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더 영 킹(The Young King)’의 시대 도래하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올 시즌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새로운 ‘왕’의 등극을 알렸다. 그는 지난 11월 26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101표 중 95표(94.06%)를 얻어 2024 시즌 리그에서 가장 빛난 선수라는 영예를 안았다.
최연소·최소경기 30홈런-30도루 달성
김도영의 수상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3년차를 맞이한 올해 기량이 만개한 그는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7과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를 기록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에서도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리그의 역사를 바꾸는 각종 기록들도 써내려갔다. 4월에는 한 달 동안 홈런 10개와 도루 14개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됐고, 전반기 81경기에서만 23홈런과 26도루를 달성하며 ‘20-20 클럽’ 가입을 확정했다. 전반기 20-20 달성은 KBO에서 지금까지 5번만 나온 진기한 기록이다.
7월 23일 광주 NC전에서는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순서대로 쳐내 이른바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1996년 4월 14일 롯데 자이언츠 김응국이 최초로 이 기록의 주인공이 된 뒤 28년 만이다. 20세 9개월 21일의 나이로 역대 두 번째로 어린 사이클링 히트 달성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어 8월 15일 키움과의 경기에서는 111경기 만에 KBO리그 역대 9번째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워 20세 10개월 13일로 역대 최연소이자 최소경기 기록을 동시에 갈아 치웠다. 김도영의 활약에 힘입어 KIA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김도영은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주신 KIA 구단 관계자들과 이범호 감독,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명문 구단 KIA에 입단하게 만들어준 동성중·고 지도자분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린 될성부른 떡잎
김도영은 고교 시절부터 남달랐다. 광주동성고 재학 당시 스카우트들은 그를 ‘제2의 이종범’이라 불렀다. 빠른 발에 정확한 타격 능력, 힘, 수비 등 모든 점이 동급생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KIA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 문동주(한화)와 저울질 끝에 김도영을 가장 먼저 지명했다. 바로 계약금 4억 원을 안기며 기대감을 표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그에게 첫 해 프로의 벽은 높아보였다. 2022년 10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7, 3홈런, 19타점을 기록했고, 익숙한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출전하다 보니 실책도 13개나 저질렀다. 그해 8월 17일 SSG전에서는 수비하다 타구에 손을 맞아 10바늘을 꿰매 2주 동안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개막 시리즈에서 왼발 등뼈가 골절돼 장기간 이탈하는 아픔도 있었다. 시즌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후반기에 돌아와 84경기에서 타율 0.303, 7홈런, 47타점, 25도루 등으로 선전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시련은 김도영을 더욱 성장하게 했다. 그는 “첫해도, 두 번째 해도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배운 게 많았다. 정말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도영은 “첫해는 더그아웃에서 야구를 보면서 흐름을 많이 느꼈고, 두 번째 해는 타석에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임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수비 보완은 앞으로의 과제
그는 실력 뿐 아니라 인기도 최고였다. 올 시즌 KIA는 김도영이 각종 기록을 수립할 때마다 스페셜 에디션 유니폼을 내놓았고, 출시만 하면 불티나게 팔렸다. 이로 인해 올해 연봉(1억 원)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고 외쳤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맹활약을 펼치며 앞으로 최소 10년은 3번 타자 걱정을 덜었다는 평가도 들었다.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부진한 결과를 받아야 했으나 김도영은 타율 0.417(17타수 7안타), 3홈런, 10타점으로 타선 주축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가 지금 기량을 유지한다면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도 빠짐없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어린 만큼 앞으로의 활약도 더 주목된다. 특히 다음 시즌에는 올해 달성하지 못한 40홈런-40도루의 벽을 깰 수 있을지가 KBO 최고의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다만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보완해야 할 점도 뚜렷하다. 올해 무려 30개의 실책을 범해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는데, 타고난 타격 재능을 꾸준히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좀 더 안정된 수비를 완성하는 게 성장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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