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거세진 경쟁국들의 추격과 신시장의 발호로 위기에 놓인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가 올해를 기점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며 국면 전환에 나선다.
지난해 글로벌 1위 자리를 잠깐이나마 중국에 내줬던 만큼 국내 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초월적 지위를 지키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OLED 시장의 영향력 및 향후 8.6세대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1424억 달러로 전망된다. OLED 부문의 경우 IT(18.2%)와 자동차(24.5%) 부문이 두드러지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으로 점유율 경쟁에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발표한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 시장 점유율 현황을 보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작년 2분기 시장 점유율은 49.9%로 중국(49%)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직전 분기인 1분기에는 중국에 50.5%에 달하는 점유율을 내주면서 사상 처음으로 추월당하기도 했다.
업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올 3분기 중소형 OLED 3분기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지난해 3분기 45%보다 8%포인트 줄어든 37%를 기록했다.
반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LCD(액정표시장치) 분야 주도권을 손에 넣은 뒤 발 빠르게 OLED 시장으로 목표를 전환하며 관련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25’에 따라 OLED를 미래 육성 산업으로 지정해 과감한 기술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 지방 정부가 공동 투자를 하는 등의 자금 지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형 OLED 생산량을 우리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보다 가격을 크게 낮춰 공급하는 등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며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중국 IT 기업들도 자국산 패널을 적극 채택하면서 뒤에 힘을 싣는 형국이다. 실례로 중국의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는 지난해 중국 전자기업 중 매출 기준 2위에 올라서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BOE는 지난해 3월 중국 청두시에 87억달러(한화 약 11조5884억원) 규모 8.6세대 IT용 OLED 생산공장 건설에 돌입하며 차세대 제품 양산을 위한 인프라 투자 단행에 나섰다. 8.6세대 유리 원장 기준 약 월 3만20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내년 완공이 목표다.
BOE에 이어 또 다른 디스플레이업체 비전옥스도 8.6세대 설비투자에 나선다. 중국 허페이시에 550억위안(약 10조3152억원)을 들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생산 규모는 BOE와 같이 월 3만2000장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8.6세대 OLED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향후 시장의 주도권을 쥔 경쟁”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비춰봤을 때 우리도 업계를 뒷받침할 성장동력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격 대응에 나선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차세대 OLED와 초격차 기술을 앞세운 특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우선 LG디스플레이는 OLED 독자 기술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탠텀 OLED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등이 주인공이다.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탠덤 OLED는 기존 OLED 패널과 두께는 동일하면서도 휘도는 2배, 수명은 4배로 확대한 제품이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 충격을 안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늘이기, 접기, 비틀기 등 어떤 형태로든 자유롭게 변형 가능하다. 이외에도 독자적인 OLED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전 제품 분야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온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내년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연간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정치로 각각 25조5000억원, 4009억원을 내놨다. OLED 중심 사업구조 개편과 애플 제품 디스플레이 출하 확대 등을 호실적 이유로 꼽았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작년 하반기 최고 수준의 연신율(화면 늘어나는 비율)을 달성한 스트레처블 시제품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화면이 원래 크기의 최대 1.25배까지 늘어나면서도 해상도는 게이밍 모니터 수준(120PPI)인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이르면 5년 내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OLED와 확장현실(XR) 기기용 올레도스(OLEDoS)를 주목했다. 폴더블 OLED는 이르면 올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폴더블 아이폰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도 나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IT용 OLED 라인을 짓고 있다. 2026년 양산이 목표다. 일찌감치 LCD 사업을 접고 올레드 시장에 주력해온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조6000억원 가량의 관련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2023년 대비 두 배 늘어난 금액으로 올해 역시 적극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일부 업체들의 8.6세대 OLED 생산라인 가동 시점부터 패널 가격이 안정권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최근 베트남 하이퐁 OLED 생산 시설에 10억달러(약 1조3911억원)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이에 따라 LG의 베트남 총투자 규모는 56억5000만달러(약 7조8620억원)로 늘었다. 지난해 9월 대형 LCD 사업을 정리한 만큼 올레드 사업에 더욱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엄청난 속도로 영향력을 키워오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LCD시장에서 야금야금 자리를 뺏겼던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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