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연정 작가] 2024년 12월호를 끝으로 월간지 ‘과학동아’의 일러스트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2022년 10월 말에 받은 메일을 시작으로 한 첫 외주 작업이었다. ‘과학사 극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연재 코너는 과학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메인 인물화와 소컷 일러스트가 필요한 일이었다.
7개월간 연재 예정으로 기획된 ‘과학사 극장’은 무려 24년 12월호까지 2년 동안 연재를 이어갔다. 일러스트 작가로서는 첫 외주 작업이자 매월 고정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곧 다른 일감을 물고 오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을 그리는 일을 시작으로 한 지난 2년 동안, 나는 그토록 원했던 일러스트 작가의 경력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
이 칼럼 시리즈에서는 일러스트 작가로의 여정에서의 경험담을 나누고, 그 길에서 당면한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고민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싶어 그림책 학교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이후, 망망대해에 떨어진 낙오자처럼 방황했던 것 같다. 몇 단계 앞서 나간 선배의 조언이 있다면 어떨지 상상하며 혼자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SNS를 통해 다른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몇 년에 걸쳐 작업 생활을 이어가는지 관찰하였으나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다들 전업으로 이 일을 어렵지 않게 하는 것처럼 보였고(나 또한 그렇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생업을 위해 어떤 활동과 노력을 하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몇몇 작가분들이 감사하게도 공개적으로 상세하게 이야기를 풀어준 경우도 있었지만,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홍보하고 알고 있는 지식은 나누어야 한다.’
나는 이 칼럼 시리즈를 통해 시혜적인 태도로 작가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까마득한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은 이 길에서, 오히려 도움을 얻기 위해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생업의 속박을 벗어나 순수하게 자아실현을 위한 것으로 남기를 바라면서도, 도무지 이 외의 일을 하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상에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다.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뽑아내는 듯한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그림은 회사원이 일하는 감각과 그리 다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내 것’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다음 화에서는 내가 첫 외주 계약을 성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처음부터 아무런 욕심 없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주로 연결된 사례는 아니었다. 나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그림책 학교에 입학해 공부했고, 졸업 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시기의 이야기, 일감이 마침내 들어온 때의 이야기에 대해 풀어보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많은 작가가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 또한 그렇다. 일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 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는 것은 귀한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마음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작업에만 매몰되어 삶의 너무 많은 것들을 놓아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림을 그리는 일에 마음을 다할 것, 동시에 전략적으로 똑똑하게 이 길의 지도를 그려나가길 바란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