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글로벌 경제와 한국 산업 전반에 대규모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내년엔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과 중국에서 시작되는 저가·물량공세, 인공지능으로 인한 기술 혁신 등으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뉴스투데이는 분야별 [2025전망]을 통해 산업계가 맞닥뜨릴 기회와 위기를 진단하고 정책적 제언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부진한 업황과 혼란한 공급망 실태, 불확실성 증대 등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 벽두부터 산업계를 강타한 각종 악재에 시장경제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자금줄이 마른 기업들의 곳간 상태부터 수요 부진의 장기화로 인한 내수경제 악화 등 시장 곳곳에 위기 상황을 경고하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첨단산업 분야와 같이 모든 업계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아니지만, 거시경제 관점에서 각 산업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와 같은 군상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작금의 위기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크게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우리나라 수출 시장에 불어 닥친 고환율 부담에서부터 미국발 보호무역 리스크, 고물가 기조 속 유통시장의 급격한 위축, 고공행진 환율로 IMF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금융 상황까지 전방위적 위기를 타개할 특단의 생존대책이 요구된다.
◇산업계 드리운 ‘먹구름’, 저성장 직면한 대한민국
‘트럼프 2.0’ 시대 개막과 함께 2025년 우리나라 산업 기상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상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대적인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완성차 산업은 급속한 친환경차 기술 발전과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에 대한 요구가 맞물려 한층 큰 변화의 시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판매의 25~30%까지 확대되며 테슬라, 현대차, 폭스바겐 BYD 등 주요 브랜드가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내에선 ‘전기차 대중화’를 앞세운 현대차‧기아, 저가EV를 표방하는 BYD 등 중국기업 영향으로 전기차 가격의 하향평준화로 인해 내연기관차와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수출에선 기대가 어렵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소폭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인센티브 확대에 따른 구매여건 개선으로 전년보다 3.3% 증가한 9471만대의 전망치를 내놨다. 내수 전망에 대한 평가는 신차 출시 등의 이유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수출 부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 전환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완성차 생산도 전년 대비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급 확대와 가계 부채 관리라는 과제를 떠안은 건설·부동산 업계는 공급 한파로 인한 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출규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각종 금융 리스크로 주택 인허가·착공·분양·준공은 모두 예년 평균 보다 30% 내외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분양가는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도 건설 원자재 가격·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세 강화도 공사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저하고·경기부진 겹악재 속 금융시장, 고환율에 ‘헉헉’
금융 시장의 경우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며 관세, 보조금 폐지·축소,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등으로 수출 성장 전략에 비상등이 켜짐에 따라 전반적인 하향세가 예상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글로벌 대비 국내 경제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1470원을 웃도는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로 인한 고환율 리스크가 과제로 떠올랐다. 외환당국이 5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RP)를 추가 매입하는 등 변동성 억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근시일내 금융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다.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 정세에 더해 미국의 달러 강세까지 이어지면서 환율 상황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당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형 은행들은 생활 안정 자금 목적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를 상향, 당장 2일 대출 실행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벌써 규제를 해제하고 신청을 받고 있다.
이에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연체율 증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2분기부터 주택 매매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활기가 돌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국내 증시는 이미 ‘최악’의 수준이 반영돼 있는 만큼 지수대가 추가 하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익 하향이 안정될 경우 기대감 반영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상반기 하향국면 이후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 관세 부과 등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 글로벌 금리 인하를 바탕으로 하반기 회복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격차 승부수 띄운 첨단산업, 경쟁력 위축 ‘비상’
2025년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이 첨단산업(IT) 분야 주요 트렌드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주류다.
반도체 시장의 경우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고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범용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은 심각한 하락세에 직면했다. 관련 시장 전망은 AI 반도체 수요 확대 등으로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예상하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변수와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후속 여파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보호주의와 대중국 제재 기조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가전업계 또한 미국의 고관세 기조 및 보호무역 강화, 중국발 물량공세 등의 여파로 긍정적 전망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 기술을 반영한 혁신 제품 등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시장 내 입지가 높아진 만큼 수요가 늘고 있어 완만한 상승세를 점치는 의견도 있다.
제약바이오 부문은 전반적으로 호조가 예상되는 분위기지만, 역시나 미국 정부의 방향성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 여부 등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게 중론이다.
◇줄어든 소비, 성장 멈춘 유통가 ‘딜레마’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 위축으로 자금난에 직면한 터라 추가 투자 단행을 위한 결정에 난항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품업계는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 등 위기에 대응해 내수 회복과 글로벌 시장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또 혁신적 제품 개발을 통해 내수시장 활력 회복의 기회로 삼는 한편, 수출 중심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중국발 초저가 플랫폼의 공세로 시장에 큰 변화가 일었던 이커머스 시장은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AI 기반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며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다만 중국 초저가 플랫폼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가격 전략을 통해 올해에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응한 추가 마케팅 전략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는 2025년에도 불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2024년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이상기후 현상까지 덮쳐 패션업계는 저성장 기조를 보였다. 반면 고속성장 중인 K 뷰티는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형사보다 중소형, ODM사가 성장세를 통해 기존 중국 시장 중심의 상권을 탈피, 미국과 유럽, 중동 등으로 수출국 다변화가 전략으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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