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AI 접목 '신약·의료' 니즈 지속

④ AI 접목 '신약·의료' 니즈 지속

뉴스웨이 2025-01-09 06:00:00 신고

3줄요약
그래픽=이찬희 기자

2025년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열린다. 트럼프의 더 강력해진 '아메라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맞춰 글로벌 산업계도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또한 트럼프 공약에 맞춰 대미 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트럼트 2기 시대를 앞두고 약가 인하·대중국 필수 수입품 금지 등에 따른 기대감과 강력한 관세정책, 공보험 분야 축소 등의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실과 과제 등을 4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사업이다. 통상 1조원 이상의 막대한 개발비용과 10년 이상의 개발기간, 낮은 성공률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나, 혁신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단일제품 하나로 10억 달러(1조4535억원) 이상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그간 제약사들은 특허로 보호받는 신약을 개발한 경우 경쟁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고가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높은 약가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만큼 신약개발 환경에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약가를 다른 국가 중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MFN 정책을 도입하면 미국 시장에서 고가 약품의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R&D 투자 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바이오의약품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가격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AI 기술을 접목한 신약개발은 R&D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를 활용할 경우 한 번에 100만건 이상의 논문과 1000개 이상의 화합물 탐색이 가능해 질환에 맞는 타깃 발굴이 용이해진다. 연구자 수십명이 1~5년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인실리코메디슨은 AI 설계를 통해 폐질환 신약후보물질을 46일만에 발굴했으며, 현재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제 'INS018-055'의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리커전파마슈티컬스는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가족선종성폴립증 치료제 등 다수의 AI 개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AI를 활용할 경우 신약개발 기간은 평균 10년에서 3년으로, 비용은 1조2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매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지난해 시장 규모가 13억5000만 달러(1조9622억원)에 달할 것 추정했고, 연평균 27.10% 성장해 2030년에는 58억1000만 달러(8조4448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딥파마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에 투자된 금액만 603억달러(약 8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9년간 27배 증가한 규모다.

AI 활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기업들도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일라이릴리, 사노피, GC녹십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은 미국 AI 신약개발 기업 아톰와이즈와 연구개발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JW중외제약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AI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제약사' 1위를 기록했다.

JW중외제약은 기존에 운영하던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한 '제이웨이브'를 가동하고 있으며,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미국 '템퍼스AI'와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항암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이밖에도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동국제약, 삼진제약 등의 제약사들이 AI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AI 기술은 의료시장에서의 활용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AI 기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는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줘 조기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추가적인 치료비 발생과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AI 의료기술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설 헬스케어 혁신 정책과 맞물려 대폭 성장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2017~2020년) AI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40% 이상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디지털헬스, 첨단 의료기술 같은 혁신 분야에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158억300만 달러(22조9728억원)에서 2030년 1817억 9000만 달러(264조2318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의료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코어라인소프트, 딥노이드 등 국내 기업들이 영상진단보조 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기술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다.

특히 루닛은 의료현장에서 AI가 의사를 대신해 진료한 리얼월드(RWD) 연구를 통해 AI가 의사보다 암을 더 많이 발견하고, 판독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AI를 통한 항암제 동반진단 가능성도 여는 중이다. 동반진단은 특정 치료제에 대해 안전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환자군을 선별하는 기술로, 항암제 개발 및 처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측은 "면역항암제라고 해서 모든 암종에 잘 듣는 것은 아니다. 루닛 스코프로 면역활성도 같은 것을 체크하며 약이 잘 듣는 환자인지 아닌지를 분류할 수 있다면 병용이든 단독치료든 반응률을 높이는 쪽으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며 "현재 회사와 동반진단 트랙을 타려는 회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트럼프 집권 후 미국 내 신약개발 절차 간소화, 디지털헬스 기술 성장 등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통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보건산업동향 심층보고서를 통해 "미국식품의약국(FDA) 규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현지화 전략이 부족한 경우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국내에선 FDA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AI기반 혁신제품의 규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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