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의 안일하고 소홀했던 '안전 관리'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의 안일하고 소홀했던 '안전 관리'

프라임경제 2025-01-08 15:37:56 신고

3줄요약
[프라임경제] 국내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이하 LCC) 업계 1위이자 올해 20주년을 맞은 제주항공(089590)이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참사로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한정된 수요를 서로 뺏고 뺏기는 국내 LCC 특성상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전략, 원가절감, 외연 확장에만 집중하는 경영방침 탓에 정작 제일 중용한 안전 투자 확대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참사가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다, LCC 최초 인명사고여서 소비자들의 신뢰도 역시 추락하고 있다. 또 제주항공은 사고수습에 집중해야하는 탓에 향후 LCC 지각변동에 적극적인 대처가 힘든 것을 넘어 국제선 노선 배정에서도 뒤처질 가능성도 커졌다.

먼저 제주항공을 향해 그동안 외적성장에 가려져 있던 어두운 내면이 대두됐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이 2조원에 가까웠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부실 정비로 인한 기체 결함이 잦았다는 증언과 정비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폭로 등이 쏟아졌다.

지난 5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저는 제주항공 정비사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으며, 자신을 제주항공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항공정비사라 밝힌 작성자는 "제주항공의 항공정비사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제주항공 항공기. ⓒ 제주항공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숙련된 정비사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정비사 부족 사태가 이어졌고, B737 자격을 가진 숙련 정비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또 제주항공은 인천, 김포에서 밤낮없이 항공기를 운영하며 정비하는 회사로 유명했으며, 정비비 절감을 이유로 정비사들은 제대로 갖춰진 시설도 없이 중장비 작업을 램프에서 수행했다. 나아가 13~14시간 동안 식사와 휴식이 없는 채로 과도한 업무를 맡았다. 

특히 작성자는 "비용이 드는 인력 충원과 처우 문제는 여전히 묵살됐다"며 "대표이사와 인사팀, 정비 본부는 정비사의 요구를 불만으로 치부했다"고 지적했다.

제주항공은 해당 글과 관련해 "악의적인 글"이라며 "코로나19 기간 일시적으로 정비사 수가 국토부 권고보다 부족할 때가 있었으나 이후 회복됐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참사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기체 결함이 잦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지난해 2월 블라인드에 '제주항공 타지 마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작성자는 "요즘 툭하면 엔진 결함이고,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며 "사장 하나 잘못 데려와서 정비, 운항, 재무 모두 개판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통계도 등장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상반기 '항공기 정비'를 사유로 제시간에 출발·도착하지 못한 항공편이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4년 상반기 항공사 지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상반기 운항한 5만2883편 중 536편(국내선 344편·국제선 192편)에서 정비를 이유로 지연이 빚어졌다.

이는 전체 운항 편수가 더 많은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인 대한항공(422편)보다 100편 이상 많았고, 경쟁 LCC △티웨이항공(315편) △진에어(243편) △에어부산(227편)보다도 2배 안팎 많을 정도다. 

지난해 2월 블라인드에 '올라온 제주항공 타지 마라'는 제목의 글. ⓒ 블라인드 캡처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항공기가 장시간, 더 자주 운행하면서 기체 피로도가 높아진 탓이라고 지적한다. 즉, 제한된 항공기로 지나치게 많이 운항하다가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가운데 가장 많은 41대의 항공기를 보유했지만, 50개 도시 및 85개 이상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의 항공기 평균 기령은 14.4년으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높다. 높은 가동률까지 더해져 기체 피로도는 배로 증대시켜 안전 위험에 노출됐을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자체의 성과내기식 LCC 설립이 난무해왔고, 그렇게 제한된 수요층을 대상으로 우후죽순 설립된 LCC들이 경쟁하는 구도여서 출혈경쟁이 당연한 산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혈경쟁은 결국 부작용을 양산하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고객을 확보하는 LCC인 만큼 원가절감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다 보면 정비 투자도 당연히 열악해지고, 이는 안전문제 취약으로 이어지게 됐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제주항공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하는 만큼, 외연 확대 계획도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12월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하던 중 활주로를 벗어나 구조물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당초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출범에 맞춰 LCC 1위 자리를 지키고자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려 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해 7월 M&A를 통한 외연 확장 의지를 드러내며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고,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항공은 LCC 처음으로 인명사고를 낸 항공사라는 오명을 쓴 탓에, 국제선 노선 배정에서도 후순위로 밀릴 상황에 처했다.

국토부는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서 점유율 50%가 넘는 노선을 LCC에 먼저 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운수권 배분 규칙에 따라 항공사를 평가해 점수에 따라 노선을 배분하는데, 안전성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던 제주항공은 이번 사고로 경쟁력이 크게 하락됐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도 불가피하다. 제주항공은 떨어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앞으로의 고객 유치를 위해 운항 안전성 강화에 집중하겠다며 운항편 감축에 나섰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오는 3월29일까지 동계기간 국내선 838편과 무안공항발 국제선 278편 총 1116편을 감축한다. 총 1900여편에 대한 운항량 감축을 계획 중인 제주항공은 나머지 약 800편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의 논의를 거쳐 감축안을 확정·공지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운항정지 리스크 역시 남아있다.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가 제주항공에 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정부는 운항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항공법에 따르면 항공사의 고의나 중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망자와 재산상 손실에 따라 운항정지 기간이 결정된다. 이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150일 이상, 180일 미만의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