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에 위치한 BYD의 한 매장을 찾았다. 매장 밖에는 BYD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깔끔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전시 차량들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대표 모델인 아토 3(Atto 3)와 신형 전기 세단 씰(Seal)이 중앙 무대에 자리 잡고 있었고 방문객들은 차량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일본인으로 보였는데, BYD 직원과 전기차 보조금 혜택과 차량 유지비를 두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 가격에 이런 기술을 담은 전기차는 일본에서는 없죠. 특히 고령층 고객들이 ‘합리적이다’라는 반응을 많이 보입니다." 매장에서 만난 예비 BYD 전기차 고객의 말처럼 BYD는 일본 소비자의 니즈를 철저히 분석해 시장에 적합한 전략을 세운 듯했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자국산 브랜드의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글로벌 명차도 1%대 점유율에 그칠 정도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만큼은 다르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3가 전동화 전환에 소극적인 사이 일본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제조사들에게 사실상 빈집으로 남아 있었다.
BYD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들었다. 2023년 초 일본 시장에 진출한 BYD는 소형 SUV 아토 3와 해치백 돌핀(Dolphin)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2024년 상반기에만 전기차 시장 점유율 3%를 기록하며 단숨에 주요 수입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BYD의 대표 모델 아토 3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작가는 440만 엔(한화 약 4130만원)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300만엔대 중반에 구입 가능하다. 매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첨단 안전장치와 세련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며 “가격도 합리적이라 구매를 결정했다”고 했다.
올해 6월에는 주력 세단 모델인 씰이 라인업에 추가됐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으로 일본의 권위 있는 자동차 어워드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서 상을 받으며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주목받고 있다.
BYD의 성공 비결은 설계 최적화와 자체 생산 능력이다. 아토 3에 탑재된 전기 파워트레인 ‘E-액슬’은 온보드 충전기, 모터, 감속기 등 8개 구성 요소를 하나로 통합해 경량화와 생산 단가 절감을 동시에 실현했다.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자급자족하며 창문과 타이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량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독보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BYD는 일본 내 55개의 판매 거점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1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일본 시장 공략을 이어가는 중이다. BYD는 2025년까지 일본에서 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전략은 일본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BYD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BYD는 일본뿐 아니라 유럽,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떠오르는 데 일조한 BYD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자랑하는 시안 공장에서 하루 4000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료스케 모토지 오사카공립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BYD의 성공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도 큰 메시지를 던진다"며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혁신적인 기술, 그리고 철저한 비용 관리가 결합된 BYD의 방식은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에서 BYD가 쌓아가는 성과는 앞으로 전동화 시대를 주도할 글로벌 강자의 행보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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