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치솟는 해상운임과 판관비, 유류비 등 각종 물류비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가전시장 수익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장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한참 밑돈 것은 물론, 침체 여파가 올해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등 사업 방식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탓에 나란히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양사의 실적 악화 배경에는 가전 비수기와 물류비 상승 여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시장 추정치는 매출액의 경우 77조4035억원, 영업이익은 7조7096억원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낸 배경에는 스마트폰, PC 등 전방 IT 수요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주력 사업분야인 레거시 메모리의 수익성 악화가 길어진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외에도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이 다소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Z6 시리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특히 TV 등 가전제품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으로 마진이 줄어든 과정에서 각종 인건비, 물류비 등 비용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영업이익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도 장기화된 글로벌 가전 수요 침체와 계절적 비수기, 일회성 비용 증가 등의 비용 부담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2조7775억원, 영업이익 14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3.3% 쪼그라들었다. 연간 기준으론 영업이익이 3조4304억원으로 전년보다 6.1% 감소했지만, 매출은 87조74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당초 제시된 시장 전망치 397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자회사 LG이노텍이 3000억원대의 영업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물류비를 비롯한 비용 증가를 수익성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한다.
우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고환율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전가되는 비용 부담이 크게 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해상 물류비가 크게 오르며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상 물류비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몇 개월 간 지속 상승 중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2460.43으로 약 1년 사이 두 배 정도 올랐다. 올해도 지수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물류비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대중국 관세인상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 내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LG전자는 TV 등 주요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등 일회성 비용 부담이 커졌다. 최근 중국 가전기업들은 소형 생활가전에서 경쟁력을 구축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백색가전 분야로까지 영역을 늘리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 돌입에 따른 관세 압박도 향후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0일 취임과 동시에 첫 행정명령으로 멕시코·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 모든 국가 수입품에는 10~20%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으로, 자국 기업 중심의 강력한 보호주의를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표 가전 기업들도 미국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양사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세이프 가드’ 사태를 겪으며 현지에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놓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만일 고관세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내 생산 품목을 확대하는 방침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장도 보유하고 있기에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고, 생산처를 다각화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관세가 오르게 되면 미국향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들에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관세가 부과되면 기업도 그렇지만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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