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고 싶다면? 장수를 위한 가이드

일본 오키나와섬은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지역 여성들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도 100세가 훌쩍 넘은 노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600년대 유럽 일부 지역의 기대수명이 30세였던 시절에도 사르데냐 사람들은 지금처럼 오래 살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작가인 댄 뷰트너(Dan Buettner)는 과학자들이 지도에 장수마을을 표시할 때 파란색 펜을 사용한 것에서 유래해 이러한 지역을 블루존이라 이름 붙였다. 평균보다 장수하는 블루존에는 공통점이 있다. 스트레스 없는 생활, 채식 위주의 식단, 규칙적인 운동, 유대감이 강한 공동체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장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의료 시스템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킹즈펀드(King’s Fund)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프지 않고 나이 드는 건강기대수명이 감소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여성이 삶을 지속하는 평균 나이는 82.8세였지만 그중 4분의 1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노년을 보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전 세계 평균 수명이 73.1세인 것에 비해 건강기대수명은 63.5세로 훨씬 낮다고 발표했다. “오늘날의 장수는 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한 것을 뜻합니다. 전보다 삶이 길게 주어진 만큼 최적의 컨디션과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여기에 최첨단 과학이 더해지면 진정한 의미의 장수를 누릴 수 있어요.” 갈렌 클리닉 기능 의학 박사 네이선 커런(Nathan Curran)의 전언. 그가 언급한 과학에는 내 몸이 어떻게 노화하는지 측정해 생물학적 나이를 도출하는 바이오마커와 혈액 순환을 촉진해 면역력을 높이고 콜라겐 생성을 활성화하는 크라이오테라피, 체내 산소 농도를 높여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는 고압산소치료 등이 해당된다.

노화의 시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닦고 조이며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장수로 향하는 자세다.

한국에서도 노화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원인을 제거하고 유전적 특성에 맞춰 건강을 관리하는 장수 과학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마커는 혈액, 소변,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신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노화 요소를 인지하고 관리하는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죠.” 린클리닉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세현의 말. “C-반응성 단백질 테스트와 같은 염증 마커 검사, 3개월간 혈당 수치를 평균 내는 당화혈색소 검사, 코르티솔이나 성장호르몬 등의 수치를 확인하는 호르몬 검사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바노바기성형외과 전문의 권희연은 한국의 대표적인 바이이오마커 검사를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신체 노화를 예측할 수 있는 텔로미어 길이 측정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인다. “텔로미어는 세포 안에 유전자를 담고 있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건을 오래 사용하면 마모되는 것처럼 나이들수록 텔로미어는 짧아지게 되죠. 이런 이유로 노화를 확인하는 지표로 사용됩니다.” 텔로미어는 산화 스트레스, 염증, 비만 등에 의해서도 길이가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완벽하게 보호받지 못한 염색체가 손상되고, 세포 또한 제대로 생성되지 못한다. 이는 조기 노화, 암, 심혈관 질환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텔로미어 검사와 같은 바이오마커를 통해 질병의 위험성을 예측하고 대비하면 건강한 장수가 가능하다. 영국에서 장수 클리닉 Hum2n을 운영하는 모하메드 에나얏(Mohammed Enayat)은 이런 검사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바이오마커를 통해 알아낸 결과를 토대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의 클리닉에서는 이 수단으로 후성유전학을 근거로 한 개인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후성유전학이란, 생활습관과 환경 등이 개인이 가진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자연적 세포 주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세포의 죽음, 재생, 그리고 노화로 인해 세포가 악화되는 과정을 포함한다. 현재 세놀리틱스와 같은 노화 세포 제거제에 대한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유. 세놀리틱스는 노화와 질병에 기여하는 세포를 타기팅해 없애는 약물로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화 전이다. 세포 재생에 특화된 줄기세포 정맥주사, 고압산소치료 등으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벅차게 느껴지는가? 건강한 식단,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가능한 방법부터 시작하고 기초를 충실히 행한다면 해가 바뀌어 달력을 교체하는 순간이 더 즐거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