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유의미한 교류가 없고 도움받을 수 있는 지지 체계가 부재한 청년, 그중에서도 방이나 집에 스스로를 가두고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청년을 고립·은둔청년이라 한다. 백수, 니트(NEET),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하게 불리는 이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게으르다’고 비난받고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적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활기차게 도전해야 마땅한 시기에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이 청년답지 못하다고, 일부 청년들의 지극히 개인적 상황이라며 그간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고립·은둔청년이 더 이상 개인사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감염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국민 모두가 고립을 경험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고립을 마주하면서 고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기반이 됐다. 통계청 사회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고립청년은 54만명, 팬데믹이 완화된 2023년에도 49만명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저 노인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고립이 생애 가장 건강한 시기를 살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에, 게다가 그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에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그러나 참 어려운 시기다.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제성장률과 고용률은 낮고 끊임없이 무한 경쟁해야 하는 노동시장에서 이들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놀랍게도(?)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다. 2019년부터 1천700명이 넘는 고립청년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고립청년의 가족, 친구를 위한 가이드(2024년)’를 발간한 니트생활자에 따르면 고립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17.5%)이 아닌 정서적 지지(47.5%)와 사회적 교류 기회(27.5%)다.
‘우리’가 될 시간이다. 2023년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명 중 4명은 현재의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고립청년들은 가족과 친구보다 오히려 느슨한 관계에서 지지와 위로를 얻는다고 한다. 친구로, 가족으로 채워지지 않는 관계망을 우리로 채울 때다. 그들의 속도와 필요를 존중하자. 적절한 거리에서 위로하고 격려하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지원이 아닌, 배려와 공감이다. 지금 당신의 곁을 내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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