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문화 공간,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진화하는 문화 공간,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더 네이버 2025-01-06 21:48:09 신고

3줄요약

(왼쪽부터) 박솔애 차장, 박선영 이사, 박기종 상무, 장백산 부장. 김성준 부사장은 실무진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며 사진 촬영에서는 뒤로 물러났다.

팝업스토어 전성시대. 브랜드 마케팅에서 이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공간 경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서울 성수동과 더현대서울 등이 팝업 성지로 떠올랐지만, 팬데믹 시기 일찍이 입소문을 타며 고객을 성수동으로 끌어들인 팝업이 있으니, 바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다. 철물점 콘셉트로 갖가지 감각적인 굿즈를 내세워 침대 없는 침대 브랜드 팝업으로 주목받았다. 성수동에 이어 부산, 서울 청담동 등에서 잇따라 열린 팝업스토어를 성공시킨 주역은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이하 SDS)’다. 시몬스의 내부 유닛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SDS는 지난 12월 2일 신사동 가로수길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를 새롭게 열었다. 경기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에 이어 두 번째로 오픈한 상설 매장이다. ‘피싱 클럽’이라는 콘셉트에 따라 보트 위 스낵 바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완성했고, 낚시와 어울리는 소품과 의류를 디자인했다. ‘핫 피시’라 불리는 붕어빵은 이곳의 대표 메뉴다.
이를 이끄는 중심에는 SDS 대표인 김성준 시몬스 부사장이 있다. 김성준 부사장과 함께 SDS의 주축이 되는 실무진 4인이 그로서리 스토어에 모였다. 오프라인 공간 기획과 F&B 파트를 총괄하는 박기종 상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및 영상 콘텐츠를 담당하는 박선영 이사, 아트팀의 장백산 부장, 공간 설계 실무를 맡은 박솔애 차장이 그 주인공. 정식 오픈 둘째 날, 가로수길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를 예고한 스토어에서 이들에게 대화를 청했다.

1 공간 콘셉트를 알리는 ‘피싱 클럽’ 로고. 2 신사동 가로수길 골목에 자리 잡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 외관. 3 바다 영상으로 벽 한 면을 채운 1층 홀.

2023년 12월 SDS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김성준_시몬스 내부의 일도 있지만 다른 회사 일도 맡아서 진행한다. 또한 그로서리 스토어와 같은 F&B 파트에서 직접 손님을 상대하는 일이 생겼다. 결론적으로 더 바빠진 셈이다.


팝업스토어에 이어 상설 스토어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박기종_2020년 성수동의 4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시작했다. 세어보니 2024년까지 총 아홉 번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더라. 
4년간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음식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진화한 게 아닌가 싶다.
김성준_F&B는 공간의 한 구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엄청난 맛집을 열거나 레스토랑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한 것이 아니다. 팝업이 진화하다 보니 F&B도 굿즈처럼 프로그램 일부로 자리 잡았다. 본래 가을에 열 계획이었으나 지연되며 겨울에 오픈하게 되었다. 사실 날씨가 춥고 설 연휴가 다가오는 겨울은 카페 운영에 불리하다. 그러다 붕어빵이 유행하는 데다 겨울과도 어울리니 굿즈처럼 붕어빵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곧바로 아트팀이 디자인 패키지를 디자인했는데 ‘핫 피시’라는 문구를 넣었더라. ‘뜨거운 피시’가 아니라 ‘핫한 피시’로 다가와서 그것을 채택했고, 발전시켜 ‘피싱 클럽’이 디자인 콘셉트로 떠올랐다. 이후 공간 콘셉트는 ‘피싱 보트’로 결정하는 등 점차 발전해왔다.


성수동에 많은 팝업스토어가 생겼다 사라지며 비판적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박선영
_성수동이 팝업의 메카로 자리 잡으며 브랜드 팝업을 하려면 성수동으로 가야 한다는 공식이 생겨났다. 좋은 점도 있지만 성수동의 오랜 터줏대감이 밖으로 밀려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지나치게 팝업이 많아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지쳐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로서리 스토어 2호점은 성수동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팝업 스토어 지역을 정할 때 우리만의 공식 아닌 공식이 있다면 침체한 상권에 들어가는 것이다. 2020년 성수동의 첫 하드웨어 스토어는 문을 닫은 3평짜리 꽃집이었고, 해운대 팝업은 폐점한 라면 가게였다. 2023년 청담동 팝업도 2년간 비어 있던 공간이었고. SDS는 침체된 상권에 입점해 띄우는 일을 잘하니 가로수길을 눈여겨봤다. 가로수길이 과거에 비해 주춤하다는 의견이 많지 않나. 이번에 다시 한번 가로수길 상권을 끌어올리자는 목표로 매장을 오픈했다.
박기종_가로수길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되지만, 강남시장과 뒤쪽 골목은 전통적으로 신사동이 지닌 파워가 있다. 또 우리는 대로변보다 골목 귀퉁이나 구석을 좋아한다. 고객들이 공간을 검색해 찾아오는 모습에 희열을 느낀다.
김성준_가로수길 상권은 그동안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으며 망가졌다. 그런데 젠틀몬스터, 누데이크, 나이스웨더로 이어지는 골목과 함께 다시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더라. 우리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1 스윙도어를 설치하고 포토 스폿으로 꾸민 화장실. 2 2층의 굿즈 섹션. 의류, 문구, 인형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 3 생선을 테마로 한 다양한 굿즈. 얼음 소품을 활용해 기발하게 전시했다. 


SDS의 회의 풍경이 궁금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 같은데.
김성준_어떤 프로젝트를 하자고 이끄는 입장에서 실무진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뉴욕’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머릿속에 있는 뉴욕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실무진이 지향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본인의 능력과 취향이 발휘된다. 역할에 따라 업무 방식도 다르다 보니 다 같이 모여 수업 듣듯 일방적인 회의는 하지 않는다. SDS는 침대 회사에서 일하지만 비가구 업계 출신만 모였다. 성공 공식만 답습하는 고정관념이 싫어서였다.
장백산_콘셉트가 결정되면 부사장님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 않아야 되는 것 빼고 다 해보라’는 것이다. ‘낫투두리스트(Not to Do list)’라고 하는 몇 가지 제한만 둔다.
김성준_영어를 쓴다면 틀리지 않게 잘 확인하라는 정도다(웃음).


‘피싱 클럽’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발전했나?
박기종_처음에는 피시 마켓에서 출발했다. 다만 시장은 직관적이고 다소 뻔한 느낌이라 조금 비틀어 피싱 보트 안의 액티비티와 스낵바, 굿즈가 선상에 어우러지는 것을 상상했다. 또 우리가 공통적으로 경쾌하고 빈티지한 무드를 좋아하는데, 하드웨어 스토어에서부터 이어져온 SDS만의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팝업을 하기 전후를 비교하면 우리 느낌을 따라 한 브랜드가 많아졌다. 실무자 입장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이 공간을 설계한 과정도 궁금하다.
박기종
_낚시하는 공간을 만들까, 진짜 보트를 집어넣을까 여러 고민을 했다. 층고가 낮아 보트를 넣기는 어려워 건물 자체를 보트로 만들었다.
박솔애_1, 2층을 구분하자는 상무님 아이디어에 따라 1층은 앉아서 먹고 대화할 수 있는 홀로 꾸몄다. 공간이 협소하기에 전광판에 확장성 있는 영상을 재생하고, 벽면에 거울을 두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조명도 천장의 빈틈에 설치해 더 밝고 층고가 높아 보이게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기대감을 더하고자 선실로 올라가는 느낌을 표현했다. 벽에 스낵바를 가리키는 밈 스티커도 부착하고. 음향 역시 바다에 있는 것처럼 사실적인 파도 소리를 백색소음처럼 추가했다.
김성준_인테리어 관점에서 층고가 낮으면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만 되려 낮은 층고를 활용해 선실 느낌을 내고 선도 일부러 지저분하게 정리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지점이랄까.
박기종_배관이 조명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복잡하고 지저분할 수 있다. 어차피 있어야 하는 배관이라면 콘셉트에 어울리도록 재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조명이나 소품을 매번 새로 구입하지는 않는다. 이전 팝업이나 광고 촬영 등에서 사용한 소품을 보관하다 하나씩 공간에 녹인다. 소품도 우리의 자산이니까. 잘 활용하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김성준_랄프 로렌에게 자동차 창고가 있듯 이천에는 박기종 상무의 창고가 있다(웃음).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좋은 실천 사례다.
박기종
_아무래도 ESG 브랜딩 전문 회사라 그런 점을 중시한다.
김성준_ESG 브랜딩 시장이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보여줘야 하는 세상이다. 프라이탁처럼 고유의 브랜드 문화가 있는 곳이 미래 소비 시장에서 유리할 것이다. SDS는 ESG 가운데 ‘S’에 해당하는 ‘소셜’을 특히 중시한다. 그래서 도시 브랜딩과 로컬에 집중하고 있다.

공간에서 눈여겨볼 디테일을 소개한다면?
박솔애
_소개하고 싶은 히든 공간은 화장실이다. 나무로 벽을 마감하고 스윙도어를 설치했다. 포토 스폿으로도 어울린다.
박기종_어떤 프로젝트든 공간을 구성할 때 화장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화장실이 특별하지 않으면 기억에 남지 않더라.
김성준_팝업스토어를 할 때 낙후된 상권에 입점하다 보니 대개 공용 화장실인 데다 너무 지저분했다. 동네를 위해 뭔가 해드리자는 생각으로 팝업 때마다 화장실을 고치고 나왔다. 화장실에 집착하는 건 팀의 특성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장실도 콘셉트에 충실한 건 물론, 셀피 존으로 강렬하게 꾸몄더라. 콘셉트를 실무자에게 분명히 이해시키니 1990년대생 버전으로 탄생한 것이다.

 

낚시와 어울리도록 디자인한 볼캡. 2 붕어빵을 담는 포장용 패키지. ‘핫 피시’라는 문구에서 지금의 콘셉트가 탄생했다. 3 2층으로 오르는 방향을 가리키는 스티커. 밈의 요소를 활용했다. 4 계단 벽에 부착된 빈티지한 포스터. 

특히 만족하는 굿즈는 무엇인가?
장백산
_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여러 의류 샘플을 만들며 소재와 디테일에 특히 공을 들였다. 후디는 조일 수 있게 끈을 길게 내는 등 소소한 디테일이 많다. 유행하는 반다나도 있고.
박선영_우리가 GD보다 먼저 준비했다(웃음).
김성준_내가 생각하는 회심의 굿즈는 랍스터다. 인형, 열쇠고리, 집게 모양 냄비 손잡이 등의 아이템 덕에 그로서리 스토어의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피싱 클럽이라고 해서 물고기만 보이는 것보다 랍스터가 있으니 꼭 첼시마켓 같지 않나. 
장백산_굿즈를 만들면서 팀원들과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너라면 이거 살 거야?’다. 더 많은 시제품을 만들지만 이런 대화를 나누며 제작을 결정한다.


붕어빵은 겨울이 지나도 맛볼 수 있을까?
박기종
_요즘 독특한 붕어빵이 유행인데, 기본에 충실한 메뉴가 없어지는 게 아쉬워서 클래식한 메뉴를 준비했다. 봄이 오면 계절에 맞는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콘텐츠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야 공간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다.
김성준_이곳은 F&B 공간이라기보다 일종의 문화 공간이다. 낮에는 그로서리 스토어로 운영되지만, 2월부터는 오후 5시 폐점 후 트레바리 북클럽이 열린다. 이처럼 이곳을 커뮤니티 마케팅 장소로 활용하고 싶다.


ESG 브랜딩 기업으로서 어떤 활동을 해왔나?
김성준_시몬스의 ESG 침대인 ‘뷰티레스트 1925’는 판매 가격의 5%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 기금으로 기부된다. 모금이 거의 끝나 
5억원 넘는 수준의 예산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의 숲을 환우와 의료진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겨울이 지나 땅이 녹으면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 2024년 2월에는 비건 매트리스 N32 론칭 후 ‘서울디자인리빙페어’에 부스를 설치했다. 인식을 높이기 위해 더미가 등장하는 독특한 광고도 촬영했는데,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의 풍경을 찍어야 해서 깜깜할 때 산을 오른 기억이 난다. 그때 먹은 갓 튀긴 해시브라운의 맛을 잊을 수 없다(웃음).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박선영
_시몬스가 아닌 타 브랜드 광고 영상도 제작해보고 싶다. 최근 안성재 셰프가 출연한 써브웨이 광고를 보며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셰프가 “매일 먹을 것 같아요”가 아니라 “가끔 가서 먹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데, 셰프다운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사다. 이전에 광고는 스킵하는 것이었다면, 패러다임이 바뀌며 시청자가 찾아서 보고 싶은 광고가 유행이다. SDS 이름으로 그러한 대작 광고를 만들고 싶다.
박기종_공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도시 브랜딩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또 해외에서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어보고 싶다.
김성준_최근 방콕에 흥미가 생겼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며 아시아의 금융과 문화 중심지가 이동하고 있는데, 금융이 싱가포르로 옮겨갔다면 문화적 지위는 방콕이 차지할 조짐이 보인다. 여러 아트페어가 열리고 특급 호텔이 줄줄이 오픈하는 것이 증거다. 그로서리 스토어를 그러한 도시에 열면 어떨지 궁금하다.
박솔애_여기에 더해 해외 경험을 쌓아 해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어떨까.
장백산_SDS가 확장해 파티면 파티, 음식이면 음식, 패션, 음악, 영상 등을 아울러 문화 콘텐츠를 주도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다른 회사 브랜딩을 해보고 싶다. 기획, 그래픽 디자인, 영상 다 가능하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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