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 앤 칩스.
‘영국 음식’ 하면 생각나는 대명사에 가까울 것이다.
‘가장 맛있는 영국 음식’에서
치킨 티카 마살라에 이어 2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요리 되시겠다.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에 11,000개의 피쉬앤칩스 가게가 있을 정도다.
영국+아일랜드 인구가 다 합쳐 7300만 명 정도니까
대충 7000명당 피쉬앤칩스 가게 하나라고 보면 될 듯.
그렇다면, 이렇게 범국민적 사랑을 받는 메뉴는 어떻게 지금의 입지를 가지게 되었을까?
여러분은
Fryday-Faced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대충 현대 한국어로 로컬라이징하자면 “월요일 아침 같은 표정”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울한 표정을 나타내는 영어 속어인데,
오늘날 기쁨과 휴식의 상징인 금요일은 과거 우울함 그 자체였다.
금요일에는 고기를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통탄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금요일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고 처형당한 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16세기까지 영국에서는 금요일에 고기를 먹으면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고 하니,
불쌍한 영국인들이 금요일에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것도 이해할 만 하다.
굶주린 영국인들에게는 다행히도, 생선은 고기로 취급받지 않았다.
오병이어의 기적이라던지, 사람을 낚는 어부의 일화를 비롯해
성경에 자주 나오는 음식이기도 했기 때문에
금요일에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단백질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금요일=생선’이라는 공식이 영국인들에게는 자리잡게 되었다.
이후 1800년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튀긴 생선을 파는 가게
Fried fish warehouse가 언급된다.
이때 당시에 이미 런던에만 300곳의 생선튀김 가게가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단백질을 튀기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가 보다.
거기에 아일랜드인들이 감자를 팔던 것이 합쳐지면서
피쉬 앤드 칩스라는 음식이 탄생하게 된다.
첫 피쉬 앤 칩스 체인점인 Mr Lees’s Chippy
피쉬 앤 칩스가 대중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800년대 후반, 증기선과 저인망을 이용한 어업은
생선을 더욱 싼값에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피쉬 앤 칩스는
가장 싸고 보편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잡는다.(물론 맛도 있을 뿐더러).
영국에서 금요일에 팔리는 배달/포장 음식 중 무려 20퍼센트가 피쉬 앤드 칩스 단일 메뉴라고 하니,
전통 식문화의 영향이 많이 줄어든 현재에도 피쉬 앤드 칩스의 위상은 공고하다고 불 수 있다.
오늘은 피쉬 앤 칩스의 기원을 알아보았다.
오늘만큼은 감자튀김과 생선을 먹으며 영국음식을 욕하는 것을 멈춰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