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캘리포니아에서 생긴 일

모텔 캘리포니아에서 생긴 일

엘르 2025-01-07 00:00:02 신고

이세영은 확장 중


촬영이 한창이라고 들었어요. 피곤하지 않나요
아, 안 피곤해요. 사람은 말하는 대로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피곤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마인드군요(웃음). 〈모텔 캘리포니아〉에서 연기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지강희를 시나리오로 처음 만났을 때 어땠나요
보통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스토리가 많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고 늘 해왔는데, 지강희는 태생부터 딜레마가 있는 인물이었어요.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기도 전에 부딪힌 문제들. 그로 인한 트라우마.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죠. 그런 상황에 놓인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그리고 어떻게 이겨내고 나아갈까. 만나보고 싶었어요.

지강희의 태생적 딜레마엔 ‘혼혈’이라는 것도 포함됐겠죠
맞아요. 강희가 자란 하나읍은 말도 많고 소문도 많은 동네예요. 강희는 혼혈인데, 모텔이 또 집이다 보니 온갖 가십에 휩싸여 자라죠. 그런 말이 어린아이에게는 특히 스트레스였을 테고요. 저는 배우로서 누가 비방하든 뭐를 하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어요. 제가 선택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강희는 본인이 선택하지 못한 상태에서 겪는 거잖아요? 그러면 무너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궁금했어요.

트라우마를 피해 서울로 향했던 강희가 하나읍으로 돌아오면서 〈모텔 캘리포니아〉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죠. 고향에 대한 한이나 향수는 여러 콘텐츠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데, 서울에서 자라 계속 서울에 사는 서울 토박이 이세영에게는 고향의 정서가 어떤 형태인지 궁금하네요
뭔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있는 것 같긴 해요.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다거나, 내가 즐겨 찾던 떡볶이집이 없어졌다는데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감정들. 못 겪어본 감정이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만요(웃음).

나인우가 입은 셔츠와 재킷은 모두 Dolce & Gabanna. 이세영이 입은 재킷과 볼드한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나인우가 입은 셔츠와 재킷은 모두 Dolce & Gabanna. 이세영이 입은 재킷과 볼드한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이세영에게 연기는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번 그럴 수는 없는데, 저에겐 중요한 포인트이긴 해요. 내가 궁금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더 의욕적으로 임하는 것 같거든요. 이 인물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애정도 더 쏟고요.

〈아홉살 인생〉 〈열세살, 수아〉 〈피끓는 청춘〉…. 어떤 시기를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이세영의 요즘은 어때요
요즘 저는 ‘다시 청춘’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청춘을 모르고 살다가 뒤늦게 자각한 거죠.

계기가 있는지
올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촬영으로 일본에서 새로운 언어로 연기하면서 ‘아, 세상엔 이렇게 좋은 것이 더 있겠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도전하지 않으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도요. 그러면서 내 안의 뭔가가 바뀐 것 같아요. 확장하고 싶은 욕구가 커졌달까요. 일단 뭐든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연기뿐 아니라 당신 삶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 컸네요
맞아요. 인간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원래 저는 계획을 세우며 사는 편인데 ‘그렇게 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고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캔버스 보드를 사서 그려봤는데 결과물이 흉측해요(웃음). 그럼에도 마인드가 달라져서 일단 실행해 본 거죠.

연기해 보고 싶은 인물에 관한 질문은 종종 받았을 것 같아요. 반대로 피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딱히 없어요. 청순가련한 캐릭터도 좋고, 악역도 좋고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생각이 변한 건 있어요. ‘미드’를 보면 한 배우가 특정 캐릭터로 시리즈를 지속해서 맡잖아요. 이전엔 그걸 보면서 ‘저 배우는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시리즈의 팬이 돼보니까, 아니더라고요. 팬 입장에선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캐릭터를 계속 만나고 싶더라고요. 그 배우가 하차하지 않게 바라게 되고요. 어떤 시리즈물의 캐릭터로 오랜 시간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죠.

드레스는 Lee y. Lee y.

드레스는 Lee y. Lee y.

드라마나 영화 보는 게 취미군요
네. 샤워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TV 앞에서 안 움직이는 거. 그게 제 취미였거든요. 요즘은 다른 취미를 가지려고 해요. 내가 ‘다양한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인정하면서부터 새로운 걸 접하는 데 거부감이 없어졌죠. 사실 조금 힘들어졌어요. 행복하고도 고달파요(웃음).

당신에게 행복한 고달픔을 주는 게 또 뭐가 있나요
축구요! 응원하는 팀이 있다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는 게 나를 풍족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무것에도 관심 없는 것보다 관심을 가지는 게 더 행복하다는 걸 알았거든요.

반대로 말하면 배우로서 당신도 누군가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주고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연기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어요. 팬들이 제게 사인을 받거나 같이 사진을 찍을 때 왜 떨려 하는지를. 제가 팬 입장이 돼보니 알겠더라고요. 메시를 보려고 경기를 예매해서 간 적 있어요. ‘메시는 몇 시에 오나?’라는 팻말도 적어서 갔죠. 그런데 이런! 메시가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기를 예매한 걸 뒤늦게 알았어요. 어찌나 아쉬운지. 그러면서 팬의 마음을 더 이해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 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도요.

배우로 평생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자리에서 밝혔어요. 배우로 사는 즐거움은
음… 모든 인간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거기에 제 답도 있어요.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인정받으면 기뻐하는 직장인처럼 저 역시 그래요. 내 선택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는 과정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요. 그리고 연기자로 사는 삶 자체가 축복받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사랑하고, 그런 동료들이 있는 현장이 좋거든요. 옛날에 막내 스태프였던 분이 ‘퍼스트(최고 직급자)’가 되거나 입봉해서 나타나면 또 얼마나 기쁜지. 함께 잘 나이 드는 기분이 행복해요.

나인우가 입은 흰색 수트와 니트, 슈즈는 모두 Zegna. 이세영이 입은 자카르 드레스는 Lee y. Lee y. 플랫폼 스트랩 힐은 Jimmy Choo.

나인우가 입은 흰색 수트와 니트, 슈즈는 모두 Zegna. 이세영이 입은 자카르 드레스는 Lee y. Lee y. 플랫폼 스트랩 힐은 Jimmy Choo.

예능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도 방영 중이죠. 조금 웃기는 질문일 수 있는데, 1년간 세계 자유 여행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숙박 옵션을 선택할래요? 호텔, 에어비앤비, 호스텔 등 실제로 여행 다닐 때 숙박은
늘 가격 부담이 적은 곳을 택해요. 한 장소에 최대한 오랜 시간 홀로 머무르는 여행 방법을 선호하거든요. 일단 가고 싶은 동네를 하나 정해요. 그리고 동네 주민처럼 지내는 거죠. 정보 없이도 그 동네의 구석구석을 찾아갈 수 있을 때까지요. 캠핑도 좋아하는데, 혼자 캠핑한다면 〈텐트 밖은 유럽〉처럼 매끼를 열심히 만들어 먹진 못할 것 같아요. 빵에 잼 발라 커피 내려 먹는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라미란, 곽선영, 이주빈 등 동료들과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은 어땠나요. 화면에는 담기지 않았을 내밀한 여배우들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을지. 여배우끼리 이렇게 진솔하게 대면할 기회가 흔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항상 녹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어요. 새벽 1~2시부터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됐거든요(웃음). 배우끼리 있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냥 친한 언니들과 함께하는 시간같았달까.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들이어서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했죠. 아, 부담이 하나 있었어요. 언니들이 너무 솔선수범 하지 뭐예요. 선영 언니도, 주빈 언니도 “내가, 내가” 미란 언니마저도 ”내가 할게.“ 이러니까 막내로서 정신을 더 바짝 차리려고 노력했죠.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당시 “사랑 후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죽음”이라는 범상치 않은 답을 내놓았어요. “죽을 때까지 사랑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요. 이에 대한 반론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하기 힘든 세상이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사랑의 대상이 꼭 사람이 아니어도 돼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고 나서 행복도가 높아졌다고 했잖아요? 가령 좋아하는 음식이 딱히 없어서 김밥을 먹으나 맨밥을 먹으나 다 똑같은 사람이라면 불만은 없겠지만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없을 거예요. 사랑할 대상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잘 살아가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러니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나인우가 입은 재킷과 이너 웨어 티셔츠, 팬츠는 모두 LeMaire. 네크리스는 Dolce & Gabanna. 이세영이 입은 체크 해링턴 재킷과 미디스커트는 모두 Recto. 이너 웨어로 입은 페이턴트 보디수트는 Tory Burch. 블랙 버클 부츠는 Roger Vivier. 골드 이어 커프는 Tom Wood.

나인우가 입은 재킷과 이너 웨어 티셔츠, 팬츠는 모두 LeMaire. 네크리스는 Dolce & Gabanna. 이세영이 입은 체크 해링턴 재킷과 미디스커트는 모두 Recto. 이너 웨어로 입은 페이턴트 보디수트는 Tory Burch. 블랙 버클 부츠는 Roger Vivier. 골드 이어 커프는 Tom Wood.

보이는 그대로, 나인우


화이트 의상이 잘 어울리더군요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색깔은요
블루요. 청량하잖아요. 그런데 파란색이 저와 안 맞대요. 언젠가 브랜드 행사에서 퍼스널 컬러 테스트를 해줬는데, 블루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버건디 계열이 어울린다고 하던데요? 그럼에도 결국 제가 좋아하는 것에 손이 가요.

2024년 1월 방송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후 1년 만에 〈모텔 캘리포니아〉로 돌아옵니다. 나인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단비 같은 작품일 것 같은데요. 첫 공개를 앞둔 심경은 설렘에 가까울까요
설레진 않아요. 설렌다기보다 궁금해요. 저는 항상 그래왔어요.

궁금증의 대상은 뭔가요? 시청자 반응일 수도 있고, 극의 완성도일 수도 있는데
내가 맡은 캐릭터가 극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궁금해요. 이번 드라마에선 천연수의 고등학교 시절 연기를 위해 특수 분장도 했거든요. 무려 3시간에 걸쳐서 말이죠. 그런 모습이 잘 녹아들었을지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삼자 입장에서 봤을 때 천연수는 어떤 남자인가요
세상에 무해한 사람. 누군가의 곁에 평생 남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굉장히 좋은 사람.

마젠타 컬러의 터틀넥과 페이턴트 레더 슬릿 스커트는 모두 Tom Ford. 나인우가 입은 터틀넥 톱은 Songzio Homme.

마젠타 컬러의 터틀넥과 페이턴트 레더 슬릿 스커트는 모두 Tom Ford. 나인우가 입은 터틀넥 톱은 Songzio Homme.

실제로 천연수는 평생 단 한 명의 여자만 사랑하는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 많은 이가 이런 남자를 ‘판타지’라고 하는 데 동의하나요? 아니면 현실에서도 유효한 설정이라고 느끼는지
저는 판타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남녀를 떠나 누군가를 오랜 시간 진득하게 기다린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천연수도 그중 한 명이고요. 다만 좀 더 현실성 있게 보이려고 세심한 감정선을 많이 고민했어요.

그 감정선에 대해 좀 더 듣고 싶네요
천연수는 강희(이세영)를 10년 넘게 기다려요. 기다림엔 대개 복합적인 감정이 따르잖아요? 그 기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잊히기도 하고, 지쳐서 일부러 잊으려 할 수도 있고요. 천연수는 안 그래요. 버텨요. 긴 기다림을 버텨내고 산 사람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이가 들었을까? 그런 상상을 하면서 인물에 현실감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수의사 천연수의 곁엔 동물이 있었을 테고요. 묻지 않을 수 없네요. 동물을 좋아하나요
좋아해요.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라는 직업을 봤을 때 ‘좋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어요. 근데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더라고요. 동물을 무지개다리로 보내야 할 때도 있고, 그럼에도 이성적이어야 하고요.

확실히 배우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몰랐던 부분을 알기도 하는군요. 천연수를 통해 깨달은 또 다른 건
‘기질은 확실히 타고나는 거구나!’ 후천적 요인도 있겠지만, 한 사람의 삶에서 기질이 끼치는 영향은 참 큰 것 같아요. 천연수 역시 타고난 기질 때문에 한 사람을 오래 기다릴 수 있었구나 싶었죠.

나인우의 기질은
포기는 절대 안 해요.

뭔가를 포기해서 후회한 적 없나요
네. 포기라는 걸 해본 적 없거든요. 제가 내려놓는 걸 잘 못해요. 무엇이든 안고 가는 편이죠. 알아요. 나쁘게 보면 고집이라는 거. 무엇이든 양면성이 있으니까요. 지금 시대에 포기하지 않는 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믿기에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나인우가 입은 셔츠와 수트, 슈즈는 모두 Dolce & Gabanna. 이세영이 입은 재킷과 시스루 롱스커트, 스트랩 웨지 힐, 뱅글과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나인우가 입은 셔츠와 수트, 슈즈는 모두 Dolce & Gabanna. 이세영이 입은 재킷과 시스루 롱스커트, 스트랩 웨지 힐, 뱅글과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큰 장점이죠.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세우지만 않는다면 더 큰 장점이고요
실제로 ‘힘들다’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포기가 안 돼요. 아까 말했듯 제 기질인 거죠.

과거 인터뷰를 보면 데뷔 때부터 여러 차례 다짐처럼 말한 단어가 있어요. ‘초심’. 당신의 초심엔 어떤 것이 있나요
안 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여건이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이게 데뷔 때부터 지켜온 초심이에요. 그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고요.

데뷔 초엔 어떤 지점에서 해보자는 다짐을 했는지 그
땐 그런 고민을 했어요. 또래 친구들은 교복도 입고, 나이에 맞는 역할로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항상 제 나이보다 많은 역할을 했거든요. 스무 살 때 수염 붙이고 나오고(웃음). 그러다 20대 중후반부터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보내온 11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 운은 20대 후반부터 온 것 같은데, 그때 특별히 열심히 해서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같은 자리에서 늘 열심히 해도 발견되는 데는 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요. 다만 대중의 사랑은 각별하죠. 그건 ‘운’이 아니라 그분들의 ‘선택’이니까요. 저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런 팬들과 가깝게 만난 5월의 팬 미팅은 어땠나요
너무 떨렸어요. 항상 떨리지만 유난히 더 떨렸어요. 한국 팬 미팅은 이번이 처음이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플라워 패턴의 이너 웨어와 베스트, 재킷은 모두 Bottega Veneta.

플라워 패턴의 이너 웨어와 베스트, 재킷은 모두 Bottega Veneta.

평가받는 기분은 배우로서 자주 느끼는 감정 아닌지요
그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연기는 캐릭터로 대중과 만나는 거지만 팬미팅은 나로서, 나인우로서 보여주는 거니까요.

당신을 이야기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건 기타죠. 밴드 갈네리우스의 기타리스트 슈를 좋아한다고 언급한 걸 본 적 있어요
지금도 좋아해요. 앨범 나올 때마다 듣고요.

그가 한 인터뷰에서 연습할 때 특히 신경 쓰는 건 ‘힘을 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힘을 빼는 건 연기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맞아요. 연기할 때 힘을 빼는 건 중요해요. 지금도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어릴 땐 답을 정해뒀어요. 가령 ‘이 신에서는 이 감정을 표현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 장면에 갇히더라고요. 연기라는 게 호흡인데, 일방통행이 될 때도 있고요. 이후부터 덜어내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아마 저에게 주어진 평생의 숙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연기 스승이 있나요
연기 선생님들. 곁에서 조언해 주고 연기의 길을 알려주시는 분 모두가 제 스승이죠.

그들이 당신의 장점으로 꼽은 건 뭔가요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건 공통점으로 해주신 말씀이었어요. 반대로 마음껏 놀지 못하는 걸 단점이라고 하시던데요(웃음). 경험도 중요하지만 경험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경험이 오히려 해가 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거든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나인우가 입은 흰색 수트와 니트는 모두 Zegna. 슈즈는 Dolce & Gabanna. 이세영이 입은 자카르 드레스는 Lee y. Lee y. 플랫폼 스트랩 힐은 Jimmy Choo.

나인우가 입은 흰색 수트와 니트는 모두 Zegna. 슈즈는 Dolce & Gabanna. 이세영이 입은 자카르 드레스는 Lee y. Lee y. 플랫폼 스트랩 힐은 Jimmy Choo.

지금 나인우라는 사람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시기를 꼽는다면
어떤 특정한 시기가 있었다기보다 모든 순간이 더해져 지금의 내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은 ‘일-집-일-집’으로 일상이 돌아가는 ‘집돌이’지만요. 저는 좀 특이하게도 캐릭터를 입는 순간 그냥 ‘확’ 빠지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희한할 정도로 그냥 그 인물에 빠져요. 그렇다 보니 캐릭터 하나하나가 크게 남아요. 진짜 다른 세계를 경험한 것 같거든요.

그나저나, 집돌이 습성은 어디서 온 건가요
그러게요. 어릴 때 장난을 너무 심하게 치면서 놀았던 반작용인가. 열심히 뛰어다니며 놀았거든요. 그래서 몸에 흉터가 꽤 많아요. 보시다시피 여기 팔에 하나, 다리에도 흉터가 있고…

〈모텔 캘리포니아〉는 ‘사랑도, 인생도 리모델링이 되나요?’를 묻는 드라마 같더군요. 혹시 인생에서 리모델링하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앞선 대답으로 짐작컨대 없을 것 같긴 합니다(웃음)
없어요, 단 한순간도.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인정하면 돼요. 그건 내가 잘못한 거다. 인정하면 후회도, 리모델링하고 싶은 순간도 안 생기는 것 같아요.

2025년을 기다리는 나인우의 마음
사실 별생각 없어요. 올해가 어떻게 갔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요샌 어제 한 일도 기억이 잘 안 나고. 하하하. 그냥 지금처럼 열심히 걸을 것 같아요. 2025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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