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최전선에서 각자만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2025년이 더욱 기대되는 영 크리에이터 6인.
미디어 아티스트 김건우 에스파의 <Drama>와 <Supernova>, 키의 <Pleasure Shop> 등 여러 뮤직비디오에 VFX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건우입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보통 CG나 VFX라고 표현을 하는데, CG는 컴퓨터 그래픽스(Computer Graphics)의 약자고 VFX는 비주얼 이펙트(Visual Effect)를 줄여서 부르는 단어거든요. 상황에 따라 통용되는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컴퓨터라는 기기를 활용해 시각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 봐주시면 될 거 같아요.
뮤직비디오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손승희 감독님이 디렉팅한 샤이니 키의 <Good & Great> 뮤직비디오에 VFX 디자이너로 참여한 게 첫 시작이었어요. 그전에 쌓아왔던 작업물들을 보고 VFX 헤드 디자이너인 자뮤 실장님께서 연락을 주신 거죠.
에스파의 뮤직비디오에 두 번 참여했어요. 2024년에는 <Supernova>를, 그전 해에는 <Drama>를 함께 했죠. 어떤 장면을 맡아서 진행했나요?
주로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해요. <Supernova>에서 카리나가 차 위에 떨어지고 윈터가 돌고, 날아가는 장면을 만들었어요. 각 인물의 외형과 입고 있는 옷을 3D로 만든 후 모션을 주어 영상에 집어넣는 거죠. 7초 정도로 아주 짧았는데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에게 각인이 많이 됐던 거 같아요. 물론 기획 자체가 엉뚱해서 재미있는 거긴 하지만요. <Drama>에서는 윈터가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면서 백 텀블링을 하는 장면을 만들었고요.
샤이니 키의 <Pleasure Shop> 뮤직비디오에서 많은 장면을 맡으셨잖아요.작업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해 줄 수 있나요?
먼저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키의 모습을 스캐닝(scanning) 해요. 그 데이터를 가지고 3D 모델링 작업에 들어가죠.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게 약간의 미화도 들어가고요. 그리고 그 장면 속에서 해야 하는 움직임을 만들었어요. 키뿐만 아니라 댄서들의 모델링도 필요했어요. 카메라 4대로 안무를 하는 댄서를 찍었고, 촬영본을 데이터화해 춤추는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작업 비중이 컸던 만큼 마음가짐이 달랐을 거 같아요.
책임감이 컸어요. 많은 장면을 맡은 건 처음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가늠이 안 가기도 했었고요. 작업을 하면서 부랴부랴 팀원을 충원했을 정도니까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웃음)
그 스트레스는 시간의 압박인가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압박인가요?
시간의 압박인 거죠. 촬영이 들어가는 동시에 ‘우리 이날 내보냅니다’하고 던져버려요. 그때까지 시간과 싸우는 거예요.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고, 거기에 따라 뮤직비디오 감독도 설득해야 하죠. 가장 중요한 거는 저를 설득해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중들을 설득하는 일이 남아있는 거고요.
‘대중들을 설득하는 일’이라는 말이 와닿아요.
어쨌든 작업은 보여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 있어서 악평이든 호평이든 별로 흔들리지 않아요. 제 작업에 대한 평가는 제가 마칩니다. 다만, 대중의 피드백을 참고할 필요는 분명히 있고 그게 작업자로서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K-팝 산업의 특징이 있다면요?
기술적인 부분에서 보면 뮤직비디오가 조금 더 자유롭습니다. 쉽게 영화와 비교해 이야기를 하자면 영화에서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CG 장면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해요. 영화는 사실적인 것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죠. 그에 비해 뮤직비디오는 이 사실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유동적인 부분이 많다고 느껴요. 기술 결함을 ‘감각’이라는 단어로 대체할 수도 있고요. 마치 이게 멋인 양 의도된 것처럼요.
기술의 발전에 따라 K-팝에서도 발 빠르게 가상에 관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2024년은 특히 버추얼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 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버추얼 아티스트에 대해 거부감이 느껴지는 건 여태 그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 보면 그런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았어요. 좋아하는 캐릭터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같은 IP 캐릭터들도 있고, 보다 실사에 가까운 캐릭터들도 있어요. 접근의 차이인 것 같아요. 캐릭터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오는 괴리감이 분명 있거든요. 버추얼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행동이 사람과 너무나 비슷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불편함도 잠깐이라고 생각해요. 캐릭터라는 것도 처음 발명되었을 때 그저 귀엽기만 했을까요? 우리의 눈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지고, 또 익숙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대가 원하게 된 거죠. 버추얼 아티스트를 제작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럼에도 열심히 시장에서 활동을 한다는 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겠죠.
개인 작업에서는 보기 불편한 이미지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고 계속해서 노출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불쾌감을 주는 무언가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기준에서 불편함은 재미있고, 신선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사한다고 생각해요. 불편함은 흔하지 않은 감정이니까요.
대중성이 강한 K-팝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안에 본인이 가진 마니아적 부분이 새롭고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거든요.
제 개인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에스파의 <Supernova> 뮤직비디오의 장면처럼 엉뚱한 의뢰가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대중적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들이 반대로 대중적으로 맞아떨어진 경우가 아닐까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2025년도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목표가 없어요. 목표를 잡으면 그걸 이루어야만 될 거 같고, 하지 못하면 마치 쓸모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니까요. 제가 몇 년간 사용하고 있는 그래픽 툴이 있어요. 보통의 작업자들은 그런 툴을 1년씩 구독하는데, 저는 모든 툴을 딱 한 달만 구독해요. 언제든 이 툴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마음인 거죠. 그러니까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아요. 세상에는 갑작스러운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AI의 발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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