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일본에서 국내로 유통·판매는 허용되는 암컷 대게가 최근 요리 유튜브 채널들에 자주 등장하며 국내 포획이 불법인 이유와 밀거래 문제가 갑자기 주목받고 있다.
암컷 대게는 알이 빵빵하게 들어 있다고 해서 '빵게'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포획이 허용되는 수컷 대게는 11월~5월까지만 잡을 수 있다.
제철 대게는 살이 꽉 차고 달다. 특히 빵게는 특유의 단맛과 진득한 알 맛 때문에 더욱 인기가 좋다. 비싸게 팔아도 사 먹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국내에서 빵게의 어획과 유통, 판매는 모두 금지돼 있다. 수산자원관리법상 국내산 대게 암컷 또는 대게 체장 9cm 이하의 대게를 포획하거나 이를 유통·판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입산을 거짓으로 판매할 경우에도 원산지표시법상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일본에서 빵게를 국내로 유통·판매하는 것은 합법이다. 이는 식약처도 허가한 일이다.
어민들의 불만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규제에도 빵게 불법 포획과 유통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탓에 일본산 암컷 대게와 국내산을 섞어 파는 불법적인 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산 수입이 계속 허용된다면 국내산과 섞어 파는 불법이 자행될 수 있어 자칫 국내산 대게의 씨를 말릴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빵게 밀거래는 주로 강원과 경북 지역에서 일어난다. 경북 울진·영덕·포항, 강원 속초·동해 등 도매상이 선장에게 빵게를 몰래 사들여 경북 등 내륙 지역의 중간 도매상한테 넘기면 식당 주인들이 상자 단위로 사들이는 식이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2023년 248명이 암컷 대게나 어린 대게를 잡거나 팔다가 걸렸다. 이 중 선장과 유통책 등 36명이 구속됐다. 심지어 지난해 2월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빵게 1만 8000마리를 잡아 팔려다 적발된 40대 선장 등 2명은 전국에 빵게를 공급하기 위해 야산에 비밀 수족관까지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빵게 포획이 불가한 이유는 일본은 자원이 넘치지만 우리나라는 대게 씨가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빵게까지 잡게 할 경우 대게 절멸은 시간문제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동해에서 대게 잡이를 하는데 어째서 일본과 달리 우리는 자원이 부족할까. 통상 일본의 생태 조사나 자원 관리 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우수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온 상승으로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대게들이 매년 북상하는 일이 늘어나는 점도 원인에 한몫한다.
그렇다면 꽃게와 같은 바닷게인데 왜 대게는 포획이 안 될까. 꽃게는 태어난 지 1년 후 생식 능력을 갖춘다. 이후 알을 낳고 길게 살아봐야 3년 정도 살다 죽는다.
반면 대게는 15년 이상 장수하는 생물로서 생식능력을 가지기까지 대략 5~8년 정도 걸린다. 이런 까닭에 대게 암컷은 한 번 고갈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사실 한국 동해안의 어획량 급감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동해안 연평균 대게 조업 어획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까지만 해도 한 해 연 평균 대게 조업량이 4000톤이 넘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1300톤으로 급감하더니 2018년엔 35톤에 불과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미국 럿거스대 등 공동연구팀 연구 결과에서도 1930~2010년 80년 동안 세계 어획량이 4.1% 줄어들 때 동해 지역은 34.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해빙이 녹으며 수온이 이대로 계속 상승할 경우 2040년~2100년 사이 태평양 대게 어장이 10년에 최대 80km 이상 북상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과 일본 극지연구소가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수산 자원 재분배 시나리오'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 상승으로 대구, 대게 등 태평양과 베링해 지역 8개 핵심 어종 어장이 빠르게 붕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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