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금산분리②]MBK의 마구잡이식 인수…"후유증만 키워"

[新금산분리②]MBK의 마구잡이식 인수…"후유증만 키워"

비즈니스플러스 2025-01-08 15:03: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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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흘렀다. 2023년 말 기준 규모는 136조원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요 투자기구로 성장했다. 하지만 PEF의 무분별한 기업 인수와 매각, 구조조정 및 기술유출 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우려 또한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신(新) 금산분리'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 3회(①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이대로 괜찮나 ②MBK의 마구잡이식 인수 후유증만 키워 ③사모펀드의 약속 믿을 수 있나)에 걸쳐 신금산분리 제재 논의에 불을 지핀 PEF의 그림자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경영진과 영풍·MBK파트너스가 표 대결에 나선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코웨이와 한미캐피탈, 금호렌터카에 대한 투자로 두 배가 넘는 차익을 거두는 등 성공 사례도 많지만 그 뒤에 가려진 '인수 후 실패' 흑역사 또한 갖고 있다. 고려아연에 대한 MBK와 영풍의 인수 시도가 안정적인 경영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단기이익 치중…영화엔지니어링·홈플러스·딜라이브 등 잇따른 실패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투자기업은 국내와 일본, 중국, 대만 기업을 통틀어 총 52개에 이른다. 그 중 종료일이 기록된 기업은 20개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경영에 손을 대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의 실패 사례에서 드러나듯 업(業)에 대한 명확한 인지 없이 일방적인 인수 후 매각을 염두에 둔 투자는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인수한 뒤 법정관리까지 가게 된 영화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이다. MBK는 2009년 당시 총 1000억원을 들여 영화엔지니어링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하지만 플랜트사업 악화 및 건설부문 부진 등이 겹치면서 2014년 3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자율협약 체결 후 회사는 임직원의 70%를 줄이는 초강수를 뒀으나 결국 2016년 3월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했다. 다음해인 2017년 MBK는 회사를 유암코에 496억원에 매각해 실패한 투자가 됐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안정성보다는 단기이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옛 CJ헬로비전)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2008년 2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뒤 2015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까지 몰리자 채권단이 약 8000억원을 출자전환하며 지분 20%를 확보한 뒤 매각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는 가장 큰 실패 사례로 꼽힌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으나 10년째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5월 말 기준 홈플러스 매장 수는 129개로 2019년(140개)보다 10개가 줄었다. 특히 홈플러스 매장 중 전국 매출 상위 5위권 안에 들었던 경기 안산점은 4300억원에 매각된 바 있다. 

네파 또한 2013년 9970억원에 인수했으나,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네파의 영업이익은 2013년 1182억원에서 2023년 14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인데…MBK의 낮은 기술력 이해도도 문제"

고려아연 측은 지난 12월 10일 MBK가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사업과 기술에 대해 아무런 이해가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같은 날 MBK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정상화 방안 등을 내놓았는데, 고려아연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중장기 사업으로 분류한 무지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는 고려아연의 유망 사업 확장 로드맵에서 태양광 폐패널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을 중장기 과제로 분류했다"며 "하지만 이 사업은 이미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이미 약 15만장의 패널을 미국 에브테라 허브 내에서 처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이 중장기 과제로 함께 분류한 폐배터리 또한 이미 온산제련소 내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하기도 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어 "니켈금속은 원료가 아닌 최종 산출물로 분류해야 하는데, 원재료에 넣었다는 점에서 아주 기본적인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면서 "전반적으로 원재료별 제품 생산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작성된 자료"라고 비판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인수합병)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앞선 축사를 통해 "최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다시금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약탈적 위험 자본인 사모펀드는 세계 1위 비철금속기업인 고려아연 뿐만 아니라 에너지, 국방, 통신, 항공 등 국가 기간산업마저 넘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노동자의 지위는 극도로 불안해진다"면서 "이미 우리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서 사모펀드로 인한 고용불안정성을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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