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성적을 위해 부모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왕복 4시간 거리에 있는 학원에 자녀를 보내거나, 심지어 부모가 직접 수능 시험에 응시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며, 이러한 교육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이천에 살던 박세현 씨(27·남)는 고등학교 시절 매일 부모님과 함께 서울 목동 학원에 다녔다. 박 씨는 "부모님이 늘 학원까지 차로 데려다주셨고,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한약까지 챙겨주셨다"며 "그땐 주변 친구들 모두 비슷하게 생활하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정말 엄청난 교육열의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교육열은 체육 특기생 부모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자녀가 특정 학교에 진학하면 부모는 자녀를 친척 집에 맡기거나 하숙을 시키며 지원을 이어간다. 자신은 고향에 남아 생업을 이어가면서도 자녀를 위해 타지 생활을 감수하는 경우도 흔하다.
입결이 좋다는 이유로 자녀의 관심사나 적성을 무시하고 특정 학교로 진학을 강요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IT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안혜인 씨(27·여)는 "부모님이 진학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학교를 추천해 다녔지만, 적성과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결국 졸업 후에도 해당 분야가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도 다니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안 씨는 "좋은 학교에 진학한 덕분에 명문 대학 합격은 가능했지만,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어서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모가 자녀의 성적 향상을 위해 직접 수능시험을 접수하고 응시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의대 정원 증가와 성적 경쟁으로 인해 자녀들이 스트레스를 받자, 부모들이 자녀 대신 특정 과목의 점수를 깎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시험장으로 향한 것이다.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지난해 "대치동 엄마들이 과탐 점수를 깎아주겠다며 수능에 응시한다"는 글이 화제를 모았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의 화학, 생명과학 점수를 지키기 위해 수능에 접수했다"며 인증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수학학원 강사 최유선 씨(37·남)는 "자녀가 좋은 점수를 받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는 과도한 교육열이 낳은 극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국 부모들의 이러한 행동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영미권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는 "한국 부모, 자녀 성적을 위해 수능 시험에 응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쟁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성적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 "기괴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이런 방식은 터무니없다"며 "부모가 자녀를 위해 노력하는 건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자녀 성적을 위해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보인다"며 "이건 자녀의 자립성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교육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지나친 간섭과 경쟁이 자녀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의 높은 교육열은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교육과 시험의 본질은 자아실현과 자기 진단인데, 이를 넘어선 과열된 교육열은 오히려 자녀의 삶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부모가 시험에 응시하거나 지나치게 개입하는 대신, 자녀의 적성과 흥미를 존중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교육열은 결국 자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