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더욱이 새해에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1일 새벽 2시(야간장 종가 기준) 환율은 1472.3원이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지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2023년 마지막 거래일 환율이 1288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환율이 184.3원(14.3%)이나 급등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296.4원) 이후 연간 기준 가장 큰 폭 상승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환율(일일 종가 기준) 평균은 1398.75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기를 거둔 지난해 11월 6일을 기점으로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국내 정치적 불안이 더해지며 급등했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긴 했지만 일본 엔, 중국 위안 등과 비교해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에 대한 우려가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새해 들어서도 환율이 내려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가 증폭돼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강달러 흐름이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곧 수출국의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보호무역주의에 취약해 원화 가치 절하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환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노무라는 환율이 올 2분기 말 1500원까지 오른 뒤 3분기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노무라는 올해 2분기 말 환율이 1300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는데 계엄 사태로 전망치를 200원이나 올려 잡은 것이다.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신인도가 저하되며 환율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면 가계와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각종 수입 원자재와 소비재 가격이 오르며 가계는 생활비, 기업은 원가 등 부담이 늘고 내수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31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 전망 경로상 환율 움직임, 소비심리 위축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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