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모두 부정선거를 주장한 만큼 이를 연결고리로 트럼프가 윤 대통령을 지지하면 불리한 여론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구상인데, 양측이 주장하는 부정선거가 모두 증거가 없는 '음모론' 수준이라 실제 여론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방송 CNN은 7일(이하 현지시각)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라는 글자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빨간색 모자에 "위헌적 탄핵 반대"라는 글자가 흰색 실로 수놓아진 모자도 판매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모자에 새겨져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방송은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관련된 슬로건과 상징을 택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은 한국의 현재 정치적 위기와 두 번이나 탄핵 당했던 트럼프가 1월 20일 임기를 시작할 예정인 미국이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STOP THE STEAL"은 지난 2020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패배했을 때, 그와 지지자들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외쳤던 구호다. 방송은 이에 대해 "음모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슬로건"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한 후 그의 지지자들은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하여 의회의 바이든 승리 인증을 저지하려 했다"며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수많은 선거 부정을 주장했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법정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의 추종자들은 야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해 4월 총선 결과 야당에 의해 (의회 권력을) 뺏긴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들은 이제 대통령도 뺏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담화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며 부정선거를 언급한 점을 지목하며 "이는 (한국의) 선거 당국이나 사법부에서 입증된 적이 없다. 한국인들은 모두 종이 투표용지로 투표하며, 투표용지 사본은 보존된다"고 설명했다.
한스 샤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방송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가 임기 중에 권력에서 쫓겨나는 것과 트럼프가 2020년 선거 이후 권력을 잃은 것 사이에 비유를 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고 분석했다.
샤틀 교수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헌법의 한계를 벗어나 행동했고 이에 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서, 그의 지지자들이 "STOP THE STEAL"라는 날조된 내용에 현 상황을 비유하는 것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STOP THE STEAL'은 한국의 극우 세력이 (윤 대통령을) 트럼프와 연결해서 궁지에 몰린 대통령을 변호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의 관저 밖에 있는 일부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들의 우려를 듣고 윤 대통령을 구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71세의 평인수 씨가 "트럼프가 곧 취임하여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조작된 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 윤 대통령이 (권한)을 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야당의 행동을 "반란을 선동하려는 명백한 반국가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북한 공산주의 세력이 제기한 위협"을 언급하며 "반국가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반대세력을 언급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샤틀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그와 그의 지지자들만이 끝없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고 있으며, 따라서 대통령이 계속 집권하고 있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를 구하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은 이처럼 한국의 우파 성향 세력이 미국에 의존하는 것을 두고 우병원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인용, "정치적 우파는 미국과 동맹,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지원, 지속적인 군사 및 안보 동맹의 중요성을 '오랫동안 강조'해 왔다"며 "우파는 좌파가 동맹을 악화시키고 중국에 더 가까이 접근하며 북한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비난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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