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현재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는 단연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 문화가 생활화되면서 전(全) 산업군에서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ESG 경영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탄소중립은 지속가능경영의 중심축이 됐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선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전력 수요 또한 폭증해 기후위기 심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기업들마다 AI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기업의 AI 도입 비중은 72%로 2023년 말에 비해 17%p, 생성형 AI 도입 비중은 65%로 22%가 증가했다.
이에 AI 도입 비중 확대와 함께 전력수요도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생성형 AI 활용 증가로 2026년 세계 전력소비량은 2022년에 비해 최대 2.3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AI 상용화가 초기단계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국제에너지기구의 설명이다.
AI 기능을 정보생성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데이터센터 건설이 필요하다. 따라서 AI 도입이 더욱 확대되면 데이터센터에서 소비하는 전력 수요가 늘어나 탄소배출량이 증가하게 된다.
생성형 AI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서버랙 10만대 이상 수용)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가 전기차 40만대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해당하는 100MW 이상의 전력 수요가 발생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은 인공지능(AI) 모델 개발로 지난 5년간 탄소배출량이 48%나 증가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데이터센터 건설로 202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3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도 AI 뱅킹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JP모건·씨티(Citi) 등은 AI 솔루션을 이용한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 신용정보 등을 분석하는 대출 승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대출담당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금융권 망분리 규제를 완화로 국내 금융사에도 생성형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AI 협의회'를 개최해 금융권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융사의 서비스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권 AI 이원(Two-track) 활용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상용 AI는 지난 8월에 발표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를 폭넓게 허용하고, 오픈소스 AI를 금융사 내부망에 손쉽게 설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종합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금융사도 AI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8개 계열사의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으며 '그룹 공동 생성형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AI 은행원·AI 투자메이트 서비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망분리 규제로 인해 활용하지 못했던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예·적금 상품 상담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AI뱅커’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지난달에는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대출 상담 업무에 적용한 데 이어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AI 지식상담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응하기 경기도 남양주시에 미래형 통합 IT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AI 금융 생태계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 도입이 전 산업군에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은 탄소감축을 위해 그린 데이터센터 건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저전력·고효율 데이터센터 냉각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해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864개의 해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건설 중 발생하는 탄소량 감축을 위해 '교차 적층 목재'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철근 구조와 조립식 콘크리트 방식의 데이터센터 건설 대비, 탄소배출이 각각 35%와 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웹서비스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하는 친환경 시멘트 보충제를 확대하기 위해 저탄소 콘크리트 스타트업인 '카본큐어'에 투자했다.
구글은 탄소직접포집(DAC) 스타트업인 '홀로센'과 10만톤의 탄소크레딧 사전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탄소직접포집 스타트업 '280 Earth'에는 6만톤에 상응하는 배출권 생성 목적의 기업 합작 펀드에 투자했다.
이 밖에도 AI 훈련 및 운영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영향을 줄이는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데이터 전처리 과정에서 불필요한 작업을 최소화하고, 데이터 샘플링의 크기를 조정해 훈련시 학습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감축하는 방안 △효율적인 하드웨어 가속기를 활용해 연산을 최적화, 신경망 훈련 가속화를 통해 에너지 절약 방안 △알고리즘 효율성 개선으로 처리속도를 높여 전력소모를 감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금융사도 AI 도입 확대에 따라 전력수요 및 탄소배출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금융그룹은 청라 통합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저감형 데이터센터 운영을 목표로 외부 공기와 열교환 방식의 공조시스템을 구축,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태양광 및 지열 발전 설비의 경우 2023년에는 각 8만8886kWh와 2만6753kWh으로, 전체 전력량의 0.26%를 생산했으며, 동력설비운영효율화를 통해 87만6000kWh를 절감해 약 96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했다.
KB금융그룹은 2023년 12월 기준으로 총 37개소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신관 사옥은 태양광·지열·연료전지 등, 다양한 대체 에너지원을 사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태양광 발전사와 PPA(Power Purchase Agreement·전력구매계약)로 변경이 가능한 전환부 옵션이 있는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재생에너지인증서) 장기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에 한해서 PPA방식으로 전력공급을 허용하고 있다. 기업은 RE100 이행 수단 중 하나로 직접PPA를 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5년까지 총 전력 사용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해 REC·PPA 등의 방안으로 여러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지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생성형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전력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해외 빅테크의 탄축감축을 위한 기술투자, 그린 AI와 그린 데이터센터 구축 사례를 활용해 AI 투자 확대와 탄소중립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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