 셈이다.

이랜드월드는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문제가 된 제품 판매를 즉시 중단했다. 현재 유통 중인 제품 전량에 대해서는 회수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랜드월드는 조동주 한국패션부문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도 냈다. 조 대표는 사과문에서 “후아유의 제품이 약속한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랜드월드는 해외 생산 파트너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미얀마에서 생산을 담당 중인 협력사의 품질보증서만 믿고 판매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며 “해당 업체가 거위털과 오리털 등 원재료도 직접 구매해 제품을 제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전액 환불과 함께 동일 금액의 마일리지를 추가로 지급해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다운 제품 혼용률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무신사 입점사 인템포무드는 최근 상품 정보에 기재된 패딩 충전재 혼용률이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전액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인 라퍼지스토어도 덕다운 제품의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해 무신사에서 퇴점할 예정이다. 라퍼지스토어는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 제품에 ‘오리솜털 80% 사용’이라고 표기했으나 실제 사용량은 약 3%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다운 표기를 하려면 제품의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이들 업체는 자체 품질 검수 조사를 깐깐하게 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강조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3일부로 패딩·코트류를 중심으로 소재 혼용률 상세정보 집중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이슈가 된 다운·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가 들어간 아우터가 대상이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도 “현재 후속 검수 조치를 논의 중”이라며 “검수 체계를 2차 3차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치솟는 고환율에 저가 의류 악용 사례 증가 우려”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옷에 어떤 충전재를 넣었는지 사실상 표기 이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현재 의류 소재 검사 방식은 전적으로 제조·판매업체가 담당한다. 국가인증통합마크(KC인증) 제도도 있지만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충전재 함량까지 검사가 이뤄지기는 힘들다. 실제로 논란이 됐던 후아유 구스다운 제품 역시 KC인증을 받았던 제품이다.

특히 최근 고환율 사태가 덮치며 소비자 기만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의류에서 쓰이는 거위털 등 원재료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표기를 속이는 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패션 업계에 따르면 거위털 가격은 지난 6개월 동안 30%, 오리털 가격은 같은 기간 20% 이상 각각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업체의 경우 이런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수입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격도 올리기 어려워 이를 충분히 악용할 여지가 있다”며 “대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해 이런 경우가 드물겠지만 저가 의류에서는 이런 기만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패션 업체 관계자는 “사실 이랜드월드의 이번 충전재 혼용률 문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이랜드가 해외 파트너사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의도적으로 혼용률을 조절했다면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표시 기준 위반 등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 기관 시험성적서 강제 등 규제를 늘리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KC인증, 시험성적서 강화 등 방안은 중소업체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자칫 의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표시 기준 위반에 따른 처벌 기준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