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에너지와 국방, 통신, 항공 같은 국가기간산업에서 고려아연처럼 산업을 책임지는 기업을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인수합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국익을 고려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한편, 미국과 일본처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역할과 역량을 대폭 강화해 중국이나 외국의 지분투자와 M&A를 통한 기술 유출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민병덕·강선우·강준현·권향엽·김남근·김원이·김태선·박상혁·박희승·서영석·이정문·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 14명의 의원들이 공동으로 8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남근 의원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정상화하는 노력보다는 비용 절감에 매몰돼 노동자를 대거 해고하고 단기수익을 극대화하는 폐해들이 지적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하거나 경제적 약자를 어렵게 하는 부분에 대해 사회적 통제나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을 잡고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해서 큰 우려를 나타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MBK와 영풍이 가져갈 경우 영풍의 그린워싱 전략에 의한 고려아연 기업 훼손, 공급망 혼란, 경제안보 위협, 단기성과 추구에 따른 고용 불안과 기술 유출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은, 인듐 등을 생산하는 비철금속 부문 세계 1위 기업이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발제자로 나선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고려아연은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MBK가 경영권 분쟁에 들어왔다”며 “이게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1%로 나타났다”며 “사모펀드가 자신들의 책임과 역할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지 못하면서 ‘부도덕한 투기자본’이라는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적대적 M&A의 목적이 단기 차익 실현일 경우 기업의 장기 성장보다는 즉각적인 수익 실현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 관련 기업을 인수할 때 고용 유지, 국부 유출 방지 조치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MBK와 영풍에서 고용 안정에 대해 걱정 말라고 하지만 근로자들은 매일 숨 막히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 추진으로 현재 고려아연 노동자들이 크게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정문 의원은 “고려아연 사태에서 드러났듯 사모펀드의 단기수익 추구가 국내 기업 생태계와 노동자의 권익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는 개별 기업의 경영권 분쟁 사안으로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안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최성호 경기대 행정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고려아연 문제는 경제안보·산업정책 관점에서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결여돼 있다”며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인재·핵심자산 유출 방지를 포함한 산업정책 종합전략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적대적 M&A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2016년 당시 미국 기업이 캐나다 우주기업 MDA를 인수할 당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MDA의 해외 매각을 막았다”며 “국가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해 연기금을 운용해야 하고, 항공‧해운‧철도‧방산 등 전략적 중요성이 상당한 산업에 대해서는 경제안보를 지킨다는 차원에서 국민연금이 일정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환 교수는 “국민연금이 국가기간산업 보호에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통해 주주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고려아연도 국가기간 산업을 영위하고 있어, 연기금이 산업 보호를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서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을 4.5% 보유하고 있다.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적대적 M&A 성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데, 현재 MBK와 영풍 측 지분율은 41%가량,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34%가량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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