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세 번째 방문이다. 내게 한국은 꽤 익숙한 곳이다. 고향인 LA 본가 주변에 한인 타운이 있어 자주 찾았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갈비를 짧게 잘라놓은 형태였는데···.
내 생각에 아마도 그건 LA갈비인 것 같다.(웃음) 오늘 점심 메뉴가 정해진 것 같다.(웃음)
완벽하다.(웃음) 이제 브랜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홀슨부라는 브랜드가 아직 낯선 마리끌레르 독자들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홀슨부는 LA에서 시작된 파인 주얼리 하우스다. 로고이자 우리의 시그니처인 ‘트라이 링크’는 아름다움(beauty), 힘(strength), 풍요(opulence)를 상징한다. 아직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몇몇 한국 고객은 가까운 일본 매장에서 우리 제품을 구매할 정도로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곧 많은 사람이 홀슨부 만의 차별화된 멋과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2025년 3월에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정말 기대된다. 어제 그 곳을 방문했는데, 아름답고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건물이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본격적인 한국 입성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벤트가 있나? 물론 준비 중이다. 서울에서만 살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이라든지.(웃음)
창립자이자 브랜드 앰배서더를 겸임하고 있다. 브랜드 앰배서더로서 어떤 일을 하나? 우선 내부적으로는 공동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버트 키스(Robert Keith)를 전방위로 지원하는 것이다. 나는 로버트와 여덟 살 때부터 친구였고, 함께한 시간만큼 그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그가 즉석에서 냅킨에 드로잉한 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제품화하는 과정에 함께하는 식이다. 외부에서 소화하는 역할은 여느 앰배서더가 그렇듯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다. 나는 오랜 기간 프로덕션팀의 팀장을 맡았었다. 단순히 겉만 보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홀슨부와 홀슨부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버트 키스를 깊이 이해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것. 그것이 나의 역할이다.
로버트 키스, 케서 파커(Kether Parker)와 공동 창립자로 알고 있다. 키스는 전직 사진 작가였고, 당신은 배우, 파커는 모델이었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홀슨부라는 한배에 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가 함께 브랜드를 창립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로버트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고, 케서는 대학 축구 모임에서 만났다. 우리는 모두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빠르게 가까워 졌다. 로버트는 항상 닻과 체인에 빠져 있었다. 모든 것은 그 ‘링크’ 모티프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이 모티프를 활용해 옷을 만들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탄생한 첫 작품이 지금 내가 끼고 있는 왁스로 만든 헤리티지 링이다. 우리가 서른다섯 살 때의 일이었다. 직업의 수명이 길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성상,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홀슨부가 탄생했다. 주얼리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는 어디에도 없었기에 우리는 직접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3개의 체인으로 이루어진 트라이 링크 심벌에 아름다움, 힘, 풍요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나와 로버트, 케서, 세 사람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주얼리 라인은 무엇인가? 단연 헤리티지(Heritage) 컬렉션이다. 홀슨부를 세상에 나오게 한 컬렉션이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이크리드(Sacred) 컬렉션. 홀슨부가 지향하는 미학 중 하나는 불완전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일본어 ‘와비사비(わびさび)’다. 세이크리드 컬렉션은 광물을 녹여 만들어 정형화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로 우리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컬렉션 중 하나다. 오더메이드로 제작되며 특성상 같은 디자인은 나올 수 없다.
포기할 수 없는 경영 철학이 있다면? 모든 것을 진심으로 대하고자 한다. 홀슨부 제품의 90%를 핸드메이드로 제작한다. 우리 제품의 특징 중 하나는 다이아몬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만약 기존의 헤리티지 링이 지겨워지면 LA에 있는 인하우스 장인들에게 다이아몬드 세팅을 의뢰할 수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매장 내 제품을 하나하나 직접 닦는 모습에서 주얼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물론이다. 이건 우리의 역사 그 자체다. 수년 전 크리스마스를 3일 앞둔 날의 일이다. 로버트는 책상에 앉아 주얼리를 수리하고 있었고, 나와 케서는 아내에게 줄 선물을 찾고 있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로버트가 책상 위의 링과 네크리스를 합쳐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두 개의 링을 네크리스로 연결한 새로운 형태의 링을 만들었고, “당신과 나는 연결되어 있다”라는 글귀와 함께 각자 아내에게 선물했다. 이것이 ‘본디드 링(Bonded Ring)’의 전신이다. 어릴 때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재미로 액세서리를 만들어주던 우리가 커서 진짜 주얼러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LA를 본거지로 삼는 만큼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당신이 생각하는 홀슨부의 매력은 무엇인가? 홀슨부의 주얼리는 타 주얼리와 조금 다른 빛깔을 띠는데, 여기에는 고도의 기술이 뒷받침된다. 금과 은은 녹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녹이면 금의 열이 은을 파괴한다. 우리는 특별한 장인 기술로 금과 은을 섞을 수 있다. 그 결과 실버에 골드가 섞인 오묘한 빛깔의 주얼리가 탄생했다. 실버 라인의 제작 과정도 남다르다. 실버 주얼리를 로듐에 담근 후 닦고 또 닦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내부는 검고 겉은 영롱한 은빛을 발하는 앤티크한 주얼리가 만들어진다. 이런 한 끗 차이가 사람들을 홀슨부에 열광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데미언 허스트와 협업해 화제를 모았다. 그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8년 전 우리는 작고 프라이빗한 숍에서 브랜드를 시작했다. 예약제로만 운영하던 우리 숍에 홀슨부의 시작점이 된 왁스 헤리티지 링을 낀 한 사내가 찾아왔다. 다소 볼품없는 차림새의 사내는 우리가 ‘원 아이’라는 프라이빗 편집숍에 납품한 단 하나의 링을 구매했고, 그 링에 반해 이곳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티스트라며 우리에게 자신의 ‘폴카 도트’ 작품을 보여줬다. 그가 바로 데미언 허스트였다. 그 후 우린 좋은 친구가 되었고 여전히 그는 우리 주얼리의 팬이다. 갤러리아백화점 팝업 공간에 있는 오브제도 그의 선물이다.
LA는 이름만 들어도 자유로움과 화려함이 느껴지는, 설렘을 안기는 도시다. 이 도시는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나? 알다시피 LA에는 할리우드가 있고 다수의 아트 커뮤니티가 있다. LA라는 도시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창작의 자유와 연결된다. LA에서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 나는 이 도시의 자유로움을 ‘럭셔리’라고 정의하고 싶다.
쉬는 날에는 무엇을 하며 보내나? 세 대의 바이크 중 그날그날 마음에 드는 것을 타고 말리부로 드라이브를 가곤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의 매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패션, 건축, 음식 등 모든 문화가 놀랍다. 특히 한국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이 뛰어나다. 파리지엔보다 더.(웃음)
만약 한국에서 앰배서더를 선정한다면 염두에 둔 인물이 있나? 박재범. 그는 훌륭한 아티스트인 동시에 완벽한 패션 감각을 가졌고, 우리 브랜드를 잘 대변해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꼭 협업해보고 싶다.
불과 20여 년 전 론칭한 홀슨부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홀슨부에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있다면? 사람들은 스우시 마크를 보면 나이키를 떠올린다. 이처럼 모두가 트라이 링크 모티프를 보면 홀슨부를 떠올리게 만들고 싶다. 누군가 우리의 헤리티지 링을 끼고 있는 이를 본다면 이렇게 말하도록 말이다. “오, 저거 홀슨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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