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서 EV·HEV 생산량 늘려 불확실성 지운다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70만8293대를 팔아치웠다. 전년 대비 3.4% 증가한 수치이자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다 판매량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다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등을 검토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공장 생산 물량을 대폭 늘려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써보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확대한다.
먼저 전기차 현지 생산을 본격화해 IRA 보조금 기준을 맞추기로 했다. 지난 3일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기아 EV6와 EV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현대차그룹의 5개 전기차종이 IRA 보조금 지급 명단에 처음으로 들어가며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됐다.
IRA 보조금은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 중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7500달러(약 1100만원)를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공장(HMGMA)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5를 시험 생산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의 양산도 앞두고 있다.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도 전기차 생산을 확대한다. 지난해 11월 EV9 1210대를 출고하며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8월 10대, 9월 11대, 10월 130대 등 소량 시험 생산만 해오다 IRA 혜택 시기에 맞춰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그간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던 EV6도 오는 3월부터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다.
HEV 라인을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기아의 주력 판매 차종인 쏘렌토는 풀체인지 시기에 맞춰 HEV 모델도 신규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시장 전용 대형 SUV인 텔루라이드도 올해 말 신형 모델을 공개하는데 이에 맞춰 HEV 생산 라인을 신설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한 HMGMA의 캐파(CAPA)는 연 30만대다.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의 생산 물량은 지난해 6만~7만 대 수준으로 최소 20만대 이상의 캐파가 남는 만큼 현대차는 이곳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을 대거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열린 '2025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신공장인 HMGMA을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2기)이전 행정부에서 결정한 HMGMA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며 "(HMGMA에서) 연간 30만~50만대 차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곧 아이오닉 9도 생산하며 이번 분기 내로 그랜드 오프닝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현대차·기아가 미국 공장에 EV와 HEV 생산 라인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미국 전체 생산 물량이 늘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차에 보편관세(10~20%)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현지 생산량을 늘려 보편관세 부담을 줄이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트럼프 시프트'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현대차 미국판매법인도 판매망 확장을 모색하며 힘을 싣는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23년 11월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아마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아마존을 통한 차량 판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양사는 1년 여간의 준비 기간을 마치고 아마존 내 오토스(Autos) 카테고리에서 현대차를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소비자는 누구나 오토스를 통해 차량을 선택하고 쉽게 금융 서비스를 받아 결제 할 수 있다. 차량 인도는 원하는 곳의 현대차 딜러 매장을 선택하면 된다. 현대차는 TV·온라인·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에도 나선다. 현대차는 2020년 대 말까지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 매출이 미국 전체 판매의 3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공장 건립 검토···그룹 북미 사업 환경 안정화 도모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목표로 현대차그룹의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등 몇몇 주 정부 측과 투자 여건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제철소에서 생산한 자동차용 강판을 현대차·기아 공장 등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시기나 투자 금액, 생산 방식 등은 확정된 게 없다"고 했다.
현대제철 미국 현지 생산량은 투자 액수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수백만 톤(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1대 당 필요한 강판을 약 1t으로 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한 170만대 가량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첫 해외 쇳물 생산으로 그간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강판을 가져다 현지에서 가공해 자동차를 생산해왔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관세 부과 대신 쿼터제가 적용돼왔다. 이 때문에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지난 2018년 한국 철강 수입량을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 축소한 쿼터제를 도입했다. 이에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에 대한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이를 넘어가는 물량은 수출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쿼터제 적용 물량이 더욱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를 신규로 건설하면 현대차그룹 차원의 자동차 사업 안정화에 더해 한국 제철 산업의 대미 수출에도 새로운 활로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신정부가 투자 유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북미 사업 환경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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