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지난해 대기업의 제조업 생산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은 최악의 성적을 보인 가운데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기업의 제조업 생산지수는 114.8(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이는 2015년 통계 집계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최대치다. 주로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호조 덕분이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43.9% 증가한 1419억 달러에 달하며, 전체 수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도 세계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정체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지난해 1~11월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98.1로, 전년보다 0.9% 감소하며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2023년(-1.3%)에 이어 2024년에도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화학제품과 의복 분야에서 중국 경기 부진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드는 등 업황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 평균 가구의 의류 및 신발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소인 3.9%로 떨어졌다.
내수 부진은 중소기업의 불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3069개 중 64.6%가 경영 애로 사항으로 내수 부진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외풍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더욱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환율 기조는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환차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내부 자원을 활용한 환 헤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 격차는 근로자 간 소득 격차로도 이어진다. 대기업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성과급 등 특별급여의 비중이 300인 미만 사업체보다 더 크기 때문에, 대기업의 성과급이 늘어날 경우 중소기업 근로자와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고환율과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영업이익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소득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낙수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커질 전망이다. 낙수효과란 자산 감세와 대기업 중심의 지원 정책이 고소득층 소비와 대기업 투자를 늘려 경제 전반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의 호조세와 중소기업의 불황은 한국 경제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내수 부진과 고환율의 장기화가 이 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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