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DF 2연승, 지용킴

SFDF 우승을 기념하며. 비이커 청담 한편에 마련된 지용킴 공간.

하퍼스 바자 축하한다. 2년 연속 수상이다. 또 다시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용킴 SFDF는 우승하면 다음 해에도 자동으로 지원이 되는 시스템이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또 다시 도전했을 거다. ‘연속 수상 할 수 없다’는 규칙이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굉장히 뿌듯하다.
하퍼스 바자 작년 우승 이후 브랜드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는가?
지용킴 인력을 확충했다. 지금껏 외부 인력과 하던 일을 함께 상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내 사람들이 생겼다. 팀원이 두 명에서 여덟 명으로 늘었다. 덕분에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기동력이 생겼다.
하퍼스 바자 이번에 받은 상금은 어떻게 쓸 예정인가?
지용킴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이 목표다. 누군가 우리 브랜드에 호기심을 가지거나 입어보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지용킴을 대표하는 선블리치(Sun-Bleach) 기법은 자연에 의해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변색되어 완성된다. 개체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다 보니 수많은 다양성을 직접 마주했을 때 더욱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위치는 한남동이 유력하다. 다만 유동인구가 많은 쪽이 아닌 한적한 거리에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퍼스 바자 얼마 전 끝난 성수동 전시도 입구를 도통 찾을 수 없더라. 원래 있던 입구를 막고 뒤로 돌아 들어오게 한 것 역시 같은 선상인가?
지용킴 정확하다. 좋은 기회로 큰 규모의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유동인구가 꽤 많은 곳이라 앞쪽 입구 세 개를 일부러 막았다. 지용킴을 애써 찾아온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하퍼스 바자 전시의 개념으로 컬렉션을 소개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지용킴 2022년, 첫 번째 전시를 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지용킴을 직접 구입할 수 없을 때였다. 생소한 기법인 선블리치를 소개하고자 전시 첫날 건물 중정에 원단 설치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햇볕을 쬐도록 했다. 전시가 끝나기 전, 일주일 동안 원단을 펼쳐서 그 변화의 과정을 보여줬다.(지용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컬렉션 역시 아트 피스를 보듯 여유롭게 감상하며 지용킴의 매력을 오롯이 느껴보길 바랐다. 전시 초창기엔 옷도 전혀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선블리치 된 원단으로 만든 굿즈를 판매했다. 보통의 전시장에 있는 수비니어처럼.
하퍼스 바자 이제 새로운 컬렉션에 대해 얘기해보자.
지용킴 2025 S/S 컬렉션은 책 〈소프트 스컬프처(Soft Sculpture)〉에서 시작했다. 흐르는 듯한 원단의 형태를 실험적인 드레이핑과 곡선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주름과 불규칙적인 질감을 더했다. 우아한 더블 브레스트 재킷과 실험적인 벌룬 베스트가 공존하고, 선블리치 기법뿐만 아니라 지용킴의 넓은 디자인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다.
하퍼스 바자 지용킴 하면 선블리치 기법을 빼놓을 수 없다. 오랜 시간 연마해온 만큼 특별한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다.
지용킴 2018년부터 시작했으니 꽤 오래되었다. 자연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종종 예상치 못한 변수나 실패를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다. 노하우가 생길 수밖에 없고, 시행착오를 통해 더 성공적인 결과물을 의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우리만의 선블리치 장소가 생겨서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하퍼스 바자 지금 입고 있는 재킷은 어느 정도 햇빛에 노출시킨 건가?
지용킴 보통 한 달 반 정도. 이건 내가 입을 거라 한 달 정도 더 했다.

디자이너 지용킴

하퍼스 바자 비나 눈이 올 땐 어떻게 하는가?
지용킴 고정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도 다 맞는다. 사실 장마나 겨울에는 작업을 못한다. 햇빛도 약하고 해가 떠 있는 시간도 짧기 때문에. 더군다나 눈이 오면 다 털어줘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하퍼스 바자 이번 시즌은 어떤 새로운 선블리치를 선보이는가?
지용킴 줄곧 어두운 컬러를 선보여왔는데, 정반대로 아이보리 같은 밝은 컬러에 도전했다. 마치 빈티지 화이트 셔츠처럼 누런 자국들이 생겼는데 이게 또 재밌더라. 어떤 반응일지 기대 중이다.
하퍼스 바자 이곳에 디스플레이 된 것 중 자랑하고픈 한 피스를 꼽는다면?
지용킴 마네킹이 입고 있는 드레이프 코트다. 넉넉한 실루엣과 코트 끝단의 드레이핑, 앞판과 뒷판이 연결되는 독특한 패턴, 그 위에 선명하게 보이는 선블리치의 흔적까지. 이 제품이 우리 브랜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퍼스 바자 컬래버레이션도 많이 진행했다.
지용킴 클락스, 알파 인더스트리와 협업을 했다. 특히 타 산업과의 협업은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전기자전거 브랜드 슈퍼73이나 삼성전자와 함께한 스피커 ‘뮤직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편집숍과 협업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직은 비밀이다.
하퍼스 바자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작품을 도쿄 그레이트 숍(GR8)에서 모조리 바잉하겠단 연락을 받고 원본 대신 복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고. 〈바자〉와의 첫 인터뷰에서 “아카이브는 나의 자랑이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모든 아카이브를 모으고 있는가?
지용킴 모든 시즌의 아이템 하나씩은 꼭 보관하려고 한다. 내 작업물에 대한 애정이 꽤 크다. 더군다나 옷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편이라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다 가져야 직성이 풀렸다.
하퍼스 바자 굉장한 빈지티 컬렉터라고 알고 있다. 대체 어디에 보관하는가?
지용킴 집과 본가, 아틀리에 세 군데에 흩어져 있다. 정말 방대한 양이다! 옷가게를 하던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동대문을 자주 찾았다. 그 영향인지 중학교 때부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나갔고, 주말이면 꼭 빈티지 마켓을 찾곤 했다. 사실 디자이너가 아니면 빈티지 오너가 되고 싶었다.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불가능할 거 같더라. ‘내가 팔 수 있다고?’ 빈티지는 하나밖에 없는 것들이 많다. 너무 소중해서 판매를 못할 것 같았다.(웃음)
하퍼스 바자 주로 어떤 걸 컬렉팅하는가?
지용킴 오랫동안 밀리터리나 워크웨어를 모았다. 요즘은 이것도 지루해서 진짜 말도 안 되는 옷을 모으기 시작했다. 새 보물찾기 장소는 영국의 채러티 숍이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기부한 처음 보거나 생소한, 지금은 없어진 브랜드의 여성복 중 정말 과거의 물건이나 특이한 것만.
하퍼스 바자 이젠 진부한 질문이지만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실천 중인가?
지용킴 리사이클 소재의 안감과 다운을 사용하고 있지만, 과연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까? 빛바랜 건 다 버려진다. 지용킴은 버려지는 것으로 새로운 미학을 만들었다. 이를 보고 누군가는 또 다른 개념을 제시하거나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자체가 우리만의 지속가능한 실천이 아닐까?
하퍼스 바자 지용킴의 팬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지용킴 20대부터 60대까지 정말 다양하다. 10CC 서울에서는 셀럽들이 많이 사 간다고. 생각보다 여자 고객층도 꽤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는 분들이 가끔 “○○ 패턴이나 강한 블리치로 보내주세요” 같은 요청을 남길 때가 있다. 타 브랜드는 없는 우리만의 특별한 일이다 보니 꽤 재밌다. 개체를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볼까 생각 중이다.
하퍼스 바자 개인적인 경사가 있다고 들었다. 요즘 일상은 어떠한가?
지용킴 얼마 전 아들이 태어났다.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사실 오늘도 새벽 3시 반에 깨서 못 잤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척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