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DF 2회 연속 수상, 지용킴은 세상에 없던 옷을 짓는다

SFDF 2회 연속 수상, 지용킴은 세상에 없던 옷을 짓는다

코스모폴리탄 2025-01-09 00:00:01 신고

3줄요약
축하합니다. 2024년 20회를 맞이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이하 ‘SFDF’)에서 2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어요.
아직도 얼떨떨해요.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수상을 기념해 비이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2025 S/S 컬렉션을 전시했어요. 국내에서 여덟 번째 전시인데, 유독 전시를 통해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유가 있나요?
지용킴만의 독창적인 선블리치(Sun-Bleach) 기법을 제대로 보여주기엔 전시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저희 제품이 창의적인 패턴 워크와 실루엣, 입어봐야 알 수 있는 디테일이 많아요. 그래서 패션쇼보다는 직접 착용해볼 수 있는 전시를 고집하고 있죠.
이번 전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지난 전시와의 차별점을 고민했어요. 제작 과정을 담은 패션 필름을 만들어 큰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같은 디자인의 재킷을 일렬로 걸어놓음으로써 멀리서 보면 똑같은 옷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선블리치에 의해 모두 다른 옷이란 걸 보여주고자 했어요.
선블리치는 지용킴의 시그너처예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학생 시절 다양한 룩을 입어보고 수집했는데, 결국 그 끝은 오리지널 빈티지였어요. 오래된 옷들은 누군가가 남긴 삶의 흔적이잖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한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이 옷에 배면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인상을 가지게 되죠. 이런 점이 매력적이어서 빈티지에 빠졌고, 언제나 낡거나 버려진 것들을 좋아했어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죠. 그리고 학사 졸업 작품으로 남들과 다른 걸 생각하다가 선블리치를 선보이게 됐어요.
그 졸업 작품으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죠.
도쿄의 편집숍인 GR8에서 졸업 컬렉션 전부를 바잉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브랜드 론칭을 하게 됐어요. 그 후로 10 꼬르소 꼬모 서울, 도버 스트리트 마켓, 에이치로렌조, 에센스 등에 입점하게 됐죠.
선블리치는 햇빛에 옷이나 원단을 직접 노출시켜 탈색하는 기법인 만큼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어떻게 생산량을 맞추나요?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맞아요. 날씨나 계절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자연의 힘만으로 탈색시키다 보니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려요.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과정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한국이라 가능한 것 같아요. 무엇이든 빠르게 해결되니까요.(웃음)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저만의 방식을 터득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가 쌓였군요.
네. 최근에는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요. 보통 선블리치는 어두운 컬러를 밝게 만드는데, 염색이 안 된 밝은 생지 원단도 선블리치가 가능한 걸 보고 실험을 하고 있거든요.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선블리치뿐 아니라 지용킴의 옷은 ‘잘 만든 옷’이라는 게 느껴져요. 핏이나 디테일 등 흠잡을 게 없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나요?
모든 요소를 중요시해요. 원단의 색감, 텍스처, 패턴도 모두 직접 개발하며 완벽한 디테일 요소까지 고려해 옷을 완성합니다.
그동안 SFDF 수상, 2024 LVMH 프라이즈 세미파이널리스트 등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옷에 대한 넘치는 열정이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옷을 정말 좋아했고, 좋아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어요. 이제는 저와 함께하는 팀이 있으니 탄력도 붙었고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와주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에요.
일본 문화복장학원과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했어요. 두 도시에서 어떤 걸 배웠나요?
도쿄에선 잘 만들어진 옷을 보는 안목을 키웠고, 런던에선 취향을 내세우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도쿄에서는 일러스트 하나를 주면 자 하나만으로 패턴을 그리는 시험을 쳤고, 3cm 안에 스티치가 몇 번 들어갔는지를 검사했어요. 반대로 런던에선 옷의 마감보다는 얼마나 자신의 개성을 패션으로 표현했는지가 중요했죠.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 르메르, 루이 비통에서 어시스턴트로 경력을 쌓기도 했어요. 대단한 디자이너들과 일했는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미하라 야스히로와는 빈티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어시스턴트로 시작했지만 인정받아 빈티지 피스를 분해해 재탄생시키는 ‘모디파이드’ 라인을 도맡아 디자인했죠. 버질 아블로가 수장인 당시 루이 비통은 매우 실험적이었어요. 연을 만들기도 하고, 가방을 여러 개 붙여 옷을 만들기도 하고 꽃으로 모자를 만들기도 했죠. 지금의 저였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어시스턴트로서의 대화밖에 못 나눠본 게 너무 아쉬워요.
지용킴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작업물에서 영감을 얻는 편은 아니에요. 길을 지나다 마주치는 것들, 의도되지 않은 날것의 무언가에서 주로 영감을 받고 저만의 아이디어로 발전시키죠.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유학 당시 자주 느낀 건데, 한국인은 뚜렷한 고유의 캐릭터나 이미지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일본 친구들은 그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봉제 잘할 것 같다, 섬세할 것 같다, 패턴 잘할 것 같다는 이미지로 포장돼요. 그런데 한국인은 ‘뭐든지 다 적당하다’는 거예요. 그냥 열심히 하고 열정이 있다 정도? LVMH 프라이즈에서도 한국인 심사위원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런 점이 너무 아쉬워요.
일종의 책임감일까요?
한국인이기 때문에 모국에 대한 애정이 있는 건 당연해요. 내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시작한 이유기도 하고요. 강연도 가능하면 많이 하려고 해요. 오늘 인터뷰 후에도 SADI에서 수업이 있는데, 개성도 뚜렷하고 잘하는 학생이 많아서 기뻐요.
지속 가능성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예요.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생각해요?
초반에는 빈티지 원단을 활용했어요. 공연장에서 사용하던 대형 커튼으로 옷을 만들거나 벼룩시장에서 가져온 단추를 이용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각자 방식대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느꼈어요.
지용킴이 정의한 지속 가능성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
브랜드 그 자체가 지속성에 대한 노력인 것 같아요. 선블리치는 오로지 태양의 빛으로 만들기 때문에 염색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없어요. 리사이클 소재 사용을 넘어 지용킴의 옷을 보며 빛바랜 옷도 멋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또 지용킴으로 인해 또 다른 가치 창조나 아이디어로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면 그것이 진짜 지속가능성이 아닐까요? 이런 인식의 변화는 다른 차원의 지속 가능 패션을 위한 실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용킴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겠군요. 짧은 미래에 계획 중인 일이 있나요?
사실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준비 중이에요. 아마 4월쯤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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