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현령 기자] 지난해 폭염과 장마로 인해 작황이 부진해 신선식품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로 인해 소비 패턴 변화가 발생하며 패션 카테고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유통업계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상기후가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물가 상승 지속성도 1980년~2000년보다 2개월이 더 길어졌다. 한국은행은 2023년 이후 이상기후가 물가 상승에 약 10%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대형마트들은 스마트팜 등을 활용해 이상기후에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외부 기후와 무관하게 생육 환경을 조절할 수 있어 급격한 기후 변화에도 물량과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스마트팜 상품은 날씨 이슈가 발생할 경우 대체 상품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마트·슈퍼는 차세대 농업 프로젝트 '내일농장'을 시작한다. 스마트팜 농산물, 신품종 농산물, 저탄소 농산물 등으로 기후 변화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슈퍼는 이번 프로젝트로 올해 안에 내일농장 농산물을 총 40여 개 품목, 150여 개 상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일농장 매출 비중도 전체 농산물 매출 비중 10%를 목표로 한다. 롯데마트는 내일농장 스마트팜 딸기, 내일농장 타이벡 딸기 등 4개 상품도 9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기존 스마트팜 운영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 애그테크(AgTech) 기업 ‘엔씽’과 협업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엔씽 스마트팜에서 뿌리채소를 재배한다. 로메인, 바타비아, 버터헤드, 바질 등 총 4종을 시작으로 현재 10여 종까지 확대했다. 설향 딸기도 김제, 부안, 담양 등 총 3곳 스마트팜 운영 농가에서 공급받는다. 최초에는 김제 제품만을 판매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부안, 담양까지 산지를 늘렸다. 이마트는 스마트팜 딸기를 차별화 상품으로 정해 고객들이 스마트팜 제품이라는 점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상품명에 표기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3월~5월 봄철 시즌 스마트팜 딸기 물량을 지난해 동기간 대비 20%가량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피라, 프릴아이스, 이자트릭스, 트리플수경채소 등 총 5종 스마프팜 채소를 취급하고 있다. 과일 산지도 다양화해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리스크를 줄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와 폭염 등으로 사과와 북숭아의 산지가 강상 북도에서 강원도로 북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사과 산지를 양구와 평창 등 강원 지역까지 넓힐 예정이다. 기존에는 무주, 충주, 문경, 거창, 영주 등에서 주로 공급받았다. 포도 산지도 영동, 김천, 상주에서 영월까지 확대한다. 제주에서 주로 재배되던 한라봉, 천혜양 등 만감류도 산지가 육지로 이동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연내 스마트팜 협력사를 추가 발굴할 계획”이라며 “열대과일인 패션후르츠 산지를 제주도에서 전라남도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과일 산지를 넓혔다. 지난해 추석 선물 세트로 강원도 철원에서 재배된 신품종 ‘러시 멜론’을 유통사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여름철 평균 기온이 높아져 고온성 작물인 ‘멜론’도 강원도 철원에서 재배할 수 있게 된 영향이다. 롯데백화점은 청과 품목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청송, 영주, 안동, 천안, 나주 등 산지도 조기에 확보했다. 올해 설 사전 예약판매 청과 물량도 20%가량 늘렸다.
소비자들의 패션 수요에도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친다. 여름이 길어지고 평년보다 겨울이 따뜻해지며 고마진 상품인 겨울 의류 수요가 줄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5683억 원, 영업이익 71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간 대비 2.1%, 11.0%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기후에 가을·겨울 시즌 패션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패션 협력사, 한국패션산업협회 등과 함께 ‘기후변화 테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기후변화에 적합하도록 시즌 컬렉션 운영을 재정립한다. 현대백화점은 길어진 여름 시즌을 세분화에 시점별 날씨에 맞는 상품의 생산·판로·프로모션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간절기가 짧아진 만큼 간절기 상품 특별 세일을 추가 진행하는 등 8월~9월에 진행하는 시즌 특화 프로모션도 검토한다.
롯데백화점도 기후에 맞춰 행사 시기를 조정해 판매 전략을 수정한다. 지난해 10월 18일 침구 브랜드를 할인하는 ‘구스&울페어’ 라이프스타일 상품군 행사를 전년보다 약 일주일 가량 먼저 운영했다. 당시 깜짝 한파가 일어나 침구 교체 시기가 앞당겨졌을 것으로 예상해 해당 행사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산지에서도 농법 등을 향상해 생산량을 늘리려는 방법들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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