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계선·조한창 두 명의 신임 재판관이 2일 취임하면서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가 됐다. 여전히 '9인 완전체'까지는 1명의 재판관이 부족한 상태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위한 '7인 심리' 요건은 충족하게 됐다.
헌재는 미임명 재판관과 관련하여 제기된 헌법소원 심리도 시작해 '9인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또, 다른 탄핵심판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는 늦어도 4월 18일 이전에는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취임..8인체제 출발, 헌재법 23조1항 '7인 심리' 요건 충족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재가했다.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보류했다.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 보류는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일단 기존 '6인 체제'에서 '8인 체제'로 헌재 심리의 완성도가 높아지게 됐다.
특히, 그간 제기돼 온 심판정족수 논란이 해소됐다는 것이 성과다. 헌재의 심판을 위해서는 심리와 결정의 정족수가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헌재법 23조 1항에는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라고 돼 있다.
헌법재판은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최종 결정을 한다. 그러나 법률의 위헌, 탄핵, 정당해산, 헌법소원의 인용 결정을 하거나, 종전에 헌재가 판시한 헌법 또는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헌재는 정족수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6인체제로 총 10건의 탄핵 심판 사건을 접수하였지만, 이날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이 취임하면서 '8인 체제'가 됨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의 탄핵관련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한창 재판관은 2일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는 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편향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헌재의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면서 "최선을 다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받치는 지혜의 한 기둥이 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든든한 헌법재판소의 한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은혁 후보자 헌법소원 심리 속도.. 우원식, 여야 합의 문서 공개·권한쟁의 심판 청구 검토
헌재는 헌법재판관 미임명 관련 헌법소원도 주심 재판관을 지정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구속 수감 중인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헌법소원과 관련해 "동일 청구인이 제기한 계엄포고령 위헌확인 사건 주심 재판관에게 배당했다"면서 "31일 전원 재판부에 회부됐으며 사안의 성격을 고려해 신속하게 심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심리를 위해 헌재의 조속한 완성을 바란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며 "재판관 공석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더 심리에 속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도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만 선별적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국회의 선출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 의장은 2일 마은혁·정계선·조한창 세 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여야가 주고받은 공문을 공개했다.
국회의장실은 "여야 원내대표가 추천에 관한 합의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11월19일 이후 양당이 후보자 추천 공문을 시행하기 전까지 추천 인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 12월9일 양당이 각각 공문을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수발신 공문과 양당 원내대표의 발언 등에 의해 여야 합의가 분명하게 확인되었으므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도 즉시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尹 탄핵 2차 변론준비기일.. 늦어도 4월 18일 전까지 결론날 듯
尹측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기피 신청'하며 재판지연 시도?
헌재는 현재 접수된 10건의 탄핵 사건 중 중요도가 가장 높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으로 결론 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임 재판관들은 2일 취임식 뒤 재판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탄핵심판 절차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27일 진행된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가 제시한 5가지 탄핵 사유를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 △계엄포고령 1호 발표 행위 △군·경찰 동원 국회 방해 행위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 4가지로 정리했다.
오는 3일 예정된 2차 변론준비기일엔 쟁점을 최종 정리하고 증거 및 증인을 채택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추가 준비기일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르면 1월 중순부터는 정식 변론기일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본격적인 변론기일은 헌재 대심판정에서 구두변론으로 진행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준비기일 없이 공개변론만 7차례 열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준비기일 3회, 공개변론 17회가 진행됐다.
헌재는 탄핵 심판의 속도를 내기 위해 매주 두 차례가량 진행했던 재판관 평의를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한 바 있다.
변론기일이 끝나고 재판관 평의와 평결을 거쳐 재판관 6인 이상이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만일 인용에 찬성한 재판관이 5인 이하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아무리 늦어도 4월 18일 전에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이때 끝나기 때문이다.
尹측 '정계선, 조한창 기피신청'...박근혜 탄핵 당시 강일원 재판관 기피신청 '각하' 선례
한편, 윤 대통령측은 내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에 의해 새로 임명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통지서 송달을 거부하고, 탄핵 심판 관련 서류 제출을 하지 않으면서 '재판 지연' 전략을 사용한 바 있는데 헌법재판관 기피 신청 역시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당시 대리인단에서 주심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편파적이라며 기피를 신청했지만 각하된 바 있는 만큼 이번 기피 신청도 헌재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국민여론 70% 안팎 "尹 탄핵해야".. 박근혜 보다 강도 약해
한편,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여론은 70%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70.4%,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25.4%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는 77%, 진보층에서는 90.6%가 탄핵 인용에 찬성했으나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인용이 23.6%, 기각이 68.8%였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는 인용 60.4%, 기각 35.0%, 부산울산경남은 인용 57.2%, 기각 37.3%로 영남권에서도 60% 안팎의 탄핵 인용 여론이 높다.
경향신문 의뢰로 메타보이스가 지난해 12월 28~29일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 69%가 탄핵 인용에 찬성했고, 탄핵 반대는 28%로 나타났다.
또, 중앙일보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해 12월 29~30일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67%가 '탄핵해야 한다'고 답했고, 28%는 '탄핵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뉴시스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9~30일 2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관련 의견'을 조사한 결과 61.2%가 '인용돼야 한다', 37.0%가 '기각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9~31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69%로 나타났고, '탄핵이 기각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26%로 조사됐다.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에선 윤 대통령에 대해 응답자 69%가 '파면해야', 26%가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탄핵 인용 여론이 70%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나 탄핵 반대 여론도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10%대 초반이던 것과 차이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파면'의 트라우마가 국민의힘 지지층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과거와 달리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결집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관저 앞에 집결해 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모습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서신을 보내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사실상 자신의 체포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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