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권성동 원내대표로부터 탈당을 권유받은 것과 관련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비록 소수지만, 남아서 당이 바른 길로 가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헌법과 국회법, 당헌·당규에 국민의힘은 당론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표결하게 돼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권 원내대표께서 저에게 탈당하라고 하신 말씀은 추정컨대 탈당 요구보다는 당론을 좀 더 무겁게 많이 고민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켜가는 데 반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비록 그 부분이 당론으로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따르지 못하는 것”이라면서도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당론을 따르지 않은 적이 지난해 12월 말고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독재를 시행했던 윤석열 대통령을 빨리 제명 후 보수의 가치의 훼손한 사람들과 절연하고, 보수의 가치로 정통 보수의 길을 힘차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징계한다면 가장 먼저 징계할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며 “당의 가치에 반하는 것을 단죄하지 못하는 것도 동조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전날인 8일 ‘내란 특검법’ ‘김검희 여사 특검법’ 국회 재표결서 찬성표를 던진 김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관련 보도가 쏟아지며 논란이 일자,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9일 오전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론이 결정되면 따라달라고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 차원이 아닌 지도부 차원서 탈당을 권유한 것이라고 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서 김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이냐 묻는 질문에 “지도부 입장에서 정해진 당론에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며 “당 차원서 이야기한 바 없고, 탈당을 권유한 게 아니다. 너무나 위급한 상황이니까 당론에 따라줬으면 좋겠다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탈당을 권유한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당론을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걸 확대 해석하지 말라. 탈당 권유라는 표현도 아니다. 탈당 권유라는 표현을 쓰시면 너무 나가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를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별거 아닌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당을 이끄는 원내 사령탑이 초선 의원에게 ‘당론을 따르지 않으면 탈당하라’고 압박한 것을 ‘별거 아닌 얘기’라고 축소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신 수석대변인의 평가절하와는 달리 실제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강경 대응을 두고 ‘집안 싸움’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6선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국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더 들어줄 것인지 저잣거리에 나가서 한번 물어봤으면 좋겠다”며 김 의원을 응원했다.
조 의원은 “당명이 국민의 당이지,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의 당이 아니지 않느냐”며 “김상욱 의원이 그나마 (권 원내대표보다)상대적으로 양심에 따라 투표한 모습이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반면 김용태 최고위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김 의원이 ‘정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탈당 권유를 반박한 것에 대해 “전체주의적이라는 발언을 하기 전에 의총장에 와서 본인의 의사를 말하고, 의원들 간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절차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지도부의 압박이 오히려 당내 분열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막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자신과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 소장파 의원들에 대해 “여러 의견들을 나눴다. 다들 좀 부담스러워하시는 부분들이 많다”며 “당론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 이번처럼 경우에 따라 탈당 요구까지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부담을 많이 느끼시고 노출을 좀 꺼리시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도부의 강경 대응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되려 소장파 의원들의 공개적인 반발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고, 결과적으로 당 결속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특별한 근거 없이 지위를 남용한 것 아니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권 원내대표의 탈당을 권유하는 행위는 삼류 조폭만도 못한 행위”라고 맹폭했다.
그는 “지지자라면 ‘당론을 어겼으니, 당을 나가라’는 얘기를 할 수는 있다고 보는데, 원내대표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 돈 뺏는 것보다도 못한 행위”라며 “윤 대통령의 탈당부터 권유해야 한다. 그럴 배포와 자신감도 없으면서 동료 의원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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