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키보드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후 갖게 된 하나의 목표는 아크릴 적층 키보드였습니다. 처음에는 불투명한 아크릴로 만들어야지 했었는데, 어느 날 기키갤에서 투명 아크릴 W!-AT를 발견했습니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투명한 키보드가 이렇게 이쁘구나 였습니다. 자칫하면 단조로워질 수 있는 옆 라인을 볼록하게 만들며 이쁘게 디자인한 것도, 아래에서 기판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도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내 책상 위에 저런 게 하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W1-AT(이하 덥원)를 방에 들여놓기엔 큰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 기판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거기서부터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윈키리스 배열에 익숙하지 않아 단축키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으며, 마지막으로 제 책상이 그 킨 키보드를 담을 만큼 자리가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상 위에 액정 타블렛과 3D 프린터가 같이 올라가 있거든요.
그래서 덥원을 사는 대신, 덥원의 마운팅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나만의 키보드를 제작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기판부터 하우징까지 전부 디자인해야 했습니다.
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기판 제작을 좋아합니다. 취미가 거의 기판 제작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만든 기판은, 제가 애용하는 60%Arrow 배열에 넘패드를 추가적으로 달고, 스플릿 스페이스바를 갖게 한 배열입니다.
KLE에서 디자인한 모습입니다.
지금 다시 보면, 어느정도 멀티배열을 적용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스플릿 스페이스바를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구요. 저도 적응에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이 배열을 토대로, RP2040 기반 기판을 디자인해줬습니다.
테드폴 마운드와 기존 덥원과의 유사성을 위해서, 다음 링크에서 덥원 기판의 레이아웃을 다운로드해 입맛대로 제 기판에 맞게 수정해주었습니다.
(@ 빼고 입력)
부품은 제가 가진 걸 이용해야 해서 레이아웃만 가져오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 기판을 보면 세상에 대단한 사람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최종적인 디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에 트랙에 라운딩을 넣어주는 플러그인을 처음 써봤는데, 이거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빛반사부터 달라요.
거버 파일을 추출한 뒤, JLCPCB에 주문을 넣어 제품을 받았습니다.
납땜 후 기판의 모습입니다. 블랙으로 주문했는데, 화이트도 이뻤을 것 같습니다. 두께는 1.2mm입니다.
라운딩도, QFN 패키지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스위치를 땜해주기 전, 하우징을 디자인해 주었습니다.
하우징은 제가 보고 감동받은 형태 그대로 디자인해주었습니다.
아크릴 가공 업체에 맡긴 뒤, 가조립해본 뒤, 테드폴 위쪽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급하게 두장을 추가 주문하여 하우징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키보드의 모습입니다.
키캡은 스웨그키 파운데이션입니다. 생각보다도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타건음을 올리기에 집이 시끄러운 상황이라, 기회가 되면 파일들을 공유하며
같이 타건음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테드폴은 핑크를 사용하였습니다. 은은히 비치는 색이 황동 스페이서와 잘 어울립니다.
투명한 베젤이 상당히 이쁘네요.
하나의 로망이 이루어진 느낌입니다. 손끝에 울리는 진동과 클래키한 사운드가 오랫동안 이 키보드를 사용하게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내구도가 버텨준다면요.
다음 강의글 쓸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계식키보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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