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검찰 수사에 그룹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다. '별건에 별건'을 파헤치는 먼지털이식 수사로 또 다른 피해자들만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발 정상적인 기업활동은 방해되지 않도록 해달라."
최원 KH그룹 부사장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그룹 계열사에 대한 검찰 수사 등과 관련 고충을 토로한 말이다.
최 부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한민국 기업사에 전례가 없는 수사가 KH그룹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수사로 인해 2만여 그룹 구성원은 물론 18만 소액주주들까지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H그룹은 지난 2022년부터 검찰의 압수수색 등 국가 사정기관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수사의 발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22년 초 KH그룹이 인수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관련 입찰방해 의혹, 그리고 또 하나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및 대북송금 관련 사건과 연관 의혹 등이다.
최 부사장에 따르면 위 건을 발단으로 검찰, 공정위, 국세청, 금융위 등 사정기관이 총동원된 KH그룹에 대한 압박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만 해도 수원지검,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KH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임원진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 주요 거래처에 대한 압수수색, 공정위의 입찰 담합 관련 감사 등도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고강도 수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혐의가 입증된 것 없이 '별건에 별건에 대한 수사'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최 부사장의 주장이다.
최 부사장은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사정기관들의) 전방위적 수사로 주요 임원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줄소환되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야 할 직원들의 고통과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 부사장에 따르면 실제 KH그룹 주요 계열사 일반 직원들도 정상 업무가 어려운 상태다. 근무 시간에 업무공간인 사무실에서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압수수색은 일반 직원들에게는 생소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일반인인 직원들의 노트북, 휴대폰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최 부사장은 "일반 직원들이 자신의 사생활이 담겼을 수도 있는 휴대폰을 포렌식 당하면 그 자체로 큰 부담은 물론 회사 생활에 회의감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회사에서 중요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이 (검찰 조사에) 부담을 느껴 퇴사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KH그룹 2022년말 1100여명이었던 임직원이 현재 780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검찰 조사 등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의 여파로 계약을 꺼린 거래처가 줄어든 상황에 따른 구조조정 사례도 있지만 많은 직원들이 스스로 퇴사한 경우도 많다는 게 최 부사장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최 부사장은 "좋은 인재들이 본연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이유(검찰 조사) 때문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 중에는 검찰 조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고 가족들의 걱정이 우려돼 그만 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 부사장이 우려하는 건 기업 본연의 활동인 사업 전개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기관의 조사가 오래 지속되면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
이와 관련 최 부사장이 대표적 사례로 든 건 하얏트호텔 매각 건이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하얏트호텔을 KH그룹이 약 5620억원에 인수한 건 2019년. 당시 KH그룹은 하얏트호텔을 인수해 부동산 개발 사업을 그룹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들 복안이었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들이 검찰 수사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 전개가 어려워지면서 하얏트호텔을 7300여억원에 매각해 목전의 위기에 대처하게 된다.
최 부사장은 "하얏트호텔을 인수하고 얼마 안돼 1조원 이상을 제시한 매각희망자도 있었다"며 "그래도 그룹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팔지 않았지만 다른 계열사를 위해 매각해 그룹사 전체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그룹 매출만 보더라도 2022년 국내 부문만 4000억원 수준에서 검찰 조사가 지속된 이후인 지난해에는 2000억원 미만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여기에 시장의 신뢰도를 잃으면서 금융권 여신 등이 막히고 주요 대기업들과 거래가 끊기는 건 추산하기 어려운 손해라 할 수 있다.
최 부사장은 "혐의가 입증된 건 하나도 없는데 검찰 조사가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융권의 정상적인 대출조차 어려워진 상태"라며 "자산이 4조원이 넘은 기업이 정상적 사업 전개를 위한 담보 대출도 안된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KH그룹은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이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상장사 5곳(코스피 2곳, 코스닥 5곳)이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것이다. 사정기관의 수사가 길어지면서 주요 계열사들도 정상적인 회계 결산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불공정 공시 등의 악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란 게 최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현재 KH그룹 소액주주연대는 KH그룹 계열사의 주식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중이다.
최 부사장은 "18만여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도 또 다른 피해자"라며 "오로지 '의혹'만으로 만들어 낸 KH그룹의 '정치적' 혐의로 인해 가장 먼저 투자자와 수십만 소액주주들이 동요하면서 그룹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KH그룹 계열사들의 상장폐지 확정이 유력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외 임직원들의 생계와 미래가 걸려 있는 그룹의 사업 전개도 최대한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게 KH그룹 경영진들의 또 다른 고민이다.
최 부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수많은 직원과 그 가족들의 일상적인 삶의 터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수사가 어떻든 정치가 어떻든, 이와 무관한 보통의 임직원들과 투자자, 아직 KH를 믿고 함께 해주는 거래처들과 함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Q. KH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어떤 상황인가?
A. 당사는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시작해 지난 2022년 초 부터 수원지검, 중앙지검, 남부지검, 춘천지검 등 검찰청 인지부서와 국세청, 경찰청, 공정위, 금융위, 금감원 등으로부터 최근까지 수십 차례에 이르는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받으며 힘겹게 버텨오고 있다. 한 기업이 우리나라 거의 모든 수사기관으로부터 강제 수사를 받는 전래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 KH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Q. KH그룹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는 나온 게 있는가?
A. 협의의 대부분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압수수색 대상은 KH그룹 전 계열사와 배상윤 회장 및 임직원, 그 가족 등 대상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임직원 30여명은 뚜렷한 이유 없이 출국금지 당했다. 최근까지도 재무회계부서를 포함한 임직원의 컴퓨터와 개인 휴대폰을 수사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 당했으며 주요 임직원은 검찰로부터 위치추적까지 당하고 있다.
Q. 검찰의 수사로 인한 피해는 대략적으로 어떠한가?
A. 3년이 다 되어가도록 표적수사의 대상이 되며 KH구룹은 일부 언론을 통해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명감으로 오랜 기간 착실하게 쌓아온 배상윤 회장의 기업인으로써의 명에는 심각하게 회손됐고 개인의 삶과 그 가족의 일상이 무너져 내렸다. 어린 자녀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가족들과 몇몇 임직원은 압수수색과 잦은 소환 조사의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Q. 피해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A. 검찰과 언론이 실체 없이 오로지 '의혹'만으로 만들어낸 KH그룹의 '정치적' 혐의로 인해 가장 먼저 투자자와 수십만 소액주주들이 동요하며 투자금 회수의 압박에 직면해 전액 상환했다. 사업 활동에 필요한 금융권의 신규 대출 또한 불가하게 됐다. 이로 인해 현재 그룹은 본연의 사업 활동인 신사업 개발은커녕 정상적인 영업 활동 유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며 결국 그룹의 5개 계열사(코스피 2개사, 코스닥 3개사)는 상장폐지가 결정 됐다.
Q.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를 그룹에서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A. KH그룹은 해당 의혹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연관성도 전혀없다.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만 있을 뿐 2년여에 걸친 강도 높은 수사에서 어떤 증거도 확인된 바 없다.
Q. 불법으로 대북 송금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A. KH그룹은 2018년 경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으로부터 일제 강점기 일본에 의해 강제 동원된 위안부, 징병, 징용으로 끌려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우리 조상들의 유해송환산업 등 좋은 일에 동참하라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기부한 바 있다. 국가에서도 하지 않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기 위해 기꺼이 기부했던 '선한 의도'가 불법 대북 송금의 '꼬투리'가 돼 KH그룹 전 계열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게 된 통탄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Q. 알펜시아 입찰 담합 의혹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A. 과도한 부채, 분양 실패, 만성적자로 인해 강원도를 위기에 몰아넣고 도민의 혈세를 갉아먹던 '혈세먹는 하마'를 인수해 부도 직전의 강원도를 살린 것은 KH그룹이다. 당사는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해 흑자 전환했다. 기존 임직원도 100% 고용 승계했다.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현재는 강원도 세수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피해자가 전혀 없는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를 입찰 담합이라고 몰아가는 건 납득할 수 없다. 현재도 겨울 성수기에 대고객 서비스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이 또한 그룹에게는 큰 손해일 수 밖에 없다.
Q. 이 외에 다른 건의 수사 등으로 그룹이 압박 받고 있는가?
A. 금융위는 2018년 남부지검 수사로 무협의 처분이 내려졌던 사건까지 패스트트랙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올려 놨다. 결국 남부지검에서 이 사건을 재수사하게 한 것이다. 이번 정부는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 탄압 뿐만 아니라 KH그룹이 쌍방울그룹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정당과의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정권 내내 사상 초유의 기업수사를 강행했다.
Q. 그동안 검찰 수사 등에 성실히 임했나?
A.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수십 차례에 이르는 압수수색을 감내해 왔지만 돌아온 것은 상장폐지 되어버린 회사, 함께 성장해 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했던 임직원, 무너진 일상에 깊은 상처만 남은 가족들이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에 먼지같은 존재도 안되는 KH그룹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전혀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임직원 및 가족들은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큰 상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 임직원과 18만 소액주주 그리고 그 가족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다. 우리 회사와 가족을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용하지 말아주길 간곡히 호소한다.
△ KH그룹 대상 압수수색 진행(2년간)
2022년 4월 강원경찰서 알펜시아 입찰방해 관련 강원도청, KH그룹 동시 압수수색
2022년 8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관련 압수수색
2022년 12월 중앙지검/수원지검 대북송금, 알펜시아 입찰방해 관련 양 검찰이 협의하여 동시에 KH그룹 전 계열사 압수수색
2023년 1월 중앙지검 입찰방해, 배임 관련 임원 소환조사
2023년 1월 중앙지검 입찰방해, 배임 관련 대표이사 줄소환조사
2023년 3월 남부지검 주가조작 관련 압수수색
2023년 4월 국세청 전 계열사 특별세무조사
2023년 4월 공정위 KH그룹 압수수색
2023년 4월 중앙지검 알펜시아 입찰방해, 배임 관련 회계법인, 한국자산공사 압수수색
2023년 5월 중앙지검 수행원 9명 압수수색
2023년 5월 중앙지검 회장님 가족 주거지 압수수색
2023년 5월 중앙지검 고위임원 및 직원 압수수색, 구속영장
2024년 1월 금융위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KH그룹 전 계열사 압수수색
2024년 11월 중앙지검 횡령 혐의 고위임원 압수수색
2024년 11월 중앙지검 KH그룹 전 계열사 압수수색
이 외 해당 임직원 숙소, 자택 등 주거지 수차례 압수수색 진행 _제공; KH그룹
△ KH그룹 주요 연혁
2016년 4월 필룩스(現 KH필룩스) 인수
2018년 8월 삼본전자(現 KH미래물산) 인수
2019년 1월 장원테크 인수
2019년 3월 이엑스티(現 KH건설) 인수
2019년 그랜드하얏트호텔 서울 인수
2020년 12월 IHQ 인수
2021년 8월 알펜시아리조트 인수
배충현ㆍ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