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상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김현정 의원은 “소수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착취”라며 “모든 주주를 보호하는 것이 기업과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해 11월19일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 분리 선출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이정문 의원 대표 발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중단됐던 논의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2월19일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재점화됐다.
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지난해 8월5일 독자적인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당론 발의에도 참여했다. 김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개정안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상법 개정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사외이사’라는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면서 역할을 명확히 규정했다.
▲일부 사외이사에 대해 ‘억대 연봉을 받는 거수기’라는 비판과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독립이사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려고 했다. 독립이사는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경영진의 독단적 결정을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사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주주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이사에게 주주 보호 의무를 부여했다. 만약 이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면, 주주는 상법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적 절차를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에선 집중투표제 시행이 의무화되고, 감사위원도 2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재계는 행동주의펀드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선임을 악용할 가능성을 계속 언급해 왔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선임 의무화는 주주 권리를 강화하고, 이사회 및 감사기구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조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는 블랙록·뱅가드·캐피털·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4곳이다. 이들의 의사가 합치되면,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직접 이사를 선임하지는 않는다. 이 제도는 단기 투기 자본보다 장기적 투자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신뢰 잃으면
장기적으로 큰 손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모방하려는 대기업이 나오는 것 같다.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구조는 삼성 합병과 비슷해 보인다.
▲두산밥캣은 연간 약 1조원의 흑자를 내고 있고, 두산로보틱스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합병 비율(1 대 0.63)을 놓고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구조는 일반 주주들의 가치를 희생시키고, 공정한 지배구조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 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 미래가치가 높은 사업을 물적분할하거나 미래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고평가한 후 합병비율을 높이 산정해 주주들이 반발하는 사례도 있었다.
▲LG화학은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서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했다. 제일모직은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가치를 근거로 삼성물산과의 합병 당시 고평가를 받았다. 이는 기업 신뢰도와 주주의 권리를 훼손한 사례로 꼽힌다. 신뢰를 잃은 기업은 장기적으로 큰 손실을 입는다. 이 사례들은 기업경영의 기본원칙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주주·행동주의펀드·소액주주는 각각 이해관계가 다르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 이사의 충실 의무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이사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다. 개별 주주들의 이해관계보다 주주 집단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특정 주주만을 우선시했던 기존 사례들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 활력 상실은
기본 안 지켰기 때문”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해외 투기 자본 먹튀 조장법’이 될 수 있다”는 등 해외 행동주의 펀드를 우려하는 것 같다. 소버린·론스타 등 선례도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MIT 교수는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인 제도는 발전과 번영을 불러오고, 지배계층만을 위한 수탈적이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고 분석했다. 소수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착취에 해당한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상법 개정은 시급하다. 포용적인 제도가 발전을 가져오듯이 모든 주주를 보호하는 것이 기업과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거래세 폐지·금투세 입법 시도에 대해 “초단기 매매 중심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컸다. 상법 개정안 내용과 맞물려 “민주당은 재벌만 옥죄고, 외국인은 방치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있다.
▲우리 자본시장은 활력을 잃었고, 경제도 신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주주 충실 의무와 같은 시장경제와 주식회사의 당연한 기본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세 폐지에 대해 “단기 매매 중심의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주주의 권익보호와 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은 장기적으로 자본시장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금투세 폐지에 대한 참여연대 등 민주당과 가까운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크다. 조국혁신당은 독자적으로 금투세 입법 강행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24일 진행된 금투세 관련 당내 정책토론서 유예팀 토론 주자로 나섰지만 “금투세 도입 취지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자본시장이 위기에 처해 있다. 금투세 도입 여부는 자본시장을 살리고 선진화를 시킨 다음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탄핵 인용 시 대선이 진행된다. 앞으로 민주당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촛불시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지만, 구조적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그래서 윤석열정부 같은 민심과 괴리된 정권의 탄생을 막지 못했다. 민주당은 단순히 정권교체를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 대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탄핵 이후 새로운 길을 설계하고, 국민과 함께 고민하면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저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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