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딜레마] 줄어드는 소비량 감소하는 생산량… 답은 하나

[쌀의 딜레마] 줄어드는 소비량 감소하는 생산량… 답은 하나

금강일보 2025-01-01 15:19:07 신고

3줄요약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쌀 소비 갈수록 줄고 자연스레 생산량도 하락세
정부 생산량 조절 위해 대체작물 재배 권유하나
순익은 쌀이 제일 높아 농가들 쉽게 포기 못 해
소비량 감소 가팔라지면 쌀 생산 포기 농가 발생
장기적으론 식량안보 구멍에 지방소멸까지 우려
정부 정책 백약 무효에 쌀 소비 늘리는 것만 답

우리의 주식인 쌀 소비량이 줄고 있다. 매해 경신되는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은 올해 역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쌀 소비의 감소를 단순히 소비자 기호 변화의 문제로 치부하면 안 된다. 쌀 소비량이 줄어든단 건 자연스럽게 생산 감소를 야기하고 이는 결국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기초산업인 농촌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장기적으론 지역소멸로도 이어질 수 있단 우려로 귀결된다. 쌀 소비를 촉진해야 하는 이유다.

◆줄어드는 쌀 소비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쌀 소비량은 올해 중 확정되는데 사실상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국민 1명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이다. 이를 국민 수로 환산하면 1명당 하루에 먹은 쌀은 154.5g이다. 밥 한 공기를 짓는 데 쌀 100g이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1명당 하루에 밥을 한 공기 반씩 먹은 셈이다. 문제는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단 점이다. 56.4㎏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1명당 쌀 소비량은 2019년 59.2㎏로 사상 처음 60㎏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집밥이 유행했음에도 각각 57.7㎏, 56.9㎏으로 계속 줄었다. 심지어 56.4㎏이란 수치는 30년 전인 1993년(110.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쌀 소비량은 56.4㎏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이 집계해 확정하는 구체적인 수치는 올해 1분기 중 발표될 예정인데 현장에서는 지난해 쌀 소비가 전년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을 운영하는 다수 유통사의 집계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쌀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많게는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송년회 등의 이유로 쌀 소비량이 감소하기에 지난해 하반기 역시 판매량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생산량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쌀 소비량과 달리 벌써 확정됐는데 358만 5000톤, 전년(370만 2000톤)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갈수록 감소세다. 2018년 386만 8000톤, 2019년 374만 4000톤, 2020년 350만 7000톤을 기록하다 2021년 388만 2000톤으로 증가한 뒤 2022년 376만 4000톤으로 다시 줄기 시작했다. 재배면적 역시 같은 기간 73만 8000㏊, 73만㏊, 72만 6000㏊, 73만 2000㏊를 기록했고 2023년과 지난해 72만 7000㏊, 70만 8000㏊로 집계됐다. 갈수록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다.

◆식생활 변화 시류
쌀 생산량이 감소할 정도로 쌀 소비량이 줄어든 건 식생활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우선 아침밥을 안 먹는 등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고 한 번에 먹는 밥의 양도 적어져 쌀 소비가 준 것이다. 이에 더해 소비자의 입맛은 면, 빵, 육류 등을 찾는 쪽으로 바뀌었다. 지난 2022년 국민 1명당 3대 육류(돼지·소·닭고기) 소비량은 58.4㎏로 쌀(56.7㎏)을 이미 넘어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명당 3대 육류 소비량이 오는 2028년 61.4㎏으로 늘고 2033년엔 65.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연히 2033년엔 쌀 소비량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다만 즉석밥 등 가공식품, 떡, 술을 만드는 데 쓰는 가공용 쌀은 늘고 있단 게 긍정적이지만 전체 양이 집밥용 쌀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전망마저 어두운 상황에서 쌀값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8월 20㎏에 4만 4435원으로 열흘 전보다 184원(0.4%) 하락했다. 한 가마(80㎏) 가격은 17만 7740원. 산지 쌀값은 2023년 10월 5일 20㎏당 5만 4388원, 가마당 21만 7352원에 각각 거래된 뒤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면치 못하면서 약 4만 원(18%) 하락했다. 정부가 약속한 20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국 농가의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이들에게 쌀 대신 다른 농작물로의 변경이 수익 저하를 타파할 수 있는 선택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농작물 중 그나마 쌀이 노동 등 자원 투입 대비 수익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밀이나 콩 등 대체 작물로 변경해 재배하는 농가에 별도 직불금까지 지급하고 있으나 밀이나 콩 등은 기계화율이 낮아 벼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예상 순익 역시 10㏊ 재배 시 30만 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지만 콩은 25만 원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농가에선 소득을 우선 생각해야 해 쌀 생산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재배작물 변경을 강요하는 게 힘든 것도 사실이다. 쌀은 과거부터 꾸준히 생산된 만큼 쌀만 놓고 봤을 땐 자급률이 92.8%나 될 정도로 제법 안정적이다. 그러나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0%도 안 된다. 보리는 38.2%, 콩 30.4%이고, 밀 0.8%에 불과해 쌀 재배를 과도하게 줄이면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린다.

◆결국 농가 전멸의 길
쌀 생산량의 감소는 결국 지방소멸로도 이어진다. 쌀을 생산하는 곳이 대개 도 단위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을 보면 전남이 70만 9000톤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이 70만 6000톤, 전북 54만 5000톤, 경북 48만 톤, 경기 36만 3000톤, 경남 31만 4000톤, 충북 16만 7000톤, 강원 14만 6000톤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에서 쌀 생산이 이뤄진다는 걸 고려하면 해당 도 단위 내에서도 군 단위 지역에 농가가 몰렸을 여지가 충분하다.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어 쌀값이 하락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농가가 쌀 생산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장기간 이어지면 쌀 생산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농촌경제가 파탄될 수 있단 걸 넘어 지역이 소멸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결국 정부의 생산량 조절 등 정책에 대한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식량안보를 제고하고 지방소멸을 막을 방안은 결국 소비 촉진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영훈 농협중앙회 대전본부장은 “쌀은 우리 전통 식문화의 핵심이고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최근 쌀 소비량이 줄어 쌀 산업이 위기를 맞았고 이를 극복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하기 위해 ‘아침밥 먹기 생활화’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히 쌀 소비 촉진에 그치지 않고 쌀값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쌀 농가와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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