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장외 여론전을 펴며,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 절차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와 수사기관의 속도전에 정치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오는 14일 첫 변론기일을 시작으로 5차 변론기일까지 일정을 미리 지정하며 신속한 탄핵 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법조계에서는 늦어도 오는 4월 중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검찰 역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전날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영장 집행을 막아선 대통령경호처장과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4일까지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수사기관의 칼날이 윤 대통령을 향하자, 윤 대통령은 점차 고립되는 모습이다.
특히 영장 집행 과정에서 군 경호부대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을 체포팀에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의 요청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경찰 수뇌부에 경호부대 관저 투입을 지시했지만, 경찰이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의 저지로 일단 영장 집행은 무산됐지만, 윤 대통령이 공권력에 대한 지휘·통제권을 사실상 상실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종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등 군 지휘부 인사들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를 포함해 10여 명은 내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여전히 수사에 불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와 압수수색·체포 영장 집행을 모두 거부하며, 법원에 이의신청과 권한쟁의심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다.
윤 대통령 측이 절차적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는 것은 내란죄 수사와 탄핵심판 절차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수사·재판 과정에서 '위법 수사'를 주장하며 시간을 끌고, '계엄은 통치행위'란 주장을 계속해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를 구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이기에 결정에 대한 책임도 당당히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내부에서도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임하겠다"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과거 대국민 담화를 들어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KBS라디오에서 "국가 원수로서 당당하게 임하시면 좋겠다"며 "대통령께서 의연하게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며 법리로서 싸우시는 게 가장 바람직한 태도"라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의 태도는 체포영장 집행 관련,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일부 방송사의 관저 일대 촬영·송출을 문제 삼으며 "국가 안보 체계를 위협하고 사회 질서에 혼란을 야기하는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고발 조치와 함께 피고발인들의 행위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대통령경호처 역시 "공수처와 국수본이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 경호구역과 군사 기밀 시설을 무단으로 침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장외 여론전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중도층을 설득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정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찬성 여론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극단 지지층을 방패로 삼아 국민을 선동하는 모습은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찾기 어렵다"며 "전쟁에 나선 장군처럼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경찰, 군인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뒤로 숨는 모습은 국가의 품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선례로 기록될 징비록의 첫 장을 쓰는 사건"이라며 "헌재는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엄중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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