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 사진=LG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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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학산업의 개척자, 연암 구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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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구인회 LG 창업 회장은 한국의 전자 및 화학산업을 개척한 선구적인 인물이다. 1907년 8월 27일 경남 진양군에서 태어난 구인회 창업주는 일제강점기 상술에 능한 일본인에 대항해 소비협동조합 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자들이 협동해 석유·비누·광목·비단 등 일용잡화를 공동 구매한 뒤 조합원들에 싼값에 나누면 일본인에게 많은 이윤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계기로 유통경로와 마케팅 기법을 체득한 구 창업주는 해방 뒤 부산으로 이주해 화장품 유통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화장품 판매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구 창업주는 크림을 직접 생산하기로 결심하고 1947년 LG그룹의 모태가 된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했다. 럭키표 크림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후 구 창업주는 플라스틱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뒤 해당 분야가 유망하다고 판단, 미국에 사출기를 주문해 1952년 플라스틱 빗을 생산했고 점차 범위를 칫솔, 세숫대야, 식기 등으로 넓혔다. 1954년에는 비닐 원단 및 플라스틱제품 제조시설을 대폭 확장했고 1955년 3월에는 럭키표 치약도 생산했다. 럭키치약은 그 후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사랑받으며 국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높였다.
1961년 국내 최초 국산화 한 자동전화기로 시험통화하고 있는 연암 구인회 회장(사진 가운데). / 사진=LG그룹
같은 해 국내 민간업체 최초로 외자를 도입한 합작회사 호남정유를 설립해 에너지산업을 개척하며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에 초석을 놓았다. 그 밖에도 많은 기업체를 설립해 LG 창업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다가 1969년 말 향년 62세로 별세했다.
LG의 경영이념인 '인화'는 구 창업주에게서 비롯됐다. 가족주의나 온정주의가 아니라 사전에 충분한 합의를 거쳐 원칙을 정해놓고 서로 신뢰하며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엄정한 책임 의식이 바탕이 돼 있다. 구 창업주의 인화 정신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며 성과주의 경영을 통해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LG의 '인간 존중의 경영'으로 발전했다.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 사진=LG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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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소국 기술대국"… LG 중흥 이끈 구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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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2대 회장에 오른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부친인 구인회 창업주가 기틀을 닦은 전자·화학산업의 중흥을 이끌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국토는 작지만 강력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대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강토소국 기술대국(疆土小國 技術大國)'의 신념 아래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1976년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금성사에 전사적 차원의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개발용 컴퓨터, 만능 시험기, 금속 현미경, 고주파 용해로 등 첨단 장비를 설치하고 국내외 우수 연구진을 초빙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산업 디자인 분야의 육성을 위해 1974년 금성사에 디자인 연구실을 발족하고 일본 등 디자인 선진국에 연수를 지원하며 전문가 양성에 힘썼다.
1979년에는 대덕연구단지 내 민간연구소 1호인 럭키중앙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이 곳에서 고분자·정밀화학 분야를 집중 연구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ABS수지 등 다양한 신제품 개발로 플라스틱 가공산업의 기술 고도화를 이끌었다.
1985년 금성정밀(현 LG이노텍) 광주공장 준공식서 공장 둘러보는 구자경 회장. / 사진=LG그룹
이를 바탕으로 금성사는 19인치 컬러TV, 공랭식 중앙집중 에어컨, 전자식 VCR, 프로젝션 TV, CD플레이어, 슬림형 냉장고 등 영상미디어와 생활가전 분야에서 수많은 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국내 대표 가전회사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구 명예회장은 무한경쟁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70세이던 1995년 LG 총수 자리를 맏아들인 구본무 전 회장에게 물려준 이후 2선으로 물러났다. 재계에서 '무고 승계'의 선례를 남긴 것은 구자경 명예회장이 처음이다.
1995년 2월 22일 LG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본무 신임 회장이 LG 깃발을 흔들고 있다. / 사진=LG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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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우량 기업' 성장 이끈 구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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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1995년 3대 회장에 취임한 구본무 선대 회장은 23년간 LG를 이끌며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끊임없이 혁신하는 '1등 LG'의 DNA를 새겼다. 취임과 동시에 "제가 꿈꾸는 LG는 모름지기 세계 초우량을 추구하는 회사로,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남이 하지 않는 것에 과감히 도전해서 최고를 성취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자 저력"이라고 말한 구본무 선대 회장은 경영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선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미래 성장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구 선대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라 LG는 사업군을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 핵심축으로 재편해 경쟁력을 높였다.
그 과정에서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산업경쟁력 견인과 경제 발전에도 기여했다. 특히 가전, 기초소재 등 전자와 화학 분야의 주력사업을 세계 최고로 키운다는 목표로 선제적인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 흔들림 없이 탄탄하게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이끌었다.
2012년 4월 구본무 선대회장(왼쪽 첫 번째)이 LG전자 금형기술센터 준공식날 내부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그룹
1996년 통신사업에 진출해 전자-화학-통신서비스 포트폴리오 구축 계기를 만들고 LTE에 이어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통신 시장의 판을 바꿨다. 에너지,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도 한발 앞선 준비와 신사업 육성을 추진했다.
구 선대 회장의 혁신 목표는 '고객 가치 창출'에 집중됐다. 그는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반드시 고객을 위한 기술,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 만족스러운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 만족하고 고객이 평가를 한 기술이라야 하고 기술은 첨단이라고 해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서 유익하게 쓰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선대회장은 2018년 5월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했다. / 사진=LG그룹 /사진=(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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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육성… 고객가치 혁신하는 구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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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LG 4대 회장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선친의 뜻을 이어 고객가치 혁신과 미래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고객가치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집중 육성하며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LG는 AI를 미래사업으로 삼고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20년 설립된 AI 싱크탱크 LG AI 연구원은 설립 이듬해인 2021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중언어가 가능하고 언어와 이미지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멀티모달 AI 모델 '엑사원'을 개발했으며 계열사 및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각 산업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AI를 만들어가고 있다.
구광모 회장도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며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하에 지난해 6월 실리콘밸리를 방문, 반도체 설계부터 로봇 등 다른 분야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을 살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9월12일 서울 강서구 마곡의 LG 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그룹
LG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항암 영역의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공급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광모 회장도 2022년 충남 오송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R&D 시설을 찾아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과 개발 현황을 살피는 등 직접 사업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는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글로벌 톱 티어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LG는 탄소중립과 제품 폐기물 순환체계 구축, 탄소 저감 등을 위한 클린테크 사업도 지속 육성 중이다. LG화학은 매년 20% 이상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PLA)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교환 및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서도 확실한 주도권을 잡을 계획이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전기차 충전 시장을 공략하며 친환경 클린테크 사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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