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현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시 을)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며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자회사와 금융권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개정 취지는 알뜰폰 생태계를 육성하는데 있지만 업계는 오히려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 알뜰폰 사업자들의 점유율이 제한되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기존 사업자의 경쟁 의지도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 3사 자회사 알뜰폰 5개사(KT엠모바일·SK텔링크 등)의 점유율은 47%에 달하며 여기에 금융권 자회사(KB리브엠·에스원 등)의 점유율을 포함하면 51.8%에 이른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기업 알뜰폰 사업자들은 추가 점유율 확대가 8.2%로 제한된다.
올해 알뜰폰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이번 법안으로 인해 사업 계획 재검토에 나섰다. 우리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우리WON 모바일'은 시장 진입 초기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인데, 법안 통과 시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중소 알뜰폰 업체에서도 대기업이 사업 확장 위축으로 중소 알뜰폰을 더 이상 인수합병하지 못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기업 알뜰폰 기업을 규제한다고 이용자들이 중소 사업자로 갈아탈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이동통신사(MNO)로 옮겨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으로 이통3사 요금이 저렴해지고, 10년만의 단통법 폐지로 올해부턴 통신사 보조금 경쟁이 부활한다.
국회가 점유율 규제 논의에만 집중해 도매대가 '사후규제'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MNO로부터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에 대한 대가로 MNO에 망 도매대가를 지불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와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했지만 올해 4월부터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접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야 하는 사후규제 방식으로 전환된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의 핵심 비용으로 인하 여부에 따라 사업자의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이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사후규제로 전환될 경우 협상력이 약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MNO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알뜰폰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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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사용료·정보보호 관리체계(ISMS)로 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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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사업자들의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은 큰데, 의무가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올해부터 알뜰폰 사업자들은 전파사용료의 20%를 납부해야 한다. 전파사용료는 국가의 유한한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는 대가로 부과되는 관리세로 가입자당 비용이 책정돼 사업자가 부담하게 된다.
알뜰폰 전파사용료는 기본적으로 분기별 회선당 약 2000원이 부과된다. ▲공용화율 ▲환경친화계수 ▲로밍계수 ▲이용효율계수 등 일부 감면 요소가 적용되면 실제 부과 금액은 분기별 약 12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2026년에는 전파사용료의 50%를, 2027년부터는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 전액 납부가 시작되면 가입자 10만명을 보유한 사업자는 연간 약 4억8000만원(10만명*1200원*4분기)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8월까지 ISMS 인증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것도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에겐 부담이다. ISMS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인증하는 종합 관리체계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 보호 조치 기준이다. ISMS 구축에는 약 2억원의 초기 비용이 소요되며 이후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인증 수수료만도 800만~1400만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알뜰폰 시장의 생존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줄고 시장의 다양성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알뜰폰 시장은 이미 과점 체제로 단순히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문제뿐 아니라 향후 가격 인상에도 무방비하게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소비자의 선택권과 통신료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 관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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