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챕터: ‘트레저 헌터’
‘트레저 헌터’라는 타이틀이 붙은 세 번째 챕터에서는 상상의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골드와 스톤, 주얼리가 가득한 소설 속 상상의 보물 상자에서 영감을 받아 메종의 시각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하이 주얼리는 칵테일 링을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다양한 색상을 발하는 칵테일 링에는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를 세팅했는데, 이것은 해적들이 보물을 수집하고 다시 가져오는 스토리를 상상하며 해머 기법으로 골드를 두드리거나 골드를 꼬아 작업했다. 또한 메종은 콜럼 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 이전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보물을 수집하는 장면도 상상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영감을 얻은 이어링, 중세시대의 신과 여신을 형상화한 클립 같은 다양한 문화적 기원을 반영한 작품들이 있다. 여기엔 보물의 정의를 단순히 금과 스톤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기원의 보물로 컬렉션을 확장하고자 한 특별한 노력이 담겨 있다. 또한 작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이 담긴 에나멜 상자, 숨겨진 시계, 변형 가능한 클립 같은 즐거운 요소도 세 번째 챕터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스토리에 담긴 유쾌한 요소를 메종이 독자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반클리프 아펠 CEO 캐서린 레니에(Catherine Renier)와의 그룹 인터뷰
당신도 어린 시절에 해적 놀이를 해본 적이 있나요?
그럼요. 해적 옷을 입고 모험에 나서 환상적인 세계를 탐험하는 장면을 상상해봤습니다. 해적이 세대를 초월해 우리 상상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핼러윈이 그 완벽한 예인데, 사람들이 여전히 해적을 테마로 한 순간들을 얼마나 즐기는지를 보면 그 연관성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있는데 핼러윈 때 해적 옷을 입기도 하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만화 <원피스>에 열광하기도 합니다. 해적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해적의 상징인 머리에 두른 손수건과 안대 같은 상징들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문화권에서 해적을 비슷하게 상상한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습니다.
메종이 고전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앞으로도 고전문학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인가요?
반클리프 아펠 메종은 일관성, 창의성, 그리고 유산에 대한 깊은 존중을 바탕으로 현재와 관련성을 유지하는 매우 장기적인 접근 방식으로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제 역할 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존중하되 오늘날의 관심사와 대중에게 적합하도록 유지하고, 우리의 장인정신과 스톤을 향한 전문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또한 동식물의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며 영감을 확장 하고, 대중을 계속 감동시키며 우리의 창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따라서 앞으로도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지속될 것이며,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스톤을 선보이고 지속성을 유지할 것입니다. 이는 메종의 아이덴티티와 스토리텔링의 성공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여정의 일환입니다.
이번 컬렉션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요?
개인적으로 매우 독특한 스타일과 형태를 띠는 무사이용(Moussaillon) 네크리스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많은 스톤을 사용 한 것은 아니지만 멋지고 특별한 가닛을 센터 스톤으로 세팅했습니다. 이 네크리스의 진정한 매력은 금세공에 있는데, 이는 메종이 네크리스에서 조금 이례적으로 표현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구아슈에서도 금세공이 아름답게 구현돼 있지만 실제 제품을 보면 마치 직물처럼 보이고 착용감이 편해서 마치 옷을 입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메종은 그린 왁스 조각(Green Wax Sculpting)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직물이 접히는 각도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주얼리 전문가와 디자이너들이 지속적인 토의를 거치면서 실제 천이 접히는 것처럼 완벽하게 보이도록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스톤 세팅 이나 센터 스톤이 아니라, 금세공(gold carving)과 수작업 조각(hand sculpturing)이 중심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무척 독창적인 피스입니다.
하이 주얼리 제작은 장인과 디자이너, 스톤 전문가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은 어떠한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작업의 시작이 스톤일 때도 있고, 혹은 드로잉인 경우도 많습니다. 각 피스가 지니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인데, 결국에는 항상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드로잉, 스톤 그리고 스토리를 중심으로 과정을 시작하고, 전문성이 뛰어난 장인이 독창적 아이디어에 솔루션을 제공하며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지프(zip) 네크리스처럼 때로는 실현하기 매우 어려운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기술과 워크숍의 장인정신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전문성의 연속이 아니라, 모든 단계에서 공동 작업(collegial work)을 통해 이뤄집니다.
어제 마이애미에서 진행한 레콜 주얼리 클래스에서 컬렉션을 개발할 때 깊은 학문적 연구가 수반된다고 설명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새 컬렉션의 주제를 정할 때, 학문적 연구가 먼저인지 아니면 스톤 발굴이 먼저인지 궁금합니다.
‘스토리 자체’ 그리고 우리 메종이 담고자 하는 다양한 목적이 먼저입니다. 우리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메종의 목소리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때로는 ‘레전드 오브 다아이몬드 (Legends of Diamond)’처럼 특별한 스톤 중심의 컬렉션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이번 컬렉션은 스토리 텔링과 서사적 해석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그와 관련한 상징, 그리고 대중이 이 상징을 어떻게 이해할지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문화와 세대를 초월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이 있게 파고들며 과거에 우리에게 영감을 준 상징들을 탐구합니다. 예를 들어, 배의 밧줄과 로프 같은 요소 를 다루는 방식이나 특정 세계관을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말이죠.
과거 몇 년간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파워풀한 목소리를 내던 당신이 놀라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창조 하는 반클리프 아펠 메종으로 컴백했습니다. 본인과 메종에 있어 하이 주얼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하이 주얼리는 다른 업계에서도 평행을 이루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하이엔드 워치(High Horology)는 독보적인 무브먼트와 칼리버를 사용해 제작하는 데에만 7~8년이 걸리는 독창적인 작품을 의미합니다. 또한 패션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처럼 하이 주얼리는 기술력, 영감, 창의성의 궁극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메종이 오늘날 그 유산을 확고히 계승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또 반클리프 아펠 메종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통해 내일의 유산을 쌓아가며, 미래 세대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메종의 유니버스를 확장하며, 요정과 발레리나에 이어 이번에는 해적이라는 캐릭터를 선보였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창의성을 자극하고, 메종의 유산과 전통을 풍부하게 하며, 대중에게 주얼리가 예술적 표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 하이 주얼리는 매우 세밀하고 복잡한 작업이며,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개수도 제한적입니다. 왜냐하면 하룻밤 사이에 작품의 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 손길, 사용 가능한 스톤의 수에 따라 달라지며 제약도 많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를 보호 하며 발전시키고,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핵심이자 중심입니다.
유산(heritage)이라는 개념은 반클리프 아펠의 창의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메종에서 유산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유산은 우리의 뿌리입니다. 즉 오늘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메종의 전통과 유산을 어떻게 구축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강조하고, 어떤 기술이나 세계관이 반클리프 아펠에 중요한지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존중함으로써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지켜 나갑니다. 예를 들어 메종의 중요한 유산으로 지프 네크리스, 미스터리 세팅, 스톤에 대한 전문성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번 컬렉션에서는 특히 금세공과 골드의 꼬임 기법이 다시 주목받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유산은 우리가 존중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미래의 개발을 위한 영감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올해 테마틱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주제로 ‘트레저 아일랜드’를 선택한 이유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저는 하나의 상징으로만 국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마다 느끼는 상징성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적, 모험, 보물, 혹은 외딴섬들이 강렬한 상징이며, 이 상징들이 어떤 울림을 주는지는 각자의 선택과 가치에 따라 다릅니다. 보물은 어떤 이에게는 금 혹은 보석, 또는 수집한 물건들로 가득 찬 것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상징성이며, 이를 통해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각자의 관심사, 가치관,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컬렉션의 진정한 의도입니다. 제게도 모험은 중요합니다. 배에서의 팀워크, 그리고 그들이 함께 떠나는 이 환상적인 여정도 중요한 상징입니다. 이러한 상징들이 우리 문화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보면서 모두가 개인적으로 공감할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무엇인가요?
추억(memory)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네요. 저는 우리 각자가 삶에서 추억과 기억을 모은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자체에도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하게 간직하며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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