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와 큰섬·작은섬…재경부와 충북도의 이상한 계약

사진= 대덕구청

<속보>=주소지는 대전 대덕구로 돼 있지만 실질적인 소유는 충북도에 있는 대청호 인근 대덕구 황호동 큰섬과 작은섬이 충북도 소유로 넘어간 과정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충북도 간 매매계약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남대를 개방하면서 대통령 보호 목적으로 큰섬과 작은섬을 관리하던 대통령경호실(현 대통령경호처)이 청남대 인근과 대덕구 황호동 큰섬, 작은섬 등을 일괄적으로 재경부에 넘기면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대청호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큰섬·작은섬 이에 따른 규제지역으로 묶여있었다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소유권을 충북도로 넘길 때 계약 주체는 재경부가 아닌 환경부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처음부터 계약이 잘못됐단 것이다. <2024년 1월 4일자 1면 보도>

2일 대덕구에 따르면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정부부터 2003년 국민의정부까지 사용된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행정구역상 충북 청주 상당구 문의면에 속해 있는데 2003년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민간 개방을 선언, 소유권을 충북도에 넘겼다. 이를 통해 대통령 별장의 기능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청남대 일대와 함께 대덕구 미호동과 큰섬·작은섬이 속한 황호동이 충북도의 소유가 됐다. 청남대뿐만 아니라 대전 대덕구에 속한 큰섬·작은섬까지 충북도 소유로 넘어간 이유는 청남대가 당시 대통령 별장의 기능을 갖고 있어 경호 차원에서 큰섬과 작은섬도 대통령경호실이 관리했고 청남대가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될 때 대통령경호실이 관리지역을 일괄적으로 재경부에 이양, 재경부가 충북도와 매매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 과정은 조금 이상하다. 당시 청남대와 대덕구 미호동, 황호동 등의 토지매입비 감정평가액은 모두 36억 원. 그러나 체결된 금액은 30억 원이다. 청남대 민간 개방을 조건으로 충북도가 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특별교부세 30억 원에 맞춰 계약이 완료된 것이다.

계약 주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인다. 과거 청남대는 대통령 별장이기에 행정재산으로 분류됐고 청남대는 물론 사격 거리에 포함된 대덕구 미호동과 황호동 역시 행정재산으로 인정됐다. 청남대가 대통령 별장 기능에서 해제됐을 땐 청남대와 인근은 행정재산에서 해제돼 기타재산으로 변경됐고 기타재산은 재경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기타재산이라도 대덕구 미호동과 황호동은 상수원보호구역이란 점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은 수도법을 근거로 상수원 확보와 수질 보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환경부장관이 지정한다. 여기서 상수원은 음용·공업용 등으로 제공하기 위해 취수시설을 설치한 지역의 하천이나 호소(湖沼), 지하수, 해수 등을 말하며 대덕구에 위치한 대청호 수역이 상수원에 포함된다. 즉 상수원보호구역은 환경부가 담당하는 곳이고 큰섬·작은섬 역시 상수원보호구역에 속한 터라 충북도와의 계약 주체는 재경부가 아니라 환경부가 맡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큰섬과 작은섬이 포함된 황호동을 비롯해 미호동까지 충북도 소유가 됐고 충북도 입장에선 재경부와 맺은 정당한 계약서가 존재하는 만큼 대덕구 주소지에 대한 소유권을 충북도가 포기하긴 어렵다. 다만 당시 맺은 계약이 공정하지 못했던 게 사실인 만큼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뒤따른다. 특히 대덕구 황호동을 소유한 충북도가 큰섬과 작은섬을 활용해 박물관과 미술관, 산책로 등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내놨는데 충북도는 대덕구와 관련 개발계획 협의뿐만 아니라 허가도 대덕구에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주소지와 소유권의 충돌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구 관계자는 “계약이 이상하다. 금액은 차치하더라도 청남대를 제외한 부속 토지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에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이 아니라 수도법이 먼저 적용됐어야 하고 이에 따라 황호동과 미호동은 재경부가 아니라 환경부가 가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