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 고물가·저출생 시대에도 유아동복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삼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및 이상기후 현상으로 패션업계 최악의 한 해로 평가받는 2024년에도 홀로 매출 규모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일찍이 가능성을 내비친 유아동복 시장을 잡기 위한 패션·유통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로모니터 등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약 2조539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인 2020년 1조8410억원에 비해 약 3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5년간 코로나19, 고물가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이어졌음에도 국내 아동복 시장은 약 3~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합계출생률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0.98명) 처음으로 1명 미만으로 내려간 이후 감소세를 유지하다가 2024년에는 0.72명까지 떨어졌다.
아동복 시장과 출생률의 반비례 현상은 기업별 성과로도 확인된다. 지난 2018년~2023년 기준 유아동복 브랜드 몽클레어 앙팡은 연평균 20%, 구찌 키즈는 연평균 16% 등 성장했다.
모이몰른, NBA·나이키 키즈 등을 운영하는 한세엠케이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유아동복 매출액만 10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 비중의 절반(58%)을 넘는 수준이다.
특히 나이키 키즈는 지난해 총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약 212% 증가했으며,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1억 5000만원 이상으로 확인됐다. 프리미엄 아울렛 입점 매장은 월 평균 매출 2억원에 달한다.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2014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론칭한 모이몰른의 경우 2020년 일본에도 법인을 설립하며 정식 진출했다. 2024년 일본에서만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0% 이상 증가했다.
올해 첫 연매출 1조 신화를 쓴 뉴발란스 또한 뉴발란스 키즈의 힘을 일부 받았다. 2013년 출범한 뉴발란스 키즈는 약 10년만인 2023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20년에는 중국 시장 전체 키즈 사업권도 획득하기도 했다. 이랜드월드의 유아동복 전문 플랫폼 키디키디는 2020년 론칭 당시 연간 매출액 300억원에서 시작해 2023년 1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아동복 시장의 성장에는 다양한 요인이 뒷받침된다. 업계에서는 소비 패턴 및 소비 주체의 변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7090세대에 속하는 'MZ부모'들이 늘면서 자녀를 위한 소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소비 경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 명만 낳아 잘 키우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한몫을 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및 고급 유아동복에 대한 수요도 대폭 늘었다. 이 외에도 온라인 쇼핑의 확대와 소량 다품종 전략이 유아동복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유아동복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잠실점과 롯데월드몰에만 키즈브랜드 50~60개를 운영 중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키즈 상품군 매출은 최근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킨더유니버스'라는 키즈 전문관을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키즈관을 키우고 있으며, 대전점, 잠실점에 이어 지난달 본점까지 '프리미엄 키즈관'을 리뉴얼 오픈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지난해 센텀시티점 아동전문관에 럭셔리 아동복 브랜드 몽클레르 앙팡, 아뜰리에 슈, 아꽁떼 등을 오픈했다. 센텀시티점은 서울 강남점에 이어 이른바 4대 럭셔리 브랜드 아동복으로 꼽히는 몽클레르 앙팡, 버버리 칠드런, 베이비 디올, 펜디 키즈를 모두 갖추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VIB족'이나, '골드키즈' 등의 신조어도 대중화가 된 만큼 아이들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라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다"라며 "올해 약 9년 만에 출생률 반등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서 유아동복 매장 전망 또한 한층 더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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